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안인항에 설치된 조형물이 관리 소홀로 인해 심각하게 망가져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어선을 상징하는 철 구조물은 녹이 슬고 나무로 만든 난간들은 부러지고 널브러져 있다.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태다. 지난 10월 25일 현장을 방문했다.
망가진 조형물 사이로 어선 사고에 대한 주의 사항을 알리는 플래카드와 어민들이 사용하던 어구들만 나뒹굴고 있다.
안인항을 찾은 관광객 A씨는 "이 조형물이 이렇게 방치된 것은 정말 안타깝다. 아름다운 항구의 경관이 이 조형물 때문에 망가져 보인다"고 전했다. 또 다른 방문객 B씨는 "아이들이 이곳에서 놀다가 다칠까 걱정이다. 조속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항포구 앞에 방치된 폐타이어와 준설된 모래는 방문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한 관광객은 " 항구가 예뻐서 사진을 담으러 왔는데, 이렇게 망가진 조형물은 상상도 못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강릉 안인항은 약 40여 척의 어선이 정박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협소하고, 주차장도 비좁은 상황이라서 조형물 설치 계획이 추진될 당시 어민들은 이에 반대했다.
안인어촌계 이원규 계장은 "항구 공간이 비좁고 사후 관리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어 반대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이곳에 배를 정박해 놓는 어민은 "몇 번에 걸쳐 철거 요청을 했는데 방치하고 있다" 며 불만을 제기했고 또 다른 어민은 "조형물을 빨리 철거해 배를 한 대라도 더 정박할 수 있게 해 달라" 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관리 부재와 환경적 요인에 기인한다고 말하고 있다. 해양의 염분과 습기 때문에 조형물의 내구성이 떨어지고 있으며, 정기적인 유지보수와 점검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관계기관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 현재 조형물을 철거하고 주차장 및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동해안의 각 항포구에는 특성화된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지만, 관리 부족과 어민들의 공감대 부족으로 방치된 상태다. 항구의 특성을 반영하면서 어민들의 요구를 조화롭게 반영한 조형물을 설치하면 미적 가치를 높이고 어민들의 생업에도 지장을 주지 않는 상생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