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관저 공사 특혜 의혹과 관련해 '맹탕' 감사 결과를 내놓은 감사원에 대해 야권이 관련 법에 따라 회의록 제출을 요구하자, 한 감사위원이 "관습법을 따라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24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지난 15일 국감에 이어 감사원의 회의록 제출과 관련한 공방이 이어졌다. 앞서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 특혜 의혹을 감사하고도, 수십억 원의 수의계약을 따낸 업체 '21그램'을 추천한 인물이 누구인지 밝혀내지 못한 감사원이 회의록 제출을 거부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인사말에서 감사원장이 (회의록 제출을 거부하며) 법사위의 관행을 얘기했는데, 대한민국은 관례의 국가가 아니라 법치국가"라며 "또 여야가 합의할 경우 예외적으로 공개해 왔다고 하는데, 국회법 어딜 봐도, 관련 법률을 어떻게 봐도, 여야 합의가 있을 때만 제출한다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증언감정법에는 직무상 비밀에 속한다는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고 돼 있다"고 덧붙였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감사원은 독립성, 중립성이 중시되는 기관"이라며 "감사 회의록이 공개되면 감사위원들의 발언이 굉장히 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야 간 공방이 계속되자 정청래 위원장은 국감장에 출석한 감사원 감사위원들에게 회의록 제출과 관련한 개인적 견해를 각각 물었다.
이미현 감사위원 "관행도 존중될 필요 있어"...빵 터진 야당 의원들
이에 사견임을 전제로 일부 감사위원들은 "법적 요건에 맞으면 공개해야 한다", "법률에 따라 국회 법사위의 의결이 있으면 공개가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반면 "회의록이 공개될 경우 (감사 관련 의견 개진이) 위축되는 것이 사실이다", "특별한 사유 없이 공개되면 감사원의 독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런데 이 가운데 한 감사위원이 '관습법'을 거론하며 회의록 제출 거부에 힘을 싣는 주장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이미현 감사위원은 "(정청래 위원장이) 법률대로 집행해야 한다 말씀했는데, 우리나라는 성문법 국가이지만, 성문법 규정에 없으면 관습법이 보충적인 역할을 한다"며 "국회법에 정면으로 벗어나지 않는 관행이 오랫동안 유지됐다면, 관행도 존중될 필요가 있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청래 위원장은 즉각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지금이 조선시대인가. 무슨 관습법을 얘기하나. 정말 경악스럽다"며 "성문화된, 글자로 적혀 있는 법에 따라 감사원도 감사 행위를 하는 것이다. 그런 법 집행기관이 관습법을 이야기하나. 경천동지 할 일"이라고 직격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이에 동조하며 실소를 보이기도 했다.
이어 공방은 평행선을 달렸고, 정청래 위원장은 대통령 관저 의혹 관련 회의록과 의견서 제출에 대해 법사위 여야 간사간 협의를 요구했다. 오는 25일 법사위 감사원 종합감사가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