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과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김종인 전 의원과 12일 만찬을 겸한 비공개 회동을 했다. 이날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이뤄진 두 사람 회동은 2시간 넘게 이어졌지만 회동에서 나눈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과 이 대표는 회동을 마친 후 별도의 질의응답 없이 자리를 떴다. 김 전 위원장은 여러 현안들과 관련해 "얘기한 게 없다"라며 선을 그었다. 이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김종인 "자연인이 밥 먹는데"... "특별히 할 말 없어"
이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한정식 식당에서 비공개 만찬 회동을 진행했다. 이날 오후 5시 52분께 식당에 도착한 김 전 위원장은 이 대표를 기다리며 취재진에게 "자연인이 밥 먹는데 뭐 이리 관심이 많아요", "무슨 특별한 일도 아닌데"라며 웃어 보였다. 회동 전 <오마이뉴스>가 금융투자소득세 논란과 의료 대란 등 현안들에 대해 어떤 얘기를 나눌 건지 물었으나 김 전 위원장은 대답하지 않거나 "밥만 먹고 갈 건데", "특별히 할 말이 없다"라며 선을 그었다.
이후 5시 56분께 이 대표가 식당으로 들어온 뒤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반갑게 인사했다. 이 대표는 "TV 화면에 이거(밴드) 붙이고 나오셔 가지고. 그때 많이 찢어지셨다고 하더니",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세요"라며 김 전 위원장의 안부와 건강을 묻기도 했다.
지난달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경험을 언급하며 의료공백 상황을 비판했던 김 전 위원장은 이날 "마음이 편하면 건강해진다. 쓸데없는 욕심을 안 가지면 신경 쓸 게 없다"라고 말했다. 낙상으로 찢어진 오른쪽 이마에 밴드를 붙인 채였다.
이어 '걱정될 일이 많지 않느냐'는 이 대표 질문에 김 전 위원장은 "지금 상황을 보면 걱정될 일이 많은데 억지로 해결할 순 없다. 시간이 흘러가고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성급하게 한다고 되는 일은 없다. 순리에 맞게 지나가게 내버려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녁 식사를 겸한 비공개 회동은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조금 이따가"... 이재명 곧장 자리 떴다
회동이 끝나고 오후 7시 55분께 식당을 나온 이 대표는 취재진에게 "조금 이따가 (질의응답을) 하시겠다는데요"라며 건물 내 화장실 쪽으로 향하는 듯했으나 이내 완전히 자리를 떴다. 이어 7시 57분께 김 전 위원장도 식당을 나왔으나 취재진과 질의응답 없이 3분 만에 자리를 빠져나갔다.
<오마이뉴스>는 김 전 위원장을 따라가며 앞선 현안들에 대해 어떤 얘길 나눴는지 거듭 물었으나 김 전 위원장은 "할 얘기가 없어 나는", "얘기한 게 없어요"라고 답할 뿐 별다른 설명을 내놓진 않았다. '오늘 어떤 얘길 나누셨냐', '앞으로도 이 대표를 만날 계획이 있느냐', '이 대표가 중도층을 겨냥한 행보라는 데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냐'라는 취재진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지난 11일 중앙대 명예교수인 이상돈 전 국민의당 의원과도 만났다. 이 명예교수는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비대위에 합류해 김종인 전 위원장과 함께 활동했다.
이상돈 명예교수와의 회동 역시 이재명 대표 쪽에서 먼저 제안했고 배석자 없이 진행됐다고 한다. 당대표실 관계자는 "이 대표가 이상돈 전 의원과 오찬을 갖고 당선 인사와 함께 정국 운영에 대한 조언을 경청했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만남들은 민주당 대표 재임 이후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이 대표가 중도층을 겨냥해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이 대표는 앞으로도 재계·종교계·시민사회계 등 사회 각 분야 인사들과 만남을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