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의에 죽고 참에 살자(1960.4.19.)
의에 죽고 참에 살자(1960.4.19.) ⓒ 문화재청

1960년 4월혁명 공간은 1945년 8.15해방 공간과 유사한 형태로 진행되었다. 독재정권에 부역했거나 침묵했던 자들까지 제각각 명분과 잇속을 드러내며 목청을 높혔다.

유림 등이 '7인공동성명'에서 제기했던 "'보수'를 운위함은 그들이 가진 죄악의 전통을 정당화하여 영구유지하자는 의미밖에 없고, 자신의 과거 생활과 엄청나게 상반되는 '혁신'을 고성질호"하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그는 혁신동지연맹 결성을 서둘렀다. 먼저 자신과 장건상·권오순·박석홍·최천택 등 5인을 최고위원으로 하는 '혁신동지연맹결성대회준비위원회'를 결성했다. 그가 기초한 것으로 알려진 <혁신동지총연맹 결성대회 준비선언문>은 시대정신을 오롯이 담고 있다.

선언문

민족반역자들을 기간으로 한 이승만 정권의 포악무도한 억압·약탈·살육 밑에서 생명 재산의 보장을 잃고 기아·공포로 신음하던 국민들은 골수에 사무친 원한을 해소할 길이 없이 이 정권의 멸망을 절치부심으로 축원했다.

4월혁명은 민원의 폭발, 시대의 요구, 역사의 진전, 정의의 승리, 민족갱생의 함성이다. 이 독재가 붕괴되자 국민의 환성과 함께 자유 신건설의 서광이 이 강산의 도시촌야에 충만하여 국민은 모든 고난을 잊어버리고, 용기백배로 새 출발을 준비하였으며, 무한 번영이 약속된 조국은 세계 만국으로부터 축복되었던 것이나, 날이 갈수록 사태는 국민의 기대와 우방의 희망에 배치되기 시작하여, 필경은 유심자로 하여금 환멸을 느끼지 아니치 못한 정세에 이르렀다.

소위 과도정부는 부여된 바 반혁명세력 재기의 방지를 기본으로 한 혁명질서 유지 임무와 혁명 성격을 가진 제2공화국 건설 준비에 관한 초당파적인 봉사의 임무를 완수치는 못하면서, 주제넘게 직권 한계를 일탈하여 불급부당한 행사로 지반을 공고를 도모, 혁명적 활동을 제지함으로써 반혁명 세력의 재기에 기회를 제공, 강대한 당파의 세력신장을 방조함으로써 제2공화국 건설에 암적 요소를 침입케 하는 등 과오의 구체 사실을 구거할 수 없다.

이승만 도당의 잔졸들이 살인·강도의 직물인 지위·이익·재산 등을 이용하여 다방면으로 호인공작에 광분할 뿐 아니라 모당과 결탁하여 제2공화국 정권에 참여할 계획을 공공연히 전개하고 있다.

왜총독·미군정·이 독재에 때 맞추어 헌충하며, 사리를 위해서는 못할 일이 없었고, 애국자를 사갈과 같이 증오·모욕하던 주구두목 자본가, 지주·토호·열심을 토대로 한 모 집단은 이씨에게 '국부'의 망칭을 봉택하고, 독재기구를 조작 진상하여, 권력을 분여 받아 독재를 조장하는 한편, 동포를 기탄없이 압박 착취 도살하였던 것이다.

이 부류는 민주주의를 독점하고, 애국애족을 전매하여 그들에게 순종 아니하면 공인된 애국자나 저명한 혁명자라도 가차없이 이단반역으로 규정하였던 것이다.(중략)
우리의 생존 번영이 오직 이 땅에 참된 민주국가의 건설만으로서 만능한 것이므로 우리의 4월혁명은 불란서의 2월혁명 위와 같은 반혁명 질서의 복고를 용인 아니할 것이고, 러시아의 10월혁명처럼 1당전정으로 귀결치 아니할 것이고, 양의 가죽을 쓴 이리떼가 혁명의 핏자국에서 설칠 기회를 찾도록 두고보지 아니할 것이다.

우리도 새 옷을 끊어서 헌 옷을 깁지 않고, 각자의 특이한 정치신조를 가진 애국자·혁명청년·노농대중·양심적 지식인들과 초당파적으로 총 연결하여 공동투쟁으로서 모든 반혁명 사이비혁신 등을 우리 국민의 생존번영에 필요한 모든 면에서도 자유·평등·박애를 기본으로 새로운 국가시책을 재편성하며, 밖으로 국가의 완전독립을 회복하고, 안으로 자유 행복한 사회를 건설하려 한다.

우리에게는 민족해방과 사회혁명이 일물(一物)의 양면이며,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사이에 명확한 계선(界線)을 인정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우리는 역사의 실험실에서 이미 고전화된 어떤 원리를 외국으로부터 수입하여 발을 깎아 신에 맞추는 것처럼 우리가 그 원리에 적응되려는 것이 아니고, 모든 일에 우리의 전통, 시대의 주위에 적합한 실정을 파악하여 관리함으로써 우리가 능동으로 독특한 체계를 창조하려는 것이고, 더욱 모든 것을 공개·평화·합법적 수단으로 실현하려 한다.

인류의 혁명이 영원히 연속되고, 진화될 것이므로 본 연맹도 영구히 존속 발전될 것이며 국제민주세력과 제휴하여 전인류 해방에 지역적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혁신동지총연맹을 조직하고, 전혁신동지들이 참가하여 공동투쟁하기를 간청한다.

세계 민주혁명 만세!
대한민주혁신 만세!

서기 1960년 5월 27일
혁신동지연맹결성대회 준비위원회
최고위원 유림·장건상·권오순·박석홍·최천택. (주석 1)

주석
1> <단주 유림 자료집>, 137~140쪽.(발췌)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아나키스트 독립운동가 단주 유림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유림평전#유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이 기자의 최신기사68세 서거... 사회장으로 장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