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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투쟁 목표와 전략

2024년 최저임금 투쟁의 전략과 목표는 최저임금 '확대 적용' 담론을 중심으로 '차별 적용' 논의를 축소하고 대폭 인상을 이루는 것이었다. 사용자위원이 주장한 최저임금 차별 적용은 문재인 정부 시절 최저임금 대폭 인상 이후 사용자위원들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최저임금을 일률적으로 인상하면 지급 여력이 없는 영세자영업자들이 힘드니 업종별로 차별 적용하자는 논리다. 최저임금 회의 전부터 차별 적용 담론으로 최저임금 대폭 인상 담론을 눌러버릴 수 있다.

실제 최저 임금위원회 회의에서 차별 적용이 부결되면 차별 적용을 허용하지 않은 채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지급할 여력이 없는 영세자영업자들이 죽는다고 주장한다. 사실상 사용자위원들은 회의 전, 회의 중, 회의 종료 때까지 소폭 인상을 떠들 수 있다. 반면, 노동계는 차별 적용을 저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차별 적용을 막아내서 얻을 수 있는 건 소폭의 최저임금 인상이다.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에 새로운 전략과 전술이 필요했다.

최저임금 확대 담론은 전략적인 의미만 있는 게 아니다. 노동시장 변화에 따른 대책이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3.3% 세금을 내는 인적 용역사업자가 무려 847만 명에 달한다. 인적용역사업자는 노동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일종의 건당 임금을 받는 강사, 작가, 특수고용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를 포괄하는 세법상 개념이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대리운전, 배달 등의 투잡을 하는 경우도 있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 편의점 알바 노동자가 위탁계약을 맺어 사대보험 대신 3.3% 세금을 내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든 기존 노동법이 무력화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들 건당 노동자들 임금은 최저임금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최저선이라는 게 없다. 같은 가게, 같은 메뉴, 같은 손님에게 배달을 가더라도 점심 때는 배달 한 건당 4000원을 받을 수 도 있고, 오후 3시에는 2000원을 받을 수도 있다. 최저임금법만으로는 모든 노동자의 최저소득을 보장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 투쟁은 일부 노동자의 투쟁이 될 수밖에 없다. 올해 최저임금법 5조 3항 투쟁을 통해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투쟁의 새로운 주체로 등장하기를 기대했다.

최저임금 1만 원, 차별 적용 프레임을 최저임금 확대 및 대폭 인상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최저임금 결정제도의 구조적 한계, 최저임금 1만 원 운동 이후 역동적인 최저임금 운동의 부재, 정부의 긴축 기조와 저성장 시대 등의 한계로 내년 최저임금은 1.7% 인상된다. 물가를 생각하면 삭감이다. 노동계 최저임금 위원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 최저임금이 어떻게 결정되었는지 투명하게 기록하는 것이야말로 최저임금 위원의 중요한 의무일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 회의, 어떻게 진행되었는가?

2024년 최저임금위원회 회의는 회의 공개 여부와 최저임금법 5조 3항(도급제 노동에 대한 최저임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던 1차 회의, 5조 3항 논의를 진행했던 2~4차 회의, 차별 적용 논의를 했던 5~7차 회의, 사용자가 회의를 거부했던 8차 회의, 최저임금 액수 논의를 했던 9~11차 회의로 구분된다.

회의는 안건 순서가 정해져 있어 처음부터 최저임금 액수를 마음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최저임금법 5조 1항에 따라 최저임금을 시급, 일급, 주급, 월급으로 정할지 결정하는 '결정 단위' 논의를 끝내고 나면, 최저임금법 4조에 따른 '구분 적용'(사업 종류별 구분 결정 여부), 마지막으로 최저임금 수준 논의를 진행한다.

결정 단위, 구분 적용, 수준 논의 앞글자를 따서 단/구/수 논의라고도 한다. 회의가 비공개이기 때문에 회의 시작 전 노·사·공 대표 위원들의 모두 발언만이 언론에 보도되지만, 실제 회의는 모두발언과 아무 관계 없이 논의 순서에 따라 진행된다. 실제 회의와 언론 보도가 일치하지 않는 문제는 사회적으로 최저임금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다.

올해는 최저임금 회의 시작 전부터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제도를 확대 적용하기 위해 제5조 제3항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최저임금법이 제정된 이래 최초로 5조 3항 논의를 진행했다. 5조 3항이 첫 의제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최저임금 단위를 규정한 5조 1항과 도급 노동자 최저임금인 5조 3항이 연결된 조항이기 때문이다.

2023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특수고용·플랫폼 최저임금 확대 적용을 위한 5조 3항 논의를 결정 단위 논의가 끝난 후에 요청하였을 때, 공익위원들이 "해당 논의는 최저임금 결정 단위 논의 과정에서 결정해야 하는 것"이므로 이미 결정이 끝나 진행할 수 없다고 정리했다. 지난해의 실패를 교훈 삼아 올해는 첫 회의부터 5조 3항 이야기를 꺼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최저임금법 적용을 받는 노동자에 한정해 논의를 진행한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결정 논의는 불가능하다. 이에 올해 노동계는 대법원과 노동 관서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가 있으니 이들을 위한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판결은 개별적/구체적이기 때문에 노동계가 제시한 약 25개 사례에 등장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만 최저임금을 결정하자는 것이냐는 논란이 있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약 25명의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는 없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결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5조 3항을 미리 정해 놓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비록 5조 3항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만 적용된다 하더라도 일단 정해 놓으면 산업현장에서 시장임금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고,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의 현장 요구와 투쟁의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도급제 최저임금이 정해진다면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쟁취 투쟁의 유인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노조법과 사회보험법에 멈춰있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쟁취 투쟁에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지난 6월 공공운수노조,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주최로 열린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최저임금 확대 적용 요구 언론 설명회
 지난 6월 공공운수노조,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주최로 열린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최저임금 확대 적용 요구 언론 설명회
ⓒ 플랫폼노동희망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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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공익위원들은 바로 이 점을 우려해 5조 3항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료와 근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용자위원들이 고용노동부 장관의 심의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5조 3항 논의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할 수 없다고 주장했는데, 고용노동부가 논의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냄으로써 논란은 정리됐다. 5조 3항은 이제 차별 적용과 같은 위상을 가지게 되어 매년 논의할 수 있게 됐다. 다만, 5조 3항 논의는 4차 회의에서 아래의 공익위원 권고안으로 빠르게 정리됐다.

"최저임금액 관련 심의 안건, 즉 결정 단위 관련해 법 5조 3항의 대상을 구별해 별도의 단위를 설정하는 것은 현재 조건에서 어렵다고 판단합니다. 다만, 노동계가 요청하는 특수고용, 플랫폼 등 근로자가 아닌 노무제공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확대는 제도개선의 이슈로서 우리 위원회가 아닌 실질적 권한을 갖는 국회, 경사노위 등에서 논의하기를 권유합니다. 아울러 올해 심의를 종료한 후 최임법 5조 3항 대상이 되는 근로자와 관련 구체적 유형, 특성, 규모 등에 관련해 실태와 자료를 노동계에서 준비해 주시면 추후 논의가 진전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공익위원 중재안은 최저임금위원회의 책무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노동계에 떠넘기는 결정이었다. 그러나 한국노총 등 노동계 최저임금 위원 간에 5조 3항에 대한 인식 격차가 컸고, 최저임금위원회가 늦게 시작된 만큼 법정시한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이 가해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계 위원을 모두 설득해 5조 3항 논의를 더 끌고 갈 수는 없었다. 이는 최저임금 확대 적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투쟁이 최저임금위원회 논의 속도보다 느리게 올라오고 있었고, 이에 따라 최저임금 위원들이 아래로부터의 압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문제였다.

희망도 발견했다. 최저임금위원회 바깥에서 배달의민족의 일방적인 배달 수수료 삭감으로 라이더유니온 등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확대 적용 주장이 현장의 요구가 된 점, 대리운전노조가 카카오와의 교섭 투쟁과 조직사업에서 최저임금 요구를 한 점, 서비스연맹을 중심으로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적용 연구와 요구가 올라 온 점, 웹툰작가노조를 비롯해 최저임금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노동자들의 요구가 언론의 관심을 받은 점 등은 이후 5조 3항 투쟁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한편,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최저임금은 새로운 '을들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줬다. 최저임금 1만 원 운동 초기 영세자 영업자들의 지급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대형프랜차이즈에 대한 규제 문제, 원·하청 간 불공정거래 문제를 제기하면서 을들의 연대를 모색했다면 5조 3항 투쟁을 통해서는 독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 기업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제기하며 플랫폼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의 연대를 모색할 수 있었다. 배달의민족에 맞선 라이더유니온과 영세자영 업자들의 연대 파업과 집회가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최저임금 차별 적용과 수준 논의

5조 3항 논의를 길게 가져간 덕분에 차별 적용 논의는 세 차례에 그쳤다. 확대 적용 논의가 차별 적용 논의를 축소시킬 수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차별 적용 논의 과정에서 노동계 위원들 간 정세 인식과 판단에서 큰 차이를 확인하였고, 마지막 수준 논의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노골적인 임금 통제 기조와 함께 노동계의 준비 부족을 확인했다.

7월 2일 최저임금 차별 적용 투표가 예상되었던 시점에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는 노동계에서 유일하게 차별 적용 저지를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앞 기자회견과 농성을 진행했다. 최저임금 위원들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해 모든 최저임금 위원이 회람했다. 차별 적용 논의가 진행되던 회의장 안에서도 택시 노동자들의 투쟁이 계속해서 언급되는 등 차별 적용 저지를 위한 투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차별 적용을 저지하기 위한 대응 방법은 당사자들의 조직과 투쟁이라는 점을 보여준 순간이다.

사용자위원들이 주장하는 차별 적용 대상이 편의점, 일반음식점, 숙박업인 만큼 해당 업종 조직화 사업계획이 제출되어야 한다. 더불어 올해 차별 적용 논의는 예년과 달리 정부 주도로 진행되었는데 이주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목표였다. 그렇다면 차별 적용 투쟁은 이주 노동자와 미조직 노동자에 대한 조직과 투쟁이라는 더 큰 연대와 투쟁으로 맞서야 한다.

최저임금 수준 논의는 제9차 전원회의에서 최초 요구안에 대해 설명하였고, 이틀 뒤에 열린 10차 전원회의에서 한 차례 논의되었다. 밤 12시가 넘어 진행된 제11차 전원회의가 최종안 표결로만 진행된 것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한 차례만 논의한 졸속 결정이다. 11차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은 최종안 제시 전 '심의촉진구간'으로 1만~1만290원을 제시했다. 1만 원은 지난해 노동계 최종 제시안이고, 1만290원은 '권순원(공익위원) 산식'(경제 성장률+소비자 물가 상승률-취업자 증가율)에 근거한 금액이었다.

하한선은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이고, 상한선은 예년에 노사 중재안으로 공익위원이 제출했던 안이었다. 사실상 최저임금을 1만20원 내 지 1만30원으로 결정하겠다는 의미였다. 그럼에도 최저임금을 조금이라도 인상시키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고 판단해 민주노총 위원들은 심의촉진구간을 감안해 노동계 안으로 물가 상승률과 경제 성장률을 고려한 4.3% 인상안을 투표에 붙이자고 제안했다.

한국노총은 구간 내에서 물가 상승률인 2.6% 인상안을 제시하면 현실적으로 투표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제안했다. 민주노총은 물가 상승률과 경제 성장률을 고려하지 않은 요구안을 노동계 요구안으로 낼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했다. 그러나 한국노총 동의 없이 민주노총 요구안을 노동계 안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이에 졸속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려는 회의 진행 방식과 상식 밖의 심의촉진구간을 낸 공익위원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퇴장했다. 공익위원은 1만30원인 사용 자 안을 선택했다. 투표결과를 보면 9명의 공익위원 중 5명이 사용자위원 안에 투표해 민주노총 위원들이 투표에 참여했더라도 사용자위원 안이 통과되었다. 공익위원은 애초에 물가 상승률조차 고려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향후 최저임금 투쟁 과제

지금까지 최저임금 논의과정을 살펴보았다. 이를 토대로 향후 최저임금 투쟁을 위해 세 가지 구체적인 과제를 논의해본다.

먼저 최저임금 투쟁 기획·집행 기구 상설화가 필요하다. 매년 최저임금 투쟁 평가에서 지적되는 사항인데, 임금 수준 결정 이후 급격하게 최저임금과 관련한 논의들이 사라지고 있다. 노동계 차원에서 수준 결정 이후에도 최저임금 제도개선 등을 논의하기 위한 전원회의 개최 등을 요구하고, 최저임금위원회 국정감사 등에 적극 대응하는 등 최저임금 대응을 연중 기획사업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두 번째로 최저임금 수준 요구 액수를 포함해 매년 관성적으로 제출되는 최저임금 요구안 정비가 필요하다. 특히 최저임금 산입범위 문제 해결과 올해 쟁점이 되었던 회의 공개 등에 대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계획이 제출되어야 한다.

세 번째로 조직 노동자들의 임금 투쟁을 6월 최저임금 결정 과정과 연동해 진행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수준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과 협약임금 투쟁, 그리고 최저임금 투쟁이 연동되어야 한다. 당연히도 위에서 지적한 편의점, 음식 숙박업, 택시 노동자, 이주 노동자에 대한 조직화와 이야기가 6월에 집중될 수 있도록 민주노총과 비정규센터 등 노동계 전체의 전략과 계획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조사·통계 강화가 필요하다. 최저임금위원회 조사로 제출되는 실태생계비와 현실 간 괴리가 심각하다. 이 괴리를 폭로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저임금 실태생계비 조사 등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실태생계비는 수입 내에서 지출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최저생계비 보장이라는 최저임금위원회 취지에 맞는 이론생계비 모델이 필요하다. 또한, 올해 새롭게 제시된 특수고용·플랫폼 최저임금 대응을 위해서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한 연구용역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격월간 <비정규노동>에도 실립니다.글쓴이는 박정훈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입니다. 이 글은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비정규노동> 168호 9,10월호 '특집[최저임금제도]' 꼭지에도 실렸습니다.


#최저임금#최저임금위원회#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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