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모기떼 다리 비비는 그 음산한 소리!

천왕동으로 이사하던 첫날밤

등록 2007.07.22 13:11수정 2007.07.22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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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늦은 저녁 시간에 산 밑의 천왕동 집으로 이사했을 때의 일이다. 이사를 빨리 가지 못해서 빈집으로 약 한달 가량 있었던 점을 생각지 못했다. 누군가가 아무도 없는 한지 창호지문의 문구멍을 장난삼아 요리조리 뚫어 놓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어야 했다.

이삿짐 나르느라 피곤도 하고 시장기가 있는 친정어머님, 남편, 시동생과 함께 광명시에 있는 음식점에 가서 삼계탕을 들었다. 그리고는 남편과 막내시동생은 광명시에 있는 시댁에서 잠을 자겠다고 장모님과 내게 인사한 후 돌아갔다. 이삿짐을 나를 땐 미처 눈치 채지 못했다. 이삿짐이 주는 중압감 때문에 어서 이삿짐을 방이나 마루에 옮겨 놓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하루종일 이삿짐을 꾸리고 날라서 풀던 엄마와 나는 그 자리에 눌러 앉아서 마냥 자고 싶어서 잠시 눈을 감고 있었다. 산 밑이라 약간의 모기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은 했다.

갑자기 겨울날 세차게 윙윙 부는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낙엽이든 종이든 몽땅 휩쓸려 갈 것만 같은 음산한 그런 소리였다. "엄마, 이 소리가 무슨 소리인줄 아세요?" 엄마는 모기소리라고 말했다. "무슨 모기 소리가 이리도 요란하냐"고 나는 엄마에게 되물었다. "워낙 모기가 떼로 몰려서 자기들끼리 다리를 비비니 그런 소리가 난다"고 엄마는 말했다.

아무리 피곤해도 그대로 잠을 청해선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가 6월 중순이긴 했지만 모기떼의 침입은 대단한 전쟁을 치르는 듯한 위협감을 엄마에게도 내게도 느끼게 해준 그런 밤이었다.

이삿짐을 나르느라 지친 엄마와 나에게 잘못하면 모기떼가 물어서 커다란 병을 안겨 줄 것만 같았다. 특히 몸이 약하고 연세도 드신 그런 엄마를 모기란 놈들이 물어서 돌아가시게 하진 않을까 하는 염려가 내 마음을 짓누르기 시작하였다.

모기향을 사러 동네 구멍가계로 내려가 보니 모기향이 없다고 하였다. 할 수 없이 어머니의 치맛자락 같이 길게 드리워진 산자락을 따라 약 한 정거장 정도로 계속 걸어가서 오류동 근처의 슈퍼에서 일단 모기향을 사올 수 있었다. 슈퍼에서 모기향에 불을 붙일 라이터를 사왔어야 했다. 깜빡 잊고 사오지 못해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혹시 라이터 가진 것 있느냐고 일일이 물어보아서 다행히 한 사람에게서 라이터를 빌려 모기향에 붙일 수 있었다.

혼자서 그 요란한 모기떼의 공격을 받으며 두려움에 떠셨을 엄마를 생각하며 나는 땀을 흘리며 뛰어서 돌아왔다. 아마 그 시간이 30~40분쯤은 족히 되었을 시간이었다.

엄마는 너무도 피곤하셨는지 눈에 눈꼽까지 계속 큰 덩어리로 끼어서 휴지로 자주 닦아내야만 했다. 자식의 이삿짐을 나르느라고 그토록 만신창이가 되신 어머님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 상태에서 그 요란한 산 속 모기떼의 공격을 받으셨다면, 저항력이 없으신 몸이라 어찌 되었을지 13년이 지난 지금도 아찔하게 느껴지곤 한다.

4살 된 아들과 7살 난 딸을 광명시에 있는 시댁에 맡겨두고 이삿짐을 나르길 너무나 잘했다고 그때 엄마와 난 이야길 했던 기억이 난다.

내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공격은 그때 그 산 밑의 빈집의 모기떼의 공격이었다. 모기가 문창호지를 통해 방안에 침입해서 숨었다가 밤중에 그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엄마와 내 피를 노렸다고 생각해보라.

흡혈귀와의 그날 밤 전쟁은 그래도 사람이 모기향이란 향으로 이길 순 있었다. 하지만 내 인생동안 잊혀질 수 없는 어떤 악몽을 꾼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지금은 그때 그 모기로 인하여 몸 고생, 마음고생 하셨던 그 엄마는 하늘나라로 가신지 여러 해가 된다.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돌아가신 엄마에게 너무도 죄스런 마음이 들곤 한다.

모기와의 전쟁은 해마다 여름이면 치워야만 할 우리들의 과제이긴 하다. 그 집에서 여름을 보낼 땐 4살 된 아들은 유난히 모기가 물어서 이마엔 앞짱구가 늘 되었고, 팔뚝에도 혹을 여러 개 달고 다닌 것처럼 딱딱하게 굳은 모기에 물린 흔적들을 지니고 살았다. 만약에 칼라민 로션이 그 당시에 없었더라면 아들의 고통은 너무나 심했을 것이다. 모기가 물린 부위에 칼라민 로션을 자주 발라주면 딱딱하게 굳은 모기에 물린 흔적을 부드럽게 해주는 효과가 있었다.

모기와의 엄청난 대란을 그때 겪은 나로서는 웬만한 모기떼의 공격은 그래도 겁 없이 받곤 한다. 그때의 그 모기떼들을 생각하면서 한두 마리의 모기쯤은 별것 아니라고 내 자신에게 말하고 모기향 없이 견뎌내곤 한다. 그리고 해마다 여름 모기와의 전쟁을 치러 나가고 있다.

13년 전 그때 방안을 자세히 보니 천정에도 도배지를 바른 벽 모퉁이, 모퉁이에 온통 모기들이 달라 붙어있어서 모기들의 천국 같아 보였다. 그건 숫자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모기떼들이었다. 산속에 모기들이 몽땅 문창호지 구멍을 통해서 우리 집으로만 다 들어온 것 같았다. 천둥이 쳐도 번개가 번쩍일 때도 침착하다는 소릴 들은 나였다. 하지만 그 많은 모기떼, 그들의 발 비비는 소리에 아연실색하였고, 그 당혹감은 여름날 장맛비에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수재민의 심정만 같이 되어버렸다.

모기도 보통 모기가 아닌 산속의 모기는 유난히 까맣고 배가 통통 부른 그런 모기들이라 보기만 해도 사람의 피를 엄청나게 빨아들였을 것 같은 그런 모기와의 전쟁은 지금도 기억하고 싶지는 않지만 너무도 생생한 악몽으로 떠오르곤 한다.

덧붙이는 글 | <여름의 불청객 '모기'를 말한다> 응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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