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게양 담당자가 누굽니까?"
"왜요? 제대로 달려 있지 않나요?"
"오늘은 경술국치일로 조기를 달아야 하는데, 그렇게 안 돼 있잖아요."
"아, 그런 게 있나요? 담당자한테 바로 말할게요."
29일 오전 경남 창원지역 몇몇 공공기관에 조기가 달려 있지 않아 지적하며 나눈 대화다. 대부분 건물의 관계자들은 한결같은 반응을 보였다.
경남도(의회)는 2016년 7월 14일 '경상남도 국기게양일 지정 및 국기 선양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경술국치일에 조기를 게양하도록 했다. 관공서와 공공기관은 오전 7시부터 밤 12시까지, 가정과 민간기업, 단체는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당시 경남도는 "경술국치일은 주권을 상실한 치욕의 날이지만 대일항쟁기 내 매년 8월 29일만 되면 감옥에 투옥된 독립운동가들이 국치일 단식동맹을 조직하거나 노동자들이 국치일을 상기하는 총파업을 계획하는 등 항일 투쟁이 본격화된 날이기도 하다"며 "일반 가정에도 경술국치일에 조기 게양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날 오전 8~10시 사이 창원지역 몇몇 관공서를 확인했더니, 조기를 달지 않은 곳이 많았다.
농림수산식품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남지원, 농협중앙회 경남지역본부, 창원우체국, 창원농협, KT, 창원새마을회관, 경남교총회관, 경남연구원, 경상남도여성가족재단, 한국농어촌공사 경남본부, 통계청 창원사무소, 창원준법지원센터, 창원KBS, 창원역, 경남테크노파크는 조기가 아닌 평상시처럼 태극기가 달려 있었다.
농협중앙회 경남본부를 비롯한 일부 건물은 지적을 받고 나서 조기를 다시 달았다. 그리고 경남교총회관 태극기는 바깥 부분이 떨어져 훼손된 채 매달려 있었다.
그런데 태극기만 조기로 달고 양 옆에 있던 새마을기와 기관깃발은 올려 놓은 곳이 있었다.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는 태극기만 조기로 달았고, 연구소 깃발은 올려 놓았다. 또 통영시청도 태극기만 조기로 달았고 옆에 있는 새마을기와 통영시기는 올려져 있었다.
또 창원공단을 비롯해 많은 지역의 기업체들도 조기를 매달지 않았다. 한 기업체 관계자는 "경술국치일에 조기를 달아야 하는 게 공공기관만 해당되는 줄 알았다"라며 "바로 조기를 달겠다"라고 말했다.
경남도청, 경남도교육청, 경남도의회, 경상남도경찰청, 창원시청, 창원시의회, 창원고용노동지청, 한국전력공사 경남본부, 창원중부경찰서, 진해 웅동2동사무소, 마산회원구 구암1동사무소, 경남통일관 등 상당수 행정기관들은 조기를 게양했다. 경남도청 정문 쪽 화단에 있는 18개 시‧군깃발도 평소보다 1m 가량 낮게 달려 있었다.
"조례 만든 지 오래되었는데... 관공서에서도 지켜지지 않아 안타깝다"
류경완 경남도의원(남해)은 "다시는 나라를 빼앗기지 말자는 다짐을 하는 의미에서 경술국치일에 조기를 달도록 하는 조례를 만들어 놓은 지 오래 되었다"라며 "일부 관공서에서도 아직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하니 안타깝다. 경남도와 시군이 좀 더 홍보를 해서 앞으로 잘 지켜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태극기 관리에 관심이 많은 김종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장은 "조기는 태극기와 함께 옆에 있는 깃발도 같은 길이로 내려 달도록 규정이 되어 있다"라며 "경술국치일에 조기를 제대로 달아 그 의미를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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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 29일 경술국치일에 조기 단 함양 유림초등학교. 옆에 다른 깃발은 내리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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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 29일 경술국치일에 조기 안단 한국농어촌공사 경남지역본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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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 29일 경술국치일에 태극기만 조기로 단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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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 29일 경술국치일에 조기 안단 농림수산식품부 국립농산뭉품질관리원 경남지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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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 29일 경술국치일에 조기를 단 창원 마산회원구 구암1동사무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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