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윤 경찰청장은 “안타깝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사고로 인해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고 애도했다.
유성호
경찰이 '이태원 압사 참사' 발생 직전 여러 차례 사고 위험을 호소하는 신고가 있었는데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대응 미흡을 인정한 윤희근 경찰청장이 관련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공언하면서 형사처벌 가능성이 주목된다.
법조계에선 국가 손해배상 가능성(민사)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관련자들을 중대범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형사처벌을 위해선 보다 구체적인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신중론과 함께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해보면 일선 지구대의 인력으로 112 신고센터 신고를 제대로 소화하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결국 책임은 위에서 져야 하는데 지구대에서 윗선에 인력을 요청했는데도 이를 뭉갰다면 업무상과실치사나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까지도 가능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형법상 과실은 주의의무 위반을 범해야 하는데 주의의무 위반은 예견과 회피가 가능했던 결과를 초래했을 때 성립한다. 즉 이태원 참사는 예견 가능성도 있었고 (경찰 인력을 보냈다면 참사를) 회피할 가능성도 있었다"라며 "만약 핼러윈을 앞두고 일선의 인력 요청이 있었다면 예견·회피 가능성이 있었다는 건데 이를 윗선에서 이행하지 않았다면 업무상과실치사가 인정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증인지위에 있는 자가 보증인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람을 사망하게 하면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성립된다. 그래서 세월호 선장에게도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인정됐다"라며 "112 신고채널로 신고가 쏟아지고 일선 지구대에서 인력 요청을 했음에도 윗선 누군가 제대로 결정을 안 했다면 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대표변호사는 구체적 증거 수집을 위한 진상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 변호사는 "현재로서는 (신고를 받고 나간) 경찰이 구체적으로 현장에서 어떤 조치를 내렸고 이후 상부에서 어떤 지침을 내렸는지 조사가 전제돼야 한다"면서 "국가가 안전관리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건 맞지만 사람이 그렇게 많이 사망할 것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는 다른 문제다. 진상조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양 변호사는 "현장에서 신고를 뭉갰거나 혹은 위쪽에서 (보고를) 무시한 구체적인 증거가 나올 때는 직무유기를 비롯해 형사처벌 가능성이 생긴다"면서 "그러니 조사를 통해 증거들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한 시각은 지난 10월 29일 밤 10시 15분께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4시간여 전인 오후 6시 34분 "사람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당할 것 같다"는 내용으로 경찰 신고가 처음 접수됐다. 이후 첫 신고를 포함해 참사 직전까지 총 11차례 신고가 이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112신고 규칙대로 처리했는지 확인하면 잘못한 부분이 나올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