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의 산술, 대국 중화인의 기질

[디카시로 여는 세상 - 시즌2 중국 정주편 ⑬] <황제 보정(黃帝寶鼎)>

등록 2016.05.09 12:34수정 2016.05.0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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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보정 ⓒ 이상옥


우린 거인국에 온 게 분명해
뭐가 이렇게 커
-이상옥의 디카시 <황제 보정(黃帝寶鼎)>


정주 근교 신정시(新郑市)에 중국 문명의 개조 황제(黃帝)의 고향이 있다. 지난 주말 정주에서 버스를 몇 번 바꿔 타고 신정 황제 고리(黃帝故里)에 들어서니 제일 먼저 눈길을 끈 것이, 황제 보정(黃帝寶鼎)이었다.

이 보정은 24톤이나 되는 매머드 급으로 황제 왕권을 상징하는 것이다. 고대 왕조는 신권(神權)의 제정일치로써 정치와 교화를 관장하며 하늘에 제사를 지내며 신의 뜻을 받들었다. 제사 지낼 때 희생을 삶는 솥이 왕권의 상징이 된 것은 극히 자연스럽다 하겠다.

중국 문명의 개조 황제(黃帝) 헌원(軒轅)

황제 보정의 규모가 그만큼 큰 것은 황제에 대한 중국인들의 인식을 반영한다. <한서(漢書)>에 의하면 옛날에 황제 헌원이 배와 수레를 만들어 백성에게 천하를 돌아다닐 수 있게 하고, 중국의 모든 나라를 건설하여 천하가 평화로워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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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고리 입구 돌로 만든 정문의 규모가 황제의 권위를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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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 안 황제상 머리 위의 인문초조(人文初祖)라는 현판이 황제가 중화문명의 개조임을 말하다. ⓒ 이상옥


황제가 중국을 통일해 국가를 최초로 세운 시조라는 것은, <사기(史記)>의 '오제본기(五帝本紀)'의 기록과도 일치한다. 오제본기에는 황제가 동쪽으로 진출하여 염제(炎帝)를 물리치고 연맹을 결성하고, 구려족(九黎族)의 우두머리 치우(蚩尤)와 싸워 이긴 뒤 연맹의 우두머리가 되었다고 전한다.


황제는 배를 만들어 뱃길을 따라 물건을 통용하게 하고, 수레도 만들어 짐을 나르게 하고,  정전(井田)제도도 창시했으며, 하늘에 제사를 지내며 교화를 베풀었다. 또한 궁실(宮室)을 만들어 더위와 추위를 피해 거주하게 하며, 옷을 처음 만들어 예절을 가르치는 데 도움을 주고 법률도 만들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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훤원황제(軒轅黃帝)의 거대한 석상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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炎黃子孫不忘始祖(염황자손 불망시조)는 염제 신농과 항제 헌원의 자손임을 잊지 말라는 뿌리의식, 근자에는 치우까지 포괄하여 삼조로 모신다. ⓒ 이상옥


사마천 이후 중국인들은 중국 문명의 개조 황제의 자손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황제의 상징성에 변화가 있다고 한다. 80년대 개혁과 개방을 표방하며 중국인들은 황제만의 자손이 아니라 '염제와 황제의 자손(炎黃之孫)'이라 하며, 나아가 치우까지 그들의 조상으로 받든다. 중국 허난성 중화삼조당(中華三祖堂)에 중화민족의 세 조상으로 황제(黃帝)의 상 양 옆에 염제, 치우의 상이 나란히 모셔져 있는 것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다민족일체의 거대 중화민국 건설

중화삼조당은 거대 중국 대륙이 한족을 중심으로 56개 다민족일체의 중화민국을 건설하고자 하는 심오한 상징이다. 한족을 포괄하여 55개 소수민족까지 하나의 혈연공동체가 되고자 하는 원대한 꿈이 황제를 넘어서 염제와 치우까지 중화인의 조상으로 모시는 것이다. 황제와 라이벌이었던 염제, 치우까지 세 조상으로 모시는 것은 배제가 아니라 포괄의 산술로써 과연 대국 중화인의 기질답다 하겠다.
덧붙이는 글 올 3월 1일부터 중국 정주에 거주하며 디카시로 중국 대륙의 풍물들을 포착하고, 그 느낌을 사진 이미지와 함께 산문으로 풀어낸다.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감흥)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
#디카시 #황제 #훤원 #대륙기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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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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