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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만난 김흥구 경감은 20년 넘게 현장에서 터득한 살아 있는 경험을 후배 경찰관들에게 고스란히 물려주고 현장을 떠나고 싶다고 했다.
 26일 만난 김흥구 경감은 20년 넘게 현장에서 터득한 살아 있는 경험을 후배 경찰관들에게 고스란히 물려주고 현장을 떠나고 싶다고 했다.
ⓒ 방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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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분야에서건 한 우물을 판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32년 경찰 생활 중 21년간 교통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서산경찰서 김흥구 경감(교통관리계장)은 대단한 사람이다.

"꽉 막힌 도로가 교통경찰의 수신호에 의해 시원하게 뚫리는 모습에 묘한 매력을 느꼈습니다. 제복도 멋있고요. 도로 위에서 정신없이 살다 보니 어느새 충남에서 가장 고참이 됐네요."

자신의 업무를 진정으로 좋아했던 김 경감은 교통 분야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남들은 보지 못하는 세심한 부분까지 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렇게 터득한 노하우를 가지고, 시민을 살리는 일에 나섰다.

2017년 태안경찰서 개서 요원으로 자리를 옮긴 김 경감은 각종 사회단체와 노인단체, 군부대 등을 돌며 교통안전 교육에 매진했다. 시골 특성상 언론보도 등의 홍보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는 탓에 직접 현장을 파고든 것이다.

차를 이기려고 들던 노인들이 교육의 영향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볼 때면 한없이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자괴감에 빠져야 할 때도 있었다.

"태안경찰서 교통계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2020년 서산에서 등교하던 초등학생이 횡단보도를 건너다 숙취 운전 차량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사회적으로 파장이 컸던 사고였죠. 교통경찰관으로서 너무나 아쉬운 상황이었습니다."

아이들의 불안한 등굣길에 대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김 경감은 한 가지 묘책을 내놨는데 바로 '등굣길 드라이브 스루'다.

카페나 패스트푸드점에서 활용하고 있는 드라이브 스루를 재탄생시킨 등굣길 드라이브 스루는 초등학교 주차장 내에 승하차 지점을 마련하고, 유도선으로 차량을 내부로 유도한 후 아이들을 하차시켜 설치된 보행로로 이동시키는 것으로 그 효과에 학부모와 학교가 모두 감탄했다.

김 경감의 등굣길 드라이브 스루는 이후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전국 교육청에서 앞다퉈 도입하는 등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든든한 파수꾼이 됐다.

욕설과 멱살이야 다반사고, 음주차량에 등골이 오싹할 때도 있지만 김 경감은 다시 제복을 고쳐 입고 거리에 선다. 자신이 해야 할 일과 누가 자신을 필요로 하는지 너무나 잘 아는 까닭이다.

김흥구 경감은 끝으로 이렇게 당부했다.

"경찰이 100% 안전하고 완벽한 교통환경과 문화를 만들어 줄 수는 없습니다. 나도 언젠가는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경찰도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동참해 주세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청뉴스라인에도 실립니다.


#서산경찰서#김흥구경감#교통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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