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골프장 뭐 공사하나 봐요."
세종 한두리대교 아래 그라운드 골프장 인조잔디를 걷어내서 톤 마대에 담은 모습을 보고 세종보 천막농성 방문자들이 오며가며 한마디씩 한다. 천막농성장에 애정이 많은 분들은 왜 화장실은 안 고치냐고 한 마디를 더 붙인다. 이번 장마에 큰 비로 잠긴 곳인데 다시 인조잔디를 걷어서 새로 깐다고 하니, 내년에 비가 오면 또 보수공사를 하는 거냐고 묻는다.
이 그라운드골프장과 야구장 등 수해로 인해 훼손된 세종 스포츠 공원 일대를 새롭게 단장하는 데 들어가는 예산만 20여억 원. 앞으로 기후위기로 큰 비는 여름마다 쏟아질 텐데 올해처럼 그라운드 골프장, 야구장까지 차오르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매번 막대한 예산을 들이는 게 맞을지, 차라리 안전한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바람직한 게 아닐까?
아직 뜨거운 한낮의 태양과 폭염주의보 문자를 보면서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도시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를 생각한다. 지자체가 이런 소모성 공사보다는 기후재난으로 피해를 입는 이들을 위해 예산을 써야 하지 않을까.
전국에 울려 퍼진 기후정의의 목소리 … 생태학살을 멈춰라
"이윤을 위한 생태파괴, 보문산 개발과 세종보, 공주보 재가동 계획을 철회하라!"
지난 9월 7일, 전국에서 3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 기후정의의 목소리를 외쳤다. 대전은 지역에서 따로 진행했고 한밭수목원 일원에 300명이 모여 행진했다. 이들은 대전의 기후의제들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기후시민들의 요구들을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전했다. 작년 150여 명이 참여했는데 2배가 넘는 시민들이 함께 해줬다(관련기사 :
거리에 나선 대전시민들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
대전에서는 지역 사안인 보문산 개발 중단과 금강의 생태 파괴를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정치권력의 욕심과 이윤만을 위해 보문산에 민간자본을 끌여들여 추진하는 케이블카와 고층타워는 마땅히 중단되어야 한다. 또 세종보와 공주보 재가동 계획도 아름다운 금강을 파괴하는 일임을 선언하며 행진했다. 최근 많은 논란으로 건설이 유예된 갑천물놀이장과 무분별한 하천 준설을 멈추라는 구호도 외쳤다.
이런 대규모 개발사업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기후재난에 대비할 수 있는 정책과 대비책이 필요하다. 다리가 무너지고, 수해로 농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의 피눈물에 공감한다면 준설과 물놀이장에 예산을 쏟아부을 수 없다. 기후위기와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지금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기후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이다.
세종시 3차 계고… 천막농성장은 지지 않는다
'하천구역 내 불법행위에 따른 원상복구 3차 명령'
지난 9월 2일, 세종시에서 3차 계고장을 발부했다. '하천법' 제37조 3항 및 '세종특별자치시 하천 및 소하천 점용료 징수조례' 제7조에 따라 변상금 부과 및 '하천법' 95조에 따라 경찰 고발 예정이라고 천막을 철거하라는 내용이다.
세종보 수문이 열린 지가 7년이 넘어가는데 이제 와서 농업용수가 부족하다는 말로 세종보를 담수하라는 기자회견 소식도 들린다. 농업용수 부족은 담수가 아니라 농어촌공사에서 농업용수 공급대책을 마련하고 취수시설을 점검하면 되는 일 같은데 담수를 고집한다면 그것은 정치적 선동에 지나지 않는다.
세종시는 지금이라도 세종보 담수를 포기하고 시민들의 안전과 금강의 생태계를 살리기 위한 또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 시민사회를 겁박할 게 아니라 소통이 절실한 상황이다.
"추석 때는 어떻게 해요?"
추석 명절을 앞두고 천막농성장을 찾는 이들이 묻는다. 보철거시민행동 활동가들은 천막농성장을 지킬 것이다. 금강이 흐르는 한, 우리의 명절은 이 금강에서 지낼 계획이다. 이번 추석명절 우리의 집은 금강 천막농성장이고 우리의 가족은 금강을 쉴새 없이 오가는 생명들이다.
강 앞에 돌탑들이 제법 쌓였다. 그 중 세종시민 우인정님의 작품이 눈길을 끈다. 오가는 분들이 거기에 돌을 더 얹어보기도 한다. 멋진 탑들이 금강을 배경으로 서 있는 지금의 이곳을 지켜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