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는 무 하나에 1500~2000원 주고 샀는데 지금은 요만한 게 6000원이다. 쪽파도 조금 묶어놓고 3만원 달라고 한다."
4일 예산상설시장을 찾은 송태순(86) 어르신이 가파르게 오른 물가를 언급하며 고개를 저었다. 추석을 앞두고 전통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막말로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은 진짜 살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이 물가 조절한다고 했는데, 말로만 하면 뭐하나. 지금 물가가 너무너무 비싸서 어떤 때는 짜증이 난다. 도대체 뭐하는지 모르겠다"며 푸념을 쏟아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배추·무·시금치·상추 등 주요 채소 가격이 지난해 대비 급등했다. 지난해 8월 30일 대비 올해 무 가격은 44.4% 올랐다. 시금치도 같은 기간 38% 상승했고, 상추와 배추는 각각 20.3%, 12.8% 올랐다.
예산상설시장에서 50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는 '지억상회' 강향식(79) 대표에게 추석 분위기를 묻자 "비싸다고 난리다. 추석이 돌아오는데 손님들도 상인들도 다들 걱정이다. 수도세도 비싸고 배추, 쪽파도 비싸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여기는 늘 오는 분들만 온다"며 "그래도 그분들이 있어 장사할만하고, 힘이 된다"고 웃음을 지어보였다.
대술 이티리에서 수박 농사를 짓는 이병우(66)씨도 시장을 찾았다. 그는 내포신도시 농협중앙회충남세종본부 마당에서 매주 목요일 운영되는 직거래 장터에 농산물을 내다 팔고 있다.
이씨는 "서민들이 너무 살기 어렵다. 나도 장사하는 사람인데 파는 사람인 내가 봐도 물건이 너무 비싸다"고 혀를 내둘렀다.
예산·홍성 30여 농가들이 참여하는 내포목요장터 회장이기도 한 그는 "농협지역본부, 충남도, 홍성도 지원하고 있는데, 예산군만 지원하지 않는다. 군에 알아보니 주소지가 홍성지역에 있어 지원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며 아쉬워 했다.
(사)한국물가협회가 발표한 9월 첫째 주 생활물가 동향을 살펴보면 산지 폭염과 일기 불순 등 기상 악화로 농산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백오이는 산지 폭염으로 생육이 부진해 시장 내 반입량이 감소하며 개당 기준 전국 평균 가격 1570원으로 전주 대비 22.7% 상승했다. 애호박 2760원(46.0%↑), 시금치 한 단 200g 기준 1만3280원(61.8%↑)이며 돼지고기 앞다리는 1.8%, 고등어는 3.0% 상승했다.
4일은 덕산시장 5일장이 서는 날이다. 국화빵을 만들어 팔고 있는 한 어르신은 당진에서 왔다. 45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는 어르신은 "장날마다 오는데, 장사가 잘 안된다"며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삽교 이리에서 온 임병애(88) 어르신은 이른 아침부터 직접 농사 지은 콩, 마늘, 쪽파 등을 작은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아 전을 펼쳤지만, 시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의 발길은 뜸했다. 어르신은 "노인네 건 잘 안사유…. 젊은이들거만 사지"라는 말을 건네며 콩을 다듬었다.
임 어르신과 비슷한 농산물을 갖고 나온 김광자(69)씨도 장날이면 아침 7시부터 나온다고 한다. 그는 "집에서 농사 지은 거 갖고 나왔다"며 마늘·참깨·오가피콩·땅콩·감자 등을 보여줬다.
그래도 추석대목인데 손님들이 많은지 묻자 "주변에 내포마트, 하나로마트 같은 것이 많이 생겨 여기로 사러 오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그래도 제때 팔기 위해 부녀회 행사도 빠졌다"며 "물가는 다 올라도, 시골 농산물 값은 오르지 않는 것 같다. 시장을 찾는 분들도 이런 점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날에 맞춰 홍어회를 팔기 위해 삽교에 온 김복순(68)씨는 "홍어는 한번 묻히면 상하지 않고 누구나 먹을 수 있다. 1만 원짜리 1만 5000원짜리가 있다. 시식도 가능하다"며 장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 넉넉한 인심을 베풀었다.
고덕시장에서 30년째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한순례(80)씨는 "장날에 오히려 더 장사가 안되는 것 같다. 추석을 끼면 다들 명절 쇠느라 오는 사람들이 없어 오히려 장사가 잘 안된다"며 "봄에 모 심을 때 물장화를 찾는 사람들이 있긴 한데, 지금은 기계화가 돼 그것도 요즘엔 잘 안 나간다. 처음에는 그럭저럭 할만했는데, 지금은 옛날만 못하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역전시장에서 25년째 청과상회를 운영하는 송윤희(79)씨는 "예전에 막차 손님을 받아야 할 정도로 바글바글했는데 지금은 손님이 거의 없다. 읍내는 백종원이 와서 좀 살아난 것 같다. 반면에 역전은 상대적으로 침체되고 있다"며 "장사야 각자 알아서 할 일이지만, 군수가 역전시장 개선에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인구를 증가시켜야 한다"고 군에 적극적인 인구대책을 주문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