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윤석열 정부의 복지정책 로드맵이 발표됐다. 지난 27일 국무회의에서 생계급여를 4인 가구 기준 월 183만 4000원에서 연간 141만 원 인상한 안을 의결했다. 이로서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수급 가구의 생활 수준은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5년도 예산안을 펴보면, 앞서 설명한 기초생활보장제도 외 다양한 복지사업 대상자 선정 기준인 4인가구 기준 중위소득은 2024년 대비 6.42% 상향된 609만 7773원이다.
또한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현행보다 완화함으로서 내년부터 3만 가구 이상이 추가로 지원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법에 따라 생계급여는 부양의무자의 연간 소득이 1억 원 내지는 일반재산이 9억 이상일 때 수급자격이 박탈되는데, 2025년도부터는 '연소득 1억 3천만 원 또는 일반재산 12억 원 초과'로 자격 기준을 완화하여, 현행보다 더 많은 국민이 수급자격을 취득하게 했다.
아울러, 저소득 의료약자에게 매월 지급되는 건강생활유지비는 현행보다 2배 인상된 1만 2천원으로 지급된다. 또한 주거급여 수급자에게 지급되는 자택 수선비용도 29% 인상된다.
이 외 ▲영양취약계층 위한 농식품 바우처 신설 ▲아토피 등 환경성 질환 치료를 지원하는 '환경보건 이용권' 신설 ▲최중증 발달장애인 대상 긴급돌봄센터 2곳 신설 ▲장애인활동 지원 시간 131시간→135시간 ▲노인 일자리사업 110만개 공급
▲'노인 전용 평생교육바우처'를 신설 ▲고령자복지주택 3천호 확대 공급 ▲한부모 가족 양육비 선지급제 도입 및 ▲보호출산제 출생 아동 월 100만 원 지급 등을 실시한다.
지방정부의 재정 여건 고려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대응방안으로 국가시책 복지사업이 팽창하였다. 이에 수반되는 재정지출은 빠르게 증가했다. 2013년 88조에 불과했던 복지예산은 2022년에 이르러서는 2배 이상 증가한 195조로 지출됐다. 더욱이 최근 기초(노령)연금, 영유아보육 등 대규모 복지사업이 지방의 대응지방비 부담을 수반하는 국고보조사업 형태로 추진되면서 지자체의 대응지방비 부담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지난 26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4~2028년 중기지방재정계획'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25년도 총지출 예산(총계 기준) 527조1269억 원 중 의무로 지출해야 할 예산은 68.8%인 359조5531억 원에 달한다. 이와 같이 종전 대비 국가가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할 지출 비중은 2024년 기준 68.2%에서 0.6%포인트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 8월 27일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지자체의 의무지출은 기초연금이나 생계급여 등 법령에 따라 지출 규모가 정해진 국고보조사업과 교육비특별회계 전출금 등을 뜻한다. 지자체가 마음대로 늘리거나 줄일 수 없는 지출"이다. "의무지출을 제외하고 지자체가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인 재량지출은 30%가량"에 불과하다고 한다('무상시리즈'에 의무지출 확 늘어나…지자체 '좀비 재정' 양산, 2024.08.27 한국경제).
이와 관련하여, 중앙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은 총 125조6565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8조6120억원(7.4%) 증가했다. 문제는 현행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재정분담 원칙에 따라 모든 복지 사업은 매칭비율로 재정을 분담하여야 하는데, 이 경우 세수 효과가 미미하거나 재정 형편이 좋지 않은 기초자치구에 대한 고려 없이, 획일적으로 예산을 매칭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는 복지예산을 늘리는 것도 좋지만 먼저, 중앙정부 차원에서 기획된 사회복지제도가 집행되는 공간이며, 사회복지서비스를 이용하는 지역 주민이 존재하는 현장인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하는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최근 윤석열 정부의 적극적 감세 정책으로 인해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교부세 축소·세수 감소·매칭 예산 증가라는 '3중고'에 허리띠를 더 졸라 매면서 건전 재정 기조로 선회하는 가운데, 그 여파가 당연히 시민들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지난 22일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 '지방재정365'에 따르면 기준연도 2022년 재정자립도를 보면 서울시와 인천, 세종, 경기를 제외하고는 재정자립도가 모두 50% 이하다.
<매일노동뉴스>에 따르면, 지난 7월 9일 국회에서 열린 '부자감세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한 발제자는 '윤석열 정부의 세수 감소는 법인세율 인하에 의한 것이며, 경기둔화의 요인 또한 현 정부의 잘못된 재정정책'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2024.07.09 매일노동뉴스).
문제는 고령인구가 밀집해 있고, 부동산 거래 비율과 산업 집적도가 낮은 강원(21.80), 충북(27.79), 전북(21.20), 전남(21.08), 경북(21.55), 경남(29.57)의 재정자립도가 모두 30% 미만이라는 점인데, 이러한 지자체들은 세수 증대 요인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상황이 녹록치 않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가 조정교부금과 복지사업예산 매칭 비율 조정 없이 복지 예산을 대폭 확대한 것이 지방재정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속 가능한 국가의 재무행정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자
국가는 국민과 기업 등으로부터 세금을 걷는 것에 그치지 않고, 효율적으로 세금을 집행, 재분배 하는 역할과 기능을 담당하는데, 국가의 여러 사무 중 특히 복지사무는 지방자치단체가 대부분 집행한다.
복지사무 집행에 수반되는 예산은 단순히 중앙정부가 모두 부담하거나 내지는 자치단체 중 광역자치단체만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기초자치단체까지 삼위일체 형태로 각각 정해진 매칭 비율에 따라 분담한다.
가장 큰 문제는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똑같은 비율로 매칭하는 것이다. 어느 지자체의 재정자립도 수준은 유아, 아동·청소년 또는 성인 더 나아가 부자 수준으로 차이가 확연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이런 어려움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슈퍼 감세로 전 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기조로 국정을 운영하는 가운데, 복지 예산은 대폭 확대하여, 지자체의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윤 정부는 복지 확대에 앞서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 간 각종 국가 사무에 대한 부담을 어떻게 이전과는 달리 각각 이고 갈 것인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그 첫 걸음이 바로, 재정자립도 등 지방재정 수준을 고려한 재정분담에 대한 개선일 것이다. 국회가 통과시킨 법률안에 대해 거부권만 남발하지 말고, 대통령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대전 중구청장을 12년간 역임한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국회의원(대전 중구)은 지난 7월 8일 지방정부의 재정 여건을 고려하지 않는 정부의 획일적 매칭사업 방식을 바꿔 역차별을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로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 ▲지방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대통령은 복지확대라는 슬로건으로 국민의 마음의 얻기에 주력하지만 말고, 사무를 직접 집행하는 행정, 재무구조에 대한 공부와 함께 마음과 귀를 열어야 한다.
거부권만이 대통령의 위신을 세우는 것은 아니다.
덧붙이는 글 | 필자의 소셜미디어에도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