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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여상단체연합은 2일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시는 영화검열과 갑질행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대전여상단체연합은 2일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시는 영화검열과 갑질행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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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가 성소수자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여성영화제 일부 작품의 상영을 중단하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 여성단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대전시에 보조금을 모두 반납하고 기존 계획대로 영화상영을 강행키로 했다.

대전여성단체연합과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진보정당 등은 2일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전시는 여성영화제 영화 검열과 성소수자 혐오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대전시는 지난 8월 31일 '양성평등주간 기념 대전여성문화제'를 주관하고 있는 대전여성단체연합에 공문을 보내 "대전여성문화제의 일부 프로그램인 여성영화제 상영 작품 중 일부에 대해 언론 보도 및 민원 제기 등 논란이 있다"며 "지방보조금의 보조사업 목적에 부합될 수 있도록 콘텐츠 변경 등 보완해 시행해 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대전여성단체연합은 2024양성평등 주간을 맞아 9월 3일과 12일 '여성주의 강좌'를 진행하고, 5일과 6일에는 '대전여성영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여성영화제에서는 개막영화인 '콜제인'을 비롯해 장편영화 '애국소녀', '럭키, 아파트', '딸에 대하여', 중단편영화 '철봉하자, 우리', '안할 이유 없는 임신', 단편영화 '벌레', '두여자의 방', 내 몸이 증거다', '가장 보통의 하루' 등 평소에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영화를 상영할 예정이다.

 대전시가 대전여성단체연합에 보낸 대전여성영화제 상영작 교체 요구 공문.
 대전시가 대전여성단체연합에 보낸 대전여성영화제 상영작 교체 요구 공문.
ⓒ 대전여성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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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대전시가 이미랑 감독의 '딸에 대하여'에 성소수자와 관련한 내용이 등장한다는 이유로 작품 교체 등을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대전시 교육정책전략국 여성가족청소년과에서 대전여성단체연합에 전화를 걸어 "영화제 상영 영화 중 동성애 관련 영화 상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작품의 상영을 중단해 달라"고 요구한 것.

이에 대전여성단체연합은 '딸에 대하여'는 주인공으로 나오는 돌봄노동(요양보호사)을 하는 비정규직 중년여성의 삶에 대한 영화로서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를 다룬 인권영화이고,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에서 좋은 평가와 상을 수상한 작품임을 대전시에 설명했다.

그럼에도 대전시는 '논란이 있다', '민원이 있다', '논란이 있는 주제에 시 보조금을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해당 영화 상영 중단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대전여성단체연합, 보조금 전액 반납 후 영화제 예정대로 진행

 영화 <딸에 대하여> 포스터.
 영화 <딸에 대하여> 포스터.
ⓒ 배급사 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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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대전여성단체연합은 긴급 운영위원회를 열고 양성평등주간 보조금 사업비 전액을 반납하고, 영화제는 시민모금을 통해 예정대로 진행키로 결정했다.

이들은 2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행사 시작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대전시는 대전여성영화제 상영작을 성소수자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것을 문제 삼으면서 해당 영화의 상영 중지를 요구했다"며 "이는 대전시가 영화제 상영작을 검열한 것으로 명백한 표현의 자유 침해에 해당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그 이유가 혐오를 조장하는 일부 기독교계 집단의 소수의 민원과 성소수자 이슈가 사회적 논란이라고 하는 것은 결코 이유가 될 수 없다"면서 "이 또한 혐오 행정이며, 차별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우리는 대전시의 요구대로 해당 영화의 상영을 철회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대전시 보조금이라는 이유로 검열과 혐오를 방관하고 동조하는 것에 반대한다. 이에 대전시 보조금 전액을 보이콧한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우리는 대전시의 인권침해 행정, 혐오 행정에 대해 절대 묵과하지 않고 차별과 혐오에 맞서 싸울 것"이라며 "혐오세력, 혐오를 부추기는 정치, 이 모든 것들이 우리를 갈라치려 할수록 우리는 단단히 맞서 싸우고 함께 연대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날 규탄발언에 나선 박철웅 목원대 연극영화영상학부 교수는 "정말 너무나 부끄럽고 한심하다. 대전시 행정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일"이라며 "영화 '딸에 대하여'는 단순히 성소수자 문제를 넘어서 인권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시간강사, 무연고 노인, 성소수자 등 이 땅에서 차별받는 사람들의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그는 "양성평등 주간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온 역사를 반성하고 차별을 금지하자는 취지다. 여기에서 여성은 남성에 반대되는 성인 동시에 차별받는 이들의 상징이기도 하다"며 "그런데 지금 대전시는 이러한 양성평등의 근본적인 취지도 이해하지 못한 채 반인권적인 처사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정혜용 대전여성영화제 영화선정위원은 "지난 7월 30일 여성영화제 영화 선정위원들은 한 자리에 모여 치열한 회의 끝에 총 9편의 작품을 선정했다"며 "그런데 행사 시작 일주일도 남지 않는 시점에서 대전시가 '딸에 대하여' 상영 철회를 요구했다. 이렇게 대전시 마음대로 상영작을 검열할 거라면 뭐 하러 영화 선정위를 꾸리고 회의까지 할 필요가 있나. 이는 차별과 혐오를 근거로 영화제의 모든 절차를 무시하고 갑질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양성평등주간 대전여성문화제는 올해로 9회째를 맞았으며, 대전여성영화제는 4회째다. 대전시는 양성평등주간 행사를 위해 대전여성단체연합에 여성문화제 예산으로 1350만 원을 지원할 예정이었다.

 대전여성단체연합이 대전시의 보조금을 반납하고 시민모금을 통해 진행하는 대전여성문화제 안내 포스터.
 대전여성단체연합이 대전시의 보조금을 반납하고 시민모금을 통해 진행하는 대전여성문화제 안내 포스터.
ⓒ 대전여성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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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검열#대전시#대전여성영화제#대전여성단체연합#성소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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