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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수사 받는 경찰, '윗선' 중대범죄 처벌도 가능하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통한 증거 확보가 관건... "독립조사기구 필요" 목소리도

등록 2022.11.03 05:09수정 2022.11.03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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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윤 경찰청장은 “안타깝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사고로 인해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고 애도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윤 경찰청장은 “안타깝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사고로 인해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고 애도했다.유성호
 
경찰이 '이태원 압사 참사' 발생 직전 여러 차례 사고 위험을 호소하는 신고가 있었는데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대응 미흡을 인정한 윤희근 경찰청장이 관련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공언하면서 형사처벌 가능성이 주목된다. 

법조계에선 국가 손해배상 가능성(민사)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관련자들을 중대범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형사처벌을 위해선 보다 구체적인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신중론과 함께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해보면 일선 지구대의 인력으로 112 신고센터 신고를 제대로 소화하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결국 책임은 위에서 져야 하는데 지구대에서 윗선에 인력을 요청했는데도 이를 뭉갰다면 업무상과실치사나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까지도 가능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형법상 과실은 주의의무 위반을 범해야 하는데 주의의무 위반은 예견과 회피가 가능했던 결과를 초래했을 때 성립한다. 즉 이태원 참사는 예견 가능성도 있었고 (경찰 인력을 보냈다면 참사를) 회피할 가능성도 있었다"라며 "만약 핼러윈을 앞두고 일선의 인력 요청이 있었다면 예견·회피 가능성이 있었다는 건데 이를 윗선에서 이행하지 않았다면 업무상과실치사가 인정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증인지위에 있는 자가 보증인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람을 사망하게 하면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성립된다. 그래서 세월호 선장에게도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인정됐다"라며 "112 신고채널로 신고가 쏟아지고 일선 지구대에서 인력 요청을 했음에도 윗선 누군가 제대로 결정을 안 했다면 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대표변호사는 구체적 증거 수집을 위한 진상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 변호사는 "현재로서는 (신고를 받고 나간) 경찰이 구체적으로 현장에서 어떤 조치를 내렸고 이후 상부에서 어떤 지침을 내렸는지 조사가 전제돼야 한다"면서 "국가가 안전관리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건 맞지만 사람이 그렇게 많이 사망할 것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는 다른 문제다. 진상조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양 변호사는 "현장에서 신고를 뭉갰거나 혹은 위쪽에서 (보고를) 무시한 구체적인 증거가 나올 때는 직무유기를 비롯해 형사처벌 가능성이 생긴다"면서 "그러니 조사를 통해 증거들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한 시각은 지난 10월 29일 밤 10시 15분께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4시간여 전인 오후 6시 34분 "사람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당할 것 같다"는 내용으로 경찰 신고가 처음 접수됐다. 이후 첫 신고를 포함해 참사 직전까지 총 11차례 신고가 이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112신고 규칙대로 처리했는지 확인하면 잘못한 부분이 나올 것"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한 골목길로 향하는 길이 경찰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한 골목길로 향하는 길이 경찰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권우성
 
염전 노동착취 사건 등을 대리해 국가배상 판결을 받아낸 최정규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는 '112종합상황실 운영 및 신고처리 규칙'을 제대로 따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해당 규칙은 상황실에서 1차적으로 파악해 (현장에) 코드를 분류해 지령을 내리고, 그 지령에 따라 현장에서 경찰들이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라면서 "그 순서를 처음부터 확인하면 어디서 잘못을 했는지 드러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경찰청 예규인 '112종합상황실 운영 및 신고처리 규칙'에는 "심각한 공공의 위험 제거 및 방지를 위해 최우선 출동이 필요한 경우 112요원이 코드1으로 분류한다"면서 "(현장에서) 코드1 지령을 받았을 경우, 다른 업무에 우선하여 최우선 출동"하도록 돼 있다.

또 해당 예규에는 ▲ 현장에 도착한 즉시 도착 사실과 함께 간략한 현장 상황을 보고하고(최초보고), ▲현장 상황에 변화가 발생하거나 현장조치에 지원이 필요한 경우 수시로 보고하며(수시보고), ▲현장 초동조치가 종결된 경우 확인된 사건의 진상, 사건의 처리내용 및 결과 등을 상세히 보고(종결보고)하도록 규정됐다.

최 변호사의 지적대로 코드분류부터 지령 하달, 현장 대응까지 규칙대로 행동하도록 세부적으로 지침을 마련해 놓은 것이다. 그러나 참사 당일 112종합상황실에 접수된 11건의 신고 중 7건에 대해 '우선출동'에 해당하는 코드1 지령을 내리고, 1건에 대해서는 '최단시간 내 출동'을 의미하는 코드0 지령을 내렸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 있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4번만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이 경찰을 어떻게 수사하나... 독립조사기구 필요"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전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전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유성호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서는 경찰이 경찰을 수사하지 말고 독립적인 조사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면산 산사태 사고 등 사회적 재난 사건을 다뤄온 김영희 변호사는 "경찰은 현재 수사대상"이라면서 "경찰청 차원의 특별수사본부가 마련됐다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독립적인 조사기구"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경찰과 서울시·용산구·정부 전부 조사 범위에 포함돼야 한다. 경찰청이 특별 기구를 만들어 수사한다 하지만 경찰이 경찰을 수사하는 상황을 포함해 어느 국민이 이를 제대로 믿겠나"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령으로 위원회 설치를 명령하면 강제수사권 등 독립적인 권한을 지닌 위원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 대통령이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증거 보존이 우선"이라면서 "실질적이고 독립적인 권한을 가진 독립조사기구가 바로 만들어져 진상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경찰청은 이번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관할 경찰서장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을 대기 발령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도 2일 오후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을 포함한 8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태원 #압사 #참사 #경찰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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