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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친구가 있다. 대학 동기로 지금까지 거의 45년지기 친구다. 퇴직하고 가평에 세컨드 하우스를 구입하고 주말마다 내려가서 농사를 짓는다. 고추와 들깨, 고구마, 땅콩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한다. 지난여름 모임 때 올해는 땅콩이 잘 된 것 같다며 땅콩 캐면 연락한다고 했다.

땅콩 수확 장면 수확한 땅콩이 알도 굵고 잘 여물었다.
▲ 땅콩 수확 장면 수확한 땅콩이 알도 굵고 잘 여물었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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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전에 친구가 단톡방에 글을 올렸다. 땅콩을 캤는데 알도 굵고 잘 되었다고 필요한 만큼 주문하라고 했다. 작년에는 수확한 땅콩이 많지 않아서 깐 땅콩을 2킬로 주문해서 먹었다. 평소에 땅콩을 사서 먹지 않는데, 프라이팬에 넣고 볶았더니 정말 고소하고 맛있어서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다 먹은 후에도 계속 땅콩이 생각나서 노점상에서 할머니가 파는 땅콩을 사서 볶아 먹었다.

올여름은 다른 해보다 정말 무더웠다. 무더위 속에서 텃밭 가꾸느라고 얼마나 고생했을지 짐작이 된다. 다행히 땅콩 농사가 잘 되었다고 하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 친구가 보내준 사진만 보아도 땅콩이 잘 되었다. 연락해 준 친구가 고마워서 바로 주문했다.

택배로 받은 땅콩 받은 땅콩을 아파트 베란다에서 1~2일 더 말렸다.
▲ 택배로 받은 땅콩 받은 땅콩을 아파트 베란다에서 1~2일 더 말렸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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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친구가 힘들게 땅콩 껍질을 벗겨서 보내주었는데 올해는 바빠서 껍질을 까지 못하고 피땅콩을 보내준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얼마만큼 주문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넉넉하게 5킬로그램을 주문했다.

택배로 주문한 땅콩이 도착했다. 도착한 땅콩은 하루 정도 더 말리고 까야 껍질이 잘 벗겨진다고 해서 바구니에 땅콩을 펴서 베란다에 내다 놓았다.

땅콩 껍질 벗기기 밤 까는 가위 등 도구를 이용하여 땅콩 껍질을 벗겼다.
▲ 땅콩 껍질 벗기기 밤 까는 가위 등 도구를 이용하여 땅콩 껍질을 벗겼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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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아서 땅콩이 잘 말랐다. 마른 땅콩을 가지고 들어와서 거실에 앉아서 껍질을 까는데 생각보다 어려왔다. 손이 아팠다. 남편이 그냥 손으로 벗기지 말고 밤 까는 가위로 껍질을 눌러서 까라고 했다. 남편도 도구를 가져와서 껍질 까는 것을 도와주어 무사히 껍질을 다 벗겼다. 땅콩은 알이 굵고 잘 여물었다.

껍질 벗긴 땅콩 껍질 벗긴 땅콩은 베란다 빨래 대에 올려 바짝 말렸다.
▲ 껍질 벗긴 땅콩 껍질 벗긴 땅콩은 베란다 빨래 대에 올려 바짝 말렸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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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 땅콩을 지퍼백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하려고 했다. 남편이 그냥 보관하면 습기가 생겨 땅콩이 눅눅해진다며 더 바짝 말려서 보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깐 땅콩을 바구니에 신문지를 깔고 베란다 빨래걸이에 올려서 며칠 말렸다.

땅콩 볶는 것도 요령이 필요하다

얼른 먹고 싶은 마음에 깐 땅콩을 프라이팬에 넣고 볶았다. 기억에 작년에는 10분 정도 중불에서 볶았던 것 같아서 10분 타이머를 맞추어 놓고 볶았는데 노릇노릇하지 않아서 5분 정도 더 볶았다. 양이 조금 많았던 것 같다.

첫 번째 볶은 실패한 땅콩 땅콩을 너무 많이 볶아서인지 잘 안 볶아진 땅콩을 다시 볶느라 조금 탔다.
▲ 첫 번째 볶은 실패한 땅콩 땅콩을 너무 많이 볶아서인지 잘 안 볶아진 땅콩을 다시 볶느라 조금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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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은 땅콩은 식혀서 용기에 담아두고 먹었는데 덜 볶아졌는지 속 껍질이 잘 벗겨지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조금 센 불에서 타기 직전까지 볶았더니 그제야 속 껍질이 잘 벗겨졌다. 땅콩을 바짝 볶아야 함을 알았다. 하지만 탄 땅콩은 약간 쓴맛이 났다.

지난번에 볶은 땅콩을 다 먹어서 다시 볶았다. 지난번에 볶은 땅콩이 속껍질이 잘 벗겨지지 않아서 이번에는 방법을 바꾸었다. 멸치볶음 만들 때도 전자레인지에 멸치를 넣고 먼저 돌려주면 수분이 날아가서 바삭바삭한 멸치볶음이 된다.

땅콩 볶는 요령 전자레인지에서 1차 굽고 ,프라이팬에서 볶았더니 맛있는 땅콩이 되었다.
▲ 땅콩 볶는 요령 전자레인지에서 1차 굽고 ,프라이팬에서 볶았더니 맛있는 땅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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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을 멸치볶음 할 때처럼 전자레인지에서 3분 동안 익혀 수분을 날려준 다음 조금 식혀서 프라이팬에 볶아 보았다. 처음에 강불에서 4분 정도 볶다가 탈까 봐 중불에서 5~6분 정도 더 볶았더니 노릇노릇하게 볶아졌다. 볶을 때 타지 않도록 불 조절이 중요하다.

속껍질도 정말 잘 벗겨졌다. 이제 땅콩 볶는 것은 지금처럼 하면 되겠다. 노릇노릇 볶아진 땅콩은 정말 고소하고 맛있었다. 상점에서 파는 땅콩과는 비교도 안 되는 맛이다.

손이 가요 손이 가... 땅콩에 자꾸 손이 간다

땅콩은 고열량, 고단백 식품으로 13종의 비타민과 26종의 무기질 등 영양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건강식품이라고 한다. 또한 콜레스테롤을 감소시켜 주고, 동맥 경화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고혈압 약과 고지혈증 약을 먹고 있는 나에게는 안성맞춤 식품이다.

또한 치매 위험성이 높은 노년층에게 두뇌 기능을 증진시켜 주고 노화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고 하니 꾸준히 잘 먹어야 하겠다. 무슨 음식이든 너무 많이 먹으면 안 좋으니 매일 조금씩 먹는 것이 중요하다.

국산 땅콩은 정말 귀하다. 친구와 남편이 올여름 무더위 속에서 농사지은 거라서 더 귀한 땅콩이다. 햇빛에 말린 땅콩을 한 번 먹을 정도로 나누어 지퍼백에 넣었다. 한 봉지에 500그램 정도 된다. 잘 말라서 냉장고에 넣지 않고 실온에 두어도 될 것 같다. 한 번에 너무 많이 볶는 것보다는 조금씩 볶는 것이 잘 볶아진다.

친구 덕분에 고소한 국산 땅콩을 올해도 먹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볶은 땅콩은 한동안 우리 집 귀한 간식이 될 거다. 나는 평소에 과자 등 간식을 잘 먹지 않는데 점심에도 저녁에도 땅콩에 자꾸 손이 간다. 가을 내내 아껴서 먹어야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 스토리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60대 이상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
#국산햇땅콩#땅콩볶는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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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교원입니다. 등단시인이고, 에세이를 씁니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기사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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