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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사태' 이후 수사기관들이 엄정한 형사 처리를 공언했음에도 불구하고, 텔레그램 등을 중심으로 딥페이크(deepfake)를 이용한 성범죄 실태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 재확인됐습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미온적인 경찰 수사는 시민들의 불신을 초래했고, 이에 대한 반동으로 '함정수사' 등을 이용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그러나 섣부른 함정수사가 '위법한 수사'로 진행된다면, 오히려 가해자의 무죄 근거로 활용될 위험도 큰데요. 우리나라 법은 '수사'의 정의조차 규정되어 있지 않고 함정수사에 대한 절차 규정도 미비한 상황입니다.

성매매알선 혐의에 대한 경찰의 함정수사를 두고 하급심과 대법원이 위법성을 다르게 판단한 사례를 통해 '함정수사'의 한계를 살펴봅니다. 이근우 가천대 교수가 비평했습니다.

3심(위법성 불인정) : 대법원 3부 대법관 오석준(재판장), 노정희(주심), 이흥구, 엄상필 2024.5.30. 선고 2020도9370
2심(위법성 인정) : 의정부지방법원 제1형사부 판사 오원찬(재판장), 김진영, 최희동 2020.6.25. 선고 2019노2528
1심(위법성 불인정) :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판사 김정웅 2019.8.29. 선고 2019고정25

비평의 대상이 된 판결은 2024.5.30. 선고 2020도9370인데, 성매매를 알선한 업주를 처벌하는 과정에서 해당 수사방법이 금지되는 함정수사인 것은 아닌지, 검찰이 제시한 증거가 위법수집증거는 아닌가 하는 점 등이 쟁점이 된 사안이다. 이례적인 것은 항소심이 해당 증거를 위법수집증거 및 그 이차적 증거로 보아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는 점이다.

구매자 가장해 녹음, 진술거부권 고지 없이 진술서 받은 경찰

경기고양경찰서 생활안전과 경찰관들이 제보를 받고 피고인이 운영하는 성매매업소를 단속하러 나가서 손님으로 가장한 남성 경찰관(공소외2)이 혼자 업소에 들어가 업주인 피고인에게 암시적으로 성매매가 가능한지 여부를 문의하였고, 피고인은 유사성교행위만 가능하다고 답하자 경찰관은 업소를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 문의하자 피고인이 이에 응하여, 여종업원(공소외1)을 들여보냈다. 이때 경찰관이 단속 사실을 밝히고 외부에 대기하던 나머지 경찰관들을 호출하였으며, 자신에 대한 성매매알선을 범죄사실로 하여 피고인을 영업으로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현행범 체포하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 및 피고인과 나눈 대화를 몰래 녹음하였다. 한편, 위 업소는 영업시간 중 누구나 제한 없이 출입할 수 있었다.

단속 경찰관들은 피고인을 현행범인으로 체포한 당시, 이 사건 성매매업소 내부를 수색하여 여성전용실에 있는 냉장고 옆 커튼 아래에서 발견한 비닐포장된 콘돔 7개를 업소시설과 함께 사진 촬영하였는데, 위 콘돔을 교부받아 점유를 취득하거나 압수 절차를 진행한 사실은 없다.

공소외1은 그 무렵 '이 사건 성매매알선 당시 성매매를 하려고 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작성하였다. 위 진술서에는 이 사건 성매매알선 당시의 사실만 기재되어 있을 뿐이고, 수사기관의 공소외1에 대한 진술조서에도 공소외1의 기존 성매매 등 별도 범죄에 관한 내용은 기재되어 있지 않다. 당시 공소외1은 진술거부권을 고지받지 않았다.

'위법한 함정수사'인가? 판단 달랐던 1심, 2심, 3심

이 사건의 제1심(의정부지법 고양지원 2019.08.29. 선고 2019고정25)에서는 피고인 측의 함정수사 주장에 대해 종전 대법원의 입장에서 이 사건에서 단속경찰관의 행위가 위법한 함정수사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반면에 항소심(의정부지방법원 2020.06.25. 선고 2019노2528)은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하는 증거 모두가 위법한 수사에 의하여 수집되었거나 그 2차증거라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다.

대법원(2024.05.30. 선고 2020도9370)은 해당 수사가 '위법한 함정수사'라고 볼 수 없다며 항소심을 뒤집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1심2심3심
'위법한 함정수사'인가?XOX
피고인과의 대화 '비밀 녹음''기회제공형'이므로
위법한 함정수사 X
① 기본권 침해
② 사전고지 규정 위반
③ 통제절차 부재
④ 채록과정 투명성 · 진실성 담보X
⑤ 타인의 대화비밀 침해
증거보전의 필요성 및 긴급성 등 인정
단, 신중 판단 필요하다고 판시
수색 후 콘돔 사진 촬영'검증'에 해당하므로
사후영장이라도 있어야
현행범 체포 현장에서 예외적으로 영장에 의하지 않은 강제처분 가능
여성 종업원(공소외1) 진술서 작성 시 진술거부권 미고지종업원이 증거기록 일부에서
피의자 취급됨. 진술거부권 고지 없는 진술서는 증거능력 X
공소외1을 피의자로 볼 수 없어 진술서 증거능력 O

허용되는 함정수사, 위법한 함정수사

영업적 성매매 알선자에 대해 벌금 300만 원이 선고된 사안에 대해 항소심의 꼼꼼한 문제제기를 통해 드물게 상세한 설시가 내려진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대법원의 취지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한 것이므로 특별히 지적할 것은 없어서 주로 항소심의 판시사항을 살펴본다.

우리는 '함정수사'라는 말을 자주 듣지만, 영어로는 'entrapment'여서 함정에 밀어 넣는다는 뉘앙스가 내포되어 있다. 이미 범죄의사를 가진 자에게 수사기관이 접근하여 범행을 개시하게 하는 정도는 허용되는 수사방법(기회제공형)이고, 범행의사가 없는 자를 유인, 약속, 간청 등으로 범죄의사를 불러일으킨 후 수사하는 것은 위법한 수사방법(범의유발형)으로 보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항소심도 이 사건에서 단속경찰관이 여종업원의 1차 거절 후 다시 업주에게 알선을 요청한 것을 위법한 함정수사로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단속경찰관들이 실행한 구체적 수사방법들의 위법성을 세세하게 지적한다.

허술한 수사절차 규정, 수사의 허점을 낳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매우 오래된 일본법의 틀은 그대로 두고 그때그때 사정에 따라 임시방편으로 개정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특히 중요한 것은 (강제)수사의 중요한 부분을 법원이 시행하는 조항을 '준용'하는 형태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과 '수사절차'가 '형사소송절차'의 일부로 취급되고 있는 등 수사절차에 대해서 매우 허술하게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통상 '수사'는 '수사기관이 범죄의 혐의 유무를 명백히 하여 공소제기와 공소유지 여부를 결정하려는 목적으로 범죄사실을 조사하고 범인의 신병과 증거를 확보하는 활동'이라고 하는데, 형사소송절차의 일부로서 수사를 파악하여 그 목적으로서 공소제기 등을 강조하게 되면 피의자가 자살한 것이 명백하여 공소제기가 애초에 불가능한 사안을 조사하는 것은 수사라고 부를 수 없게 되므로 이 경우에 압수, 수색도 허용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기본권 침해 여지 커도, 강제수사 아니라면 무제한 허용?

여하튼 우리 형사소송법의 규정 태도 때문에 이론, 실무는 여전히 '강제수사/임의수사, 강제수사=영장주의'라는 도식을 취하고 있어서 형사소송법에서 강제수사로 명시하지 않은 수사방법은 모두 임의수사로서 무제한 허용되는 것처럼 취급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시민적 자유, 사생활 영역으로 인정되는 영역에 대한 상당한 침해를 초래하는 수사는 강제수사의 일종으로서 다루어져야 하고 통신비밀보호법의 감청처럼 특히 침해의 정도가 중한 경우는 영장주의의 문제로 다루되, 그에 이르지 않더라도 상당한 침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에서 직접 그 개시, 종료에 대한 상세한 통제절차를 둘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수사기관이 일반인을 동원하여 범죄증거를 수집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이 강제수사로 규정하지 않았으니 임의수사라서 무조건 허용될 수 있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경찰이 영장을 발부받지 못하니 심부름센터 직원을 보내서 피의자의 집에 들어가서 증거물을 가져오게 하면서 일반인이 수집한 증거를 임의제출 받은 것이므로 허용되는 수사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마약수사나 간첩수사에서는 꽤나 광범위하게 '정보원'을 활용하는 수사가 활용되고 있다. (항소심의 '경정' 부분 좌측 도해 참조)

규정 미비한 신분위장수사, 오히려 가해자의 무기 될 수도

특별한 목적 때문에 일반적 수사방법과 달리 아동청소년성보호법에서 허용하는 신분비공개수사, 신분위장수사를 생각해 보라. 더 섬세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서둘러 입법되고 말았고, 이 분야에 대해서도 앞으로 무수하게 위법수사 주장이 제기될 것이다. 수사기관의 공식적 활동으로서 피의자의 대화내용 등에 대한 증거수집이 함께 이루어지지만, 피의자에 대한 진술거부권의 사전고지는 이 경우에는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수사는 단지 아청법에 그치지 않고, 마약수사, 간첩수사 등으로 퍼지게 될 우려가 있다.

이제 다시 이 사건 항소심의 문제의식을 살펴보자면, 아청법과 같은 명문의 허용 규정 없이 사실상 신분비공개 수사를 개시하여 증거수집 활동으로서 비밀녹음을 하면서도 어떠한 절차적 제한도 없이 이를 개시하였고, 영상녹화물과 같은 수집된 증거의 동일성, 완전성에 대한 담보장치도 없는 상태에서 무분별한 증거수집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 위법성을 인정한 것이다.

이 지적은 충분히 경청해야 한다. 대법원도 판결문 4쪽에서 수사기관이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상당한 방법으로 녹음하였는지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할 것을 지적하였다. 비록 항소심의 결론이 기존 대법원 판례와 견해를 달리하는 측면이 있고, 논지 전개에서 비약된 부분이 있지만, 형사소송법에 명시되지 않은 수사방법에 대해서도 적법절차 원칙이 관철되어야 하고, 형사소송법 전체의 정신에 비추어 위법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은 존중할 필요가 있다. 향후 수사절차법을 제정할 때에는 전형적인 강제수사 이외에 이처럼 기본권 침해가 문제되는 수사방법에 대해서도 그 개시, 진행, 종료 후 절차까지도 세밀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각 법원의 판결 내용 자세히 보기

(1) 1심,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하지 않는다'

1심에서는 종전 대법원의 입장에서 이 사건에서 단속경찰관의 행위가 위법한 함정수사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함정수사라 함은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죄를 유발하게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수사방법을 말하는 것이므로, 범의를 가진 자에 대하여 범행의 기회를 주거나 단순히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죄인을 검거하는 데 불과한 경우에는 이를 함정수사라고 할 수 없다.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해당 범죄의 종류와 성질, 유인자의 지위와 역할, 유인의 경위와 방법, 유인에 따른 피유인자의 반응, 피유인자의 처벌 전력 및 유인행위 자체의 위법성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7.26. 선고 2007도4532 판결 등)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해당 범죄의 종류와 성질, 유인자의 지위와 역할, 유인의 경위와 방법, 유인에 따른 피유인자의 반응, 피유인자의 처벌 전력 및 유인행위 자체의 위법성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7.12. 선고 2006도2339 판결)

* 그 밖에도 이 사건에서 '성매매'가 미수에 그쳤으므로, 이를 알선한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 제1심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2항 제1호에서 정한 '성매매 알선'은 성매매를 하려는 당사자 사이에 서서 이를 중개하거나 편의를 도모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성매매의 알선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알선에 의하여 성매매를 하려는 당사자가 실제로 성매매행위를 하는 정도에 이르러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성매매를 하려는 당사자들의 의사를 연결하여 더 이상 알선자의 개입이 없더라도 당사자 사이에 성매매에 이를 수 있을 정도의 주선행위만 있으면 족하다."(대법원 2011.12.22.선고 2011도14272 판결 등)는 종전 입장을 유지하고, 이때 외부적으로 표현된 당사자의 의사를 알선자가 인식하고 알선하면 되는 것이지, 당사자의 내면의 진심의 진의를 기준으로 범죄성립이 좌우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2) 2심, '적법절차 따르지 않은 위법한 수사'

경찰관들의 현장단속은 수사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상 적법절차에 따라야 하는데, '이 사건 녹음'은 비밀녹음으로서 ① 기본권을 침해하고, ② 수사작용으로 진술인의 음성을 녹음하는 경우에 미리 그 사실을 알려주게 되어 있는 형사소송법 제244조의2 제1항*에 위반하며, 특히 "비밀녹음은 우연한 현장녹음 또는 CCTV 영상녹화물과 같은 성질이 아니다. 강학상 현장녹음이 아니라, 사법경찰관이 수사를 개시하여 의도적으로 채록한 결과"라는 점을 강조한다.

* 이 규정 자체는 피의자 진술의 영상녹화물에 관한 것이다. 제244조의2(피의자진술의 영상녹화) ①피의자의 진술은 영상녹화할 수 있다. 이 경우 미리 영상녹화사실을 알려주어야 하며, 조사의 개시부터 종료까지의 전 과정 및 객관적 정황을 영상녹화하여야 한다.

또한 ③ 옥외시위 등에 대해서는 채증활동규칙(경찰청예규 제472호)*에 따른 수집, 관리 절차가 있음에 비하여 실내에 대해서는 특별한 채증규칙이 없으므로 이것이 언제든지 가능하다면 '투망적 비밀녹음'이 이루어질 수 있고, "비록, 은밀히 이루어지는 범죄에 대한 진압 목적이 있더라도, 수사재량으로만 이루어지는 비밀녹음은 공권력의 과잉을 부른다. 따라서 통제절차 없는 비밀녹음을 일반적으로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 지금의 정확한 명칭은 "(경찰청) 집회등 채증활동규칙"[경찰청예규 제582호, 2021.1.22.]이다. 이 예규에는 제7조(채증의 범위), 제9조(채증사실 고지), 제12조(수사 필요성 없는 채증자료 삭제ㆍ폐기), 제13조(채증자료 외의 촬영자료 활용 금지), 제17조(채증자료 삭제ㆍ폐기 등) 등이 규정되어 있다.

** 항소심이 이 사건 녹음을 '비밀녹음'으로 지칭하면서 지적한 사항 중 ①은 기본권 침해, ②의 부분을 항소심은 사전고지 문제, ③은 통제절차 부재를 지적하였는데, 개인적 의견으로는 이 부분을 합쳐서 함께 다루는 편이 나았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④ "비밀녹음은 채록과정이 투명하지 않고, 진실성이 담보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경찰관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부분만 추려서 녹음파일을 작성했다거나, 경찰관이 실제로는 법위반을 유도하였는데 그 부분은 녹음되어 있지 않고, 나중에 이루어진 피고인의 범행 관련 부분만 녹음되어 억울하다는 내용을 예로 들면서 녹음 과정의 기록(형사소송법 제244조의4*)과 보존이 없다(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와 같은 규정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⑤ "(피의자 이외의) 타인의 대화비밀을 침해한다"고 한다. 특히 항소심은 '경정'을 통하여 아래의 점을 분명히 하였다.

* 제244조의4(수사과정의 기록) ①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가 조사장소에 도착한 시각, 조사를 시작하고 마친 시각, 그 밖에 조사과정의 진행경과를 확인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피의자신문조서에 기록하거나 별도의 서면에 기록한 후 수사기록에 편철하여야 한다. ②제244조제2항 및 제3항은 제1항의 조서 또는 서면에 관하여 준용한다. ③제1항 및 제2항은 피의자가 아닌 자를 조사하는 경우에 준용한다.

** 성폭력처벌법 제30조(19세미만피해자등 진술 내용 등의 영상녹화 및 보존 등)은 피의자나 참고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19세미만피해자에 대한 영상녹화물에 관한 규정이다.

2심 판결문 경정 내용 녹음파일의 증거능력 부정사례와 본 사건의 녹음 사례의 구조를 표현한 도식. 수사협조 사인이 수사기관의 녹음지시를 받아 피고인과의 대화를 녹음한 사례는 대법원 판례를 통해 증거능력이 부정된 바 있다. 본 사건의 경우 B(업소)에서 피고인과의 대화를 수시기관에서 잠입수사를 진행한 경찰관이 녹음한 사례로, 재판부는 녹음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의 표현이 녹음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 의정부지방법원 제1형사부 판사 오원찬(재판장), 김진영, 최희동 2020.6.25. 선고 2019노2528
▲ 2심 판결문 경정 내용 녹음파일의 증거능력 부정사례와 본 사건의 녹음 사례의 구조를 표현한 도식. 수사협조 사인이 수사기관의 녹음지시를 받아 피고인과의 대화를 녹음한 사례는 대법원 판례를 통해 증거능력이 부정된 바 있다. 본 사건의 경우 B(업소)에서 피고인과의 대화를 수시기관에서 잠입수사를 진행한 경찰관이 녹음한 사례로, 재판부는 녹음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의 표현이 녹음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 의정부지방법원 제1형사부 판사 오원찬(재판장), 김진영, 최희동 2020.6.25. 선고 2019노2528
ⓒ 의정부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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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사건 사진' 촬영도 종전 대법원 판례에도 불구하고 사후영장이 필요한 '검증'에 해당하므로 사후영장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보았고, 여종업원 작성의 진술서에 증거능력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공소외1이 참고인으로 대우되었지만, 증거기록 일부에서 피의자로 취급된 바 있으므로 진술거부권 고지 없는 진술서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았다.

그래서 결국 증거능력 있는 증거는 "단속 경찰관이 서류에 남긴 진술과 법정에서 한 진술만이 남았는 바, 적법절차 정신과 원칙 실현을 위하여 부적법한 수사 결과물인 단속경찰관의 피고사건 관련 진술을 취신하지 아니함이 옳다"고 보아 그 증명력을 부정하여 결국 피고인의 범죄 입증에 필요한 증거가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다.

(3) 대법원, '비밀녹음 신중해야 하나, 위법하다 볼 수 없어'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적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범죄를 수사하면서 현재 그 범행이 행하여지고 있거나 행하여진 직후이고, 증거보전의 필요성 및 긴급성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상당한 방법으로 범행현장에서 현행범인 등 관련자들과 수사기관의 대화를 녹음한 경우라면, 위 녹음이 영장 없이 이루어졌다 하여 이를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대화상대방인 피고인 등이 이를 인식하지 못하였더라도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이 금지하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마찬가지라고 하였다.

그래서 수사기관에 의한 비밀녹음을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대법원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어서 '수사기관이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상당한 방법으로 녹음하였는지 여부'는 수사기관이 녹음장소에 통상적인 방법으로 출입하였는지, 녹음의 내용이 대화의 비밀 내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에 대한 보호가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영역에 속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여 이것이 무제한 허용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하였다.

대법원은 피고인을 현행범인 체포하는 현장에서는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2호에 의하여 예외적으로 영장에 의하지 아니한 강제처분(압수, 수색, 검증)을 할 수 있으므로 영장 없이 수색이나 촬영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위법하다고 할 수 없고, 범행현장에서 발견된 콘돔을 촬영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단속 경찰관들이 강제로 그 점유를 취득하여 이를 압수하였다고 할 수 없으므로 사후에 압수영장을 받을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 사건 사진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하였다.

수사기관에서의 조사과정에서 작성된 피의자의 진술이 담긴 서류 또는 문서는 '진술조서, 진술서, 자술서'라는 형식을 취하였다고 하더라도 피의자신문조서와 달리 볼 수 없어서 사전에 진술거부권 고지가 없는 상태에서 작성되었으면, 증거능력이 부정된다. 그러나 피의자의 지위에 있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는 진술거부권이 고지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그 진술의 증거능력이 부정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피의자와 참고인의 지위는 수사기관의 주관적 의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참고인으로서 진술서를 작성하였다가 후에 피의자로 전환된 경우에는 진술거부권이 잠탈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대법원은 공소외1의 진술은 자신의 성매매 사실에 대한 것이 아니라 업주인 피고인의 성매매 알선 사실만을 담고 있고,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에 성매매미수범에 관한 처벌규정이 없는 이상, 공소외1을 피의자로 볼 수 없어서 진술거부권의 사전 고지 없이 작성된 그의 진술서도 증거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사법감시센터 블로그와 인터넷언론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이 글의 필자는 이근우 교수(가천대학교 법학과)입니다.


#참여연대#광장에나온판결#판결비평#함정수사#신분위장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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