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회장은 거짓말 하고 있다
회사채 발행 자체 원인무효 소지"

[인터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김상조 교수의 반박

등록 2002.11.05 11:44수정 2002.11.1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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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최근 두산그룹 지배주주 총수일가의 편법성 주식 증여의혹과 관련,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김상조(한성대 교수) 소장은 "지난 99년 7월 15일 (주)두산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옵션으로 들어간 회사채를 발행했고, 박용성 등 두산지배주주 일가는 동양종금으로부터 70%에 달하는 문제의 BW를 인수했다"면서 "인수자(동양종금)의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BW가 발행됐다는 박용성 회장의 해명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최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두산이 BW에 걸어놓은 발행가격 조정규정(Refixing Clause)은 일부 소수 인수자에게 항상 이득만 되는 옵션"이라며 "국내 코스닥시장에서도 대주주들이 이같은 옵션을 사용한 BW 등을 발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대주주의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같은 옵션 규정은 미국, 일본 등 증권 선진국에서는 생각하기도 어려운 거래"라면서 "법적으로 (두산의 회사채 발행 자체가)원천 무효가 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두산그룹을 비롯해 최근 LG, SK, 한화그룹 등의 각종 불법적 주식거래와 관련해, 김 소장은 "현 정부의 재벌 개혁이 제도적으로는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개혁 대상이었던 재벌들의 실천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정부가) 재벌 개혁의 성과를 너무 급하게 내려다가 오히려 개혁의 대상(재벌)과 손을 잡다가 결국 개혁 자체가 물거품 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10월 30일치 <연합뉴스>에 따르면, 박용성 두산중공업회장(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날 참여연대의 편법성 주식증여 의혹과 관련, "BW는 법 절차에 따라 발행했으며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BW를 붙여주면 회사채를 인수하겠다고 해서 발행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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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김 소장과의 일문일답.

- 최근 두산그룹 총수일가의 편법증여 의혹에 대해 박용성 회장이 '그런일 없다'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박 회장이) 회사채 발행할 때 BW를 붙여주면 인수하겠다고 해서 발행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거짓말입니다. BW가 발행된 후 회사채와 BW가 분리됐고, 분리된 BW의 70% 가까이를 대주주들이 가져갔어요. 그리고 이것을 다시 (4세들에게) 넘겼단 말입니다. 행사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옵션(Refixing Clause)까지 들어가 있는 BW에 대해서는 공시도 하지 않고 말입니다. 이에 대한 법적인 검토을 진행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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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두산그룹 사옥 전경 ⓒ 오마이뉴스 공희정

- 두산쪽에서는 공시를 했다고 하는데.
"그쪽에서 자꾸 공시를 했다고 하는데, 금융감독원에 보고만 하면 그것이 무슨 공시의 의미가 있습니까. 공시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시장에서 일반투자자들도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예요. 그렇지 못한 것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행사가격 조정규정(Refixing Clause)이라는 가장 중요한 공시내용을 빠뜨린 것은 의도적이며, 불성실 공시 중 대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행사가격 조정규정이 어떻게 문제가 되는지 다시 설명을 해주시죠.
"회사채라는 상품에 BW(새로운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채권)가 옵션으로 붙은 것인데, 이번 두산 BW건의 경우 '리픽싱(Refixing)'이라는 내부 옵션이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이것은 말도 안되는 옵션입니다. 내용을 보면, BW를 인수한 사람은 앞으로 주가가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새로운 주식을 살 수 있는 가격도 함께 낮아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주가가 오르면 새로운 주식도 오른만큼 비싸게 사도록 해야되는데, 이것은 그렇지 않아요. 이 채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항상 이득을 볼 수밖에 없는 '플러스' 옵션인 셈이죠.

- 외국에도 이같은 사례가 있습니까.
"이같은 옵션이 붙은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주식시장이 발달했다는) 미국에서는 찾아볼 수도 없고, 일본에서도 이제껏 한 건 정도밖에 알려져 있지 않을 정도입니다. 왜냐면 거래라는 것이 항상 한쪽편에 이득이 되면 그 거래가 가능하겠습니까. 따라서 일부에서는 법적으로 이같은 옵션이 붙은 회사채 발행 자체가 원인무효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 국내에서는 어떻습니까. 두산 말고 다른 기업들도 사례가 있습니까.
"대기업에서는 별로 없지만, 문제는 이같은 옵션이 붙은 BW가 국내 코스닥 시장에서 만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 참여연대쪽 변호사가 직접 이같은 내용을 확인했어요. 일부에서는 코스닥 기업의 80%가 이같은 옵션을 붙여서 BW 등을 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큰 문제라고 봅니다. 요즘같이 (코스닥) 시장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BW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BW를 행사한다면 주식물량이 엄청나게 늘어납니다. 왜냐하면 싸게 많은 주식을 살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그 많은 물량 부담 때문이라도 앞으로 코스닥에서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 금융감독원 등 감독기관에서는 이같은 내용을 모르고 있을까요.
" 더 큰 문제가 (금융감독원쪽에서도) 알고 있으면서도 손을 쓸 수가 없다는 겁니다. 그 변호사가 직접 코스닥 등록 벤처기업을 골라 이같은 사례를 금융감독원쪽에 말하니까, 그쪽에서도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워낙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거예요."

- 두산그룹 이외에 최근들어 LG, SK 등 재벌들의 편법증여, 이중거래 등이 잇달아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재벌들의 행태가 외환위기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하는데요.
"제도면에서는 분명히 외환위기 이전과 비교할 때 많은 변화가 있어요. 기업 투명성을 위해 법과 제도의 개선은 이뤄졌는데, 문제는 이같은 제도가 현실에서 전혀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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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성 두산중공업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장 ⓒ 대한상공회의소

이유는 두가지인데, 하나는 재벌 개혁과정에서 주체인 정부가 대상인 재벌총수와 직접 협상을 해가며 개혁을 추진했다는 점입니다. 현 정부가 집권 초기, 개혁에 대한 단기적인 성과를 내는데 시간에 쫓겼고, 이를 위해 재벌총수들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협상을 했던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소액주주와 같이 일반 시장참여자들이 이들 불법 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미흡했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기업과 금융 시장에 대해 감독기능을 가진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현 정부의 재벌개혁이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
"사실상 실패했다고 봅니다. 이미 지난해 5월 정부와 재계의 간담회이후, 재벌정책에 대한 재계의 반발이 먹혀 들어갔고, 개혁의 후퇴로 이어졌죠. 정부도 미국발 경기침체에 대한 경기불안에 조급해 하면서 장기적 개혁과제였던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 등 중요한 정책들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소수 정권의 한계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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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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