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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시위 혐오단체들이 걸어놓은 현수막 사진
수요시위 혐오단체들이 걸어놓은 현수막 사진 ⓒ 민변

1992년부터 시작된 '수요시위'가 '위안부' 피해자들과 지원 단체를 혐오하고 모욕하는 소리에 포위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특히 2020년 6월경부터는 혐오단체들이 수요시위가 열리는 장소에 먼저 집회신고를 하고, 양쪽 길에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걸어 포위하고, 수요시위 참가자들이 발언할 때 귀가 찢어질 듯한 소음을 내뿜었습니다.

이런 집회 방해 행위에 대해 수요시위를 주최하는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는 여러 차례 경찰에 형사고소 및 현장 대응을 요청했으나 경찰은 방관할 뿐이었습니다. 결국 정의기억연대는 2022년 1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수요시위 현장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권침해에 대하여 경찰이 전반적인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구제조치를 취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이 진정에 대해서 국가인권위원회 침해구제 제1위원회(위원장 김용원)는 2023년 9월 12일 위원 3명 중 1인은 권고 의견, 나머지 2명의 위원은 기각 의견을 냈고, 이에 따라 '위원들의 의견이 일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진정을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소위원회 위원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진정을 기각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고,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적용과 관련하여 법률위반 사항이 분명했으므로 정의기억연대는 진정기각 결정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2024년 7월 26일 서울행정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4. 7. 26. 선고 2023구합82360 판결).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3조 제2항은 "상임위원회 및 소위원회의 회의는 구성위원 3명 이상의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판결은 소위원회가 접수된 진정을 기각하는 경우에도 법률의 문언에 따라 위원 3명 이상의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지극히 당연한 '법 문언'을 확인한 것이었습니다.

 하주희 변호사 (법무법인 율립)
하주희 변호사 (법무법인 율립) ⓒ 민변

2001년 인권위 출범 이후로 예외 없이 진정의 기각이나 인용에 있어서 위원 3인의 찬성으로 의결하고, 의견이 일치되지 않을 경우 전원위원회로 회부하여 심의·의결해 왔는데, 이 사건이 문제가 된 것은 김용원이라는 소위원장이 '인용의결로 합의되지 않으면 기각 결정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라는 전혀 새로운 해석을 내놓으며 인권침해 진정을 마구잡이로 기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자 소위원장인 김용원 위원은 군 사망사고 유족을 비난하고, 소수자에 대한 막말과 혐오발언을 쏟아내어서 '문제'가 된 인물이었습니다. 이 사건 진행 중에도 김용원 위원은 국가인권위원회와 별도로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하여 소위원회 의결정족수와 관련한 판단은 국가인권위원회가 독립적으로 다수결로 정할 문제라면서 국가인권위원회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이 판결은 정의기억연대가 낸 진정이 인권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실체판단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법령의 문언을 해석이라는 이름으로 함부로 대하며 인권침해 진정을 기각시켜온 국가인권위원회 소위원회의 '반인권적' 행동에 제동을 걸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립취지와 인권침해 진정을 대하는 국가기관의 태도에 대해서 확인한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하주희 변호사(법무법인 율립)가 작성했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는 2016년 4월 21일 민변 변호사들의 공익인권변론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자 설립되었습니다.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월간변론 편집팀의 '시선'은 민변 회원들에게 매월 발송되고 있는 '월간변론'에 편집위원들이 기고하는 글입니다. '시선'은 최근 판례와 주요 인권 현안에 대한 편집위원들의 단상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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