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 또는 4자"... 남북 주도 '이이제이' 될 수도

등록 2007.10.05 12:05수정 2007.10.0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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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남북정상 공동선언'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한국전쟁 종전선언의 참여주체를 "3자 또는 4자"로 하기로 하는 여운을 남김에 따라 이를 둘러싼 논란이 전개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볼 때에, 4자일 경우에는 한국·북한·미국·중국이 참여할 것이라는 데에 별다른 이견이 없으나, 3자일 경우에 한국이 포함될 것인가 중국이 포함될 것인가가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배제된 종전선언은 의미가 별로 없기 때문에, 어느 경우든 간에 미국이 배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3자일 경우에 한국과 중국은 각각 하나의 핸디캡을 갖고 있다. 한국은 한국전쟁의 법적 주체가 아니라는 점에서, 중국은 현재 한반도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종전선언의 주체가 3자가 될지 4자가 될지 그리고 3자일 경우에 한국이 포함될지 여부는 앞으로의 상황 전개를 지켜보아야만 알 수 있는 일이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확실히 판단할 수 있는 점은 다음 두 가지라고 볼 수 있다.

첫째, 3자회담이 될 경우에 한국의 참여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점이다. 종래의 상황 하에서는 한국이 3자회담의 주체가 되기 힘들었다. 왜냐하면,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은 한국전쟁의 법적 주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하여 이번 공동선언 제4조를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


여기서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라는 문구 외에도 "남과 북은 …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라는 전체 문장의 주어부와 술어부다. 이에 따르면, 적어도 문구상으로는 3자냐 4자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남과 북이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주체가 남과 북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종전선언이라는 '마당놀이'를 벌이는 두 주체는 남과 북이다. 남과 북이 주체가 되는 마당놀이에서 남과 북 중 어느 한쪽이 배제될 가능성을 그리 높게 점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북측이 종전선언에서 남측을 배제할 생각이 있었다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의 주체 문제를 논의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북한이 미국이 아닌 한국과 종전선언의 주체 문제를 협의한 점에 전 세계는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두 정상이 이 문제를 함께 논의했다는 것은, 향후 종전선언의 준비과정에서 남과 북이 긴밀히 협력할 의지가 있음을 내외에 천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종전선언의 주체를 두고 남과 북이 명시적 결론에 도달하지는 못하였지만 적어도 이 문제와 관련하여 남과 북이 협력을 해나기로 합의한 점을 볼 때에, 한국의 종전선언 참여 가능성은 종전보다 더 높아졌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남과 북이 주체가 되는 '이이제이'의 국면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공동선언 문구에 나타난 것처럼, 종전선언의 참여주체는 아직 안개 속이라고 할 수 있다.

안개 국면이기 때문에 남과 북은 참여주체를 놓고 미국과 중국을 상호 견제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하게 되었다. 참여주체의 범위가 남과 북의 협력 여하에 달려 있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은 그만큼 남과 북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게 되었다. 

물론 미국의 경우에는 3자든 4자든 모든 경우에 종전선언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

왜냐하면, 3자가 되는 경우와 4자가 되는 경우에 미국의 향후 위상이 각각 달라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4자보다 3자가 더 유리할 것이라는 점에 관해서는 굳이 부언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같은 3자회담이라도 한국이 참여하는 경우와 중국이 참여하는 경우에 미국의 위상이 각각 달라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보다는 한국이 참여하는 쪽을 보다 더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미국은 가급적 3자회담이 되되 중국보다는 한국이 참여하는 쪽으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도록 남북한에 우호적 제스처를 취하는 한편 중국을 견제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최선의 경우는 북한·미국·중국의 3자회담이 되는 것이고 차선의 경우는 한국·북한·미국·중국의 4자회담이 되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는 한국·북한·미국의 3자회담으로 결정되어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 입장에서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리고 가급적이면 최선의 경우가 발생하도록 남북한에 대해 우호적 제스처를 보내는 한편 미국을 견제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생각하면, “3자 또는 4자”라는 여운을 남김에 따라 동북아 역학구도 내에서 남북한의 입지가 한층 더 강화되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이 일정한 상호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공동선언 제4조는 한국이 종전선언의 주체가 될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또한 이를 매개로 남북한이 미국과 중국을 상호 경쟁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향후 동북아 국제정치의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조문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정상공동선언 #종전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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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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