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지난 8월 19일 발생한 협력업체 60대 노동자의 사망에 대해 유족과 노동단체는 중대재해로 고용노동부가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본부장 김은형)는 3일 오후 유족과 함께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폭염 중대재해, 한화오션은 유족에게 사과하고 고용노동부는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붓 도장작업을 수행했던 노동자는 지난 8월 19일 오후 1시 58분경,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1도크 작업장에서 다른 작업자에 의해 의식이 없는 채 발견되었다. 부검의는 병원 도착 이전인 이날 오후 2시 27분 이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8월 21일 부검 중간 결과 고인은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인한 심정지로 확인되었고, 최종 부검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창원고용노동지청 광역중대재해과는 아직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으며, 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직업의학전문의, 변호사가 참여한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조사를 벌여 "한화오션 폭염으로 발생한 중대재해 조사 보고서"를 냈다.

고인은 7월 출근 일수가 20일이었고, 8월 1~18일 사이 휴가 등으로 근무하지 않았다. 노동자 사망이 났던 그날 거제지역은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상황이었고, 당일 최고 기온은 32.3도였으며, 낮 12시에는 30.3도로 중식시간이 30분 연장됐다.

"업무와의 관련성을 부정할 수 없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3일 오후 유족과 함께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폭염 중대재해, 한화오션은 유족에게 사과하고 고용노동부는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3일 오후 유족과 함께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폭염 중대재해, 한화오션은 유족에게 사과하고 고용노동부는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환춘 변호사는 "고인은 부검에 참여한 경찰관의 진술에 따를 때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인한 심정지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이 사건 사고는 폭염으로 인한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작업복을 입고 높은 노동강도로 업무를 수행하다가가 발생한 것으로 업무와의 관련성을 부정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노동자들이 폭염으로 인한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작업복을 입고 높은 노동강도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하였음에도, 한화오션은 산안법 등 관련 법령과 대법원 판례에서 요구되는 보건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라며 "한화오션과 안전보건관리책임자는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의 죄책을 진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조사에 참여한 최민 직업환경의학전문의는 소견서를 통해 "고인의 사인이 분명하지 않으나 열사병 혹은 허혈성심장질환에 의한 사망이라면, 일터에서의 고온 노출과의 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며 "지난 20여일 근무하지 않아서 고온순화가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갑자기 폭염 주의보에 해당하는 고온 다습한 환경에 노출되었고, 도장 피스복을 입어 땀 증발이 어려운 상황에서 높은 노동강도의 업무를 수행하다가 발생한 사망으로, 열사병 혹은 허혈성심장질환에 의한 사망은 업무로 인한 재해이다"라고 했다.

김병훈 민주노총 경남본부 노안국장은 "실외와 실내의 차이가 있지만,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8월 19일 온도와 습도가 유사하고, 엔진룸의 온도와 습도를 이용하여 체감온도가 폭염주의보에 해당하였으며, 고인의 보호복이 땀의 증발과 흡수를 방해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당시 엔진룸 실내 온열지수(WBGT) 지표를 추정할 수 있다"라며 "이에 따라 7월 25일 WBGT 지표가 비록 실외 측정이지만, 고인이 연령, 보호복 등을 감안할 때 재해를 당할 당시의 작업과 휴식 시간은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했다.

조사단은 보고서를 통해 "고인이 작업할 당시의 체감 온도는 약 33.99도로 폭염 주의보에 해당하고, 유사 작업자의 작업 강도를 측정한 결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심박수가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평균 심박수 대비하여 과로 지수는 1.33으로 심혈관질환 발생 3.124배로 높았다"라고 밝혔다.

또 조사단은 "최근 출근 기록을 확인한 결과 7월 21일부터 재해일 전날까지 실제 작업시간은 9시간에 불과하여 사실상 고온에 노출되었을 때 신체 적응이 어려웠을 것"이라며 "고인이 작업복 및 안전장구 등은 몸의 열기를 배출하지 못하였고, 발견한 작업 장소에는 에어컨 등 냉방을 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추어지지 못하여 무더위를 피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조사단은 "한화오션은 온열질환민감군을 구분하여 관리하지 못하였으며, 하도급 업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라며 "폭염 위험관리 실패로 인해 고인은 작업 강도‧고온, 안전보호장구 착용 등으로 인해 폭염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상황에서 늦게 발견됨으로써 사망에 이르게 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고 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인의 딸은 "집안의 장남이자 아이들의 아빠이면서 한 남편이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작스러운 주검으로 돌아와 가족들의 슬픔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33도를 초과하는 체감온도로 인해 통풍이 전혀 되지 않는 작업복과 방독면을 쓴 채 작업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었다면 고용주는 환기시스템과 냉음료수 제공, 시간 단위로 충분한 휴식 제공 뿐만 아니라 회사의 안전관리가 더욱 철저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음이 너무도 명확하다"라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책임자 처벌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고인이 암질환이 있었다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고인의 딸은 "사실이 아니다. 통영지역 한 병원에서 폐암이 의심 된다고 해서 부산에 있는 대형병원에서 조직검사를 받았는데 암이 아니었다"라며 "언론에 잘못 알려지기도 해서 기자회견에 나와 바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김은형 본부장은 "고용노동부는 자본에 의한 노동자의 죽음을 묵인‧방조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사건 은폐가 아니라 빠르게 지금 당장 한화오션 온열 대책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 명령, 수사에 나서야 한다"라며 "노동자의 죽음 앞에 한화자본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제대로 적용되어야 한다"라고 했다.

한화오션 "정확한 사인은 관계당국에서 조사 진행중"

한화오션 사측 관계자는 "정확한 사인은 관계당국에서 조사 진행중이고, 회사는 사인이 명백히 밝혀질 수 있도록 관계당국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작업투입 전 휴식 중 쓰러진 고인의 사인과 관련해 관계당국의 최종 조사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온열질환으로 추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화오션은 하절기에 '온도에 따른 휴식시간 제공', '중식 시간 얼음물 제공', '식염포도당정 지급', '이동식 에어컨인 스포트 쿨러와 에어자켓 지원' 등 다양한 온열질환 예방 활동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3일 오후 유족과 함께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폭염 중대재해, 한화오션은 유족에게 사과하고 고용노동부는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3일 오후 유족과 함께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폭염 중대재해, 한화오션은 유족에게 사과하고 고용노동부는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폭염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