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드라마 자체제작 2년 후, 새로운 가능성의 진화

선정성 코드 이용해 눈길... 다양한 실험정신으로 승부수 띄워

등록 2007.11.05 09:28수정 2007.11.0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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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드라마 초기에는 선정성 작품이 일색이었고, 그로 인해 눈길은 끌었지만 혹평을 받았다. ⓒ OCN, tvn

미드 열풍이 불면서 한국드라마 소재의 한계성이 지적되고 있다. 수많은 네티즌들이 미국드라마에 빠진 지금에도 여전히 지상파 방송사는 사극과 블록버스터 작품들이 천하를 호령하고 있다.

월화드라마는 사극이 주름을 잡고 있는데, <이산>과 <왕과 나>가 현재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수목드라마는 블록버스터 작품이 대결하며 <태왕사신기>와 <로비스트>가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고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하고는 있지만 시청률 면에서는 국민드라마 <주몽>에 비교하며 성적이 초라하다. 그렇다고 해서 인기도 면에서도 열렬한 지지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

이처럼 시청률을 고려한 작품들이 제작이 다수를 차지하는 지상파 방송은 후반부로 갈수록 라인업된 작품들을 보면 지속적으로 사극과 블록버스터들이 방영될 예정이다. 이와 달리 케이블 드라마들은 미드 열풍과 지상파 방송이 사극천하를 이루는 틈바구니를 이용해 자체제작을 통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조금씩 사로잡고 있다.

선정성으로 눈길을 끈 케이블 드라마

자체제작은 2005년도부터 이루어지며 케이블 드라마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그들이 지상파 방송국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들로부터 시청자들의 마음을 빼앗기에는 여러모로 열악한 상황이었다.

우선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에 등장하는 배우들에 버금가는 이른바 톱스타를 캐스팅할 수 없었고, 제작비도 지상파 방송사와의 제작비와는 차원이 달랐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슷비슷한 스토리로 승부를 하기엔 그야말로 게임이 안 되는 승부였다.


그래서 케이블 드라마들은 자체제작에서 '성(性)'이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워 드라마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한 가족의 엽기 연애사를 담은 성인 코미디 시리즈 <가족연애사>와 별종 고교생들의 엽기 순애보를 그린 <시리즈 다세포소녀>, 한국 남성판 <섹스 앤드 더 시티>를 표방한 <하이에나>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이때까지 만해도 일단 드라마를 자체 제작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케이블 방송사들에게 의미심장한 변화임이 틀림없었다. 그동안 지상파 방송들을 재방송하거나 미국방송을 수입해 방송하는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케이블 채널 시대가 열린 지 꼬박 10년 만에 이룬 나름의 쾌거였다.

또 일단 시청률 면에서도 1%를 넘기며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사실상 지상파 방송에서 늘 러브신 등이 삭제된 채 방송되었기 때문에 안방극장에서 그러한 장면과 내용들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시청자들은 케이블 드라마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케이블 채널도 자체제작 드라마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상파 방송사의 드라마와 차별화가 필요했고 규모와 제작비에서 따라가기 힘든 현실을 직시하고 방송심의 규정이 조금 더 자유롭다는 것을 이용한 셈이다.

하지만 도를 넘어선 탓일까? '케이블 드라마' 하면 선정성이라는 공식이 새롭게 탄생하며 시청률과 달리 평가에서는 혹평이 일색이었다. <가족연애사>의 경우는 과독한 선정적인 장면과 개연성 없는 스토리를 전개, 선정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스토리 비약 등으로 내용적인 면에서는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전달하기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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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돼먹은 영애씨>는 드라마에 다큐형식을 도입해 케이블 드라마의 다양한 시도의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 tvn


시행착오 뒤 다양한 실험에 도전한 케이블 드라마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자 케이블 채널의 드라마들은 저속한 것으로 인식되어 지상파 방송사의 드라마와 미국드라마 사이에서 그저 눈요기에 불과한 그 이상의 것을 얻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케이블 방송사들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케이블 채널의 장점을 살리면서 특화된 색깔과 신선한 소재와 형식 발굴을 통해 지상파 방송의 드라마와는 또 다른 차별화를 이루고자 변신을 모색한 것. 그리고 그러한 변신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사극에 치중하는 사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이 변화 가운데 선봉장이 바로 <막돼먹은 영애씨>이다. 이 드라마는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를 결합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신데렐라 구조, 트렌디 드라마의 통속성 혹은 판타지를 걷어내고 지극힌 현실적인 영애씨라는 인물이 겪는 30대 노처녀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에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즉 판타지를 깨고, 현실성을 더할수록 시청자들은 좋아했고, 1시즌에 이어 2시즌을 제작하는 괄목한 성과를 얻어냈다. 그것도 순전히 시청자들의 성원으로 제작이 연장된 유일한 드라마로 기록될 예정이다.

이러한 케이블 드라마의 변화는 사실상 새로운 시도를 통해 다양한 실험성의 결과물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색다른 시도만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아니다. 그 안에 담긴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지상파 방송의 드라마들이 대부분 판타지적인 대리만족 욕구를 채워준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이것을 역으로 이용해 ‘리얼리티’를 제대로 살려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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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과 수사물 등 드라마 장르의 영역을 넓히고 있는 케이블 드라마. <정조암살 미스터리 8일>과 <별순검> ⓒ CGV, MBC every 1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의 탄생, 케이블 드라마

이후 케이블 드라마는 다양한 실험이 진행 중이며, 곧 결실을 맺어 시청자들이 다양한 케이블 드라마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첫 번째로 지상파 방송의 드라마 전유물로 여겨지던 사극에 도전했다.

그동안 사극은 제작비와 탄탄한 배우들, 극본 등 여러 가지로 케이블 방송사들이 도전하기엔 어려웠던 장르를 CGV에서 도전한 것. 현재 <이산>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정조의 이야기인 <정조암살 미스터리 8일>이 그 주인공이다.

이 작품은 정조의 8일간 화성행차 일정을 배경으로 개혁파와 수구파의 대립을 묘사한 소설 <원행>(오세영 작)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김상중, 정애리, 박정철 등 연기자들의 명단도 지상파 방송사 못지 않으며, 특히 수동적인 여인으로만 그려지던 혜경궁 홍씨가 적극적인 여성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영화 <영원한 제국>을 연출한 박종원 감독이 투입되어 한층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 이 밖에도 케이블 드라마는 수사물, 공포, 와인을 소재한 소믈리에 등 다양한 소재의 드라마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이미 여름시즌을 맞이해 공포드라마를 방영했는데, 슈퍼액션 <도시괴담 데자뷰>가 일상을 소재로 공포와 섹시코드를 결합해 성인층을 공략했다. 또 MBC 'every1' 개국과 함께 <별순검>을 부활해 새로운 출연진을 구성해 방영하고 있다.

특히 <별순검>은 2005년 MBC 추석 특집극으로 편성돼 마니아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으며 한국판 <CSI>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좀 더 업그레이드되어 중수무원록 흠흠신서 등에 바탕을 둔 수사기업 외에 개화기 사람들의 신기하고 다양한 생활까지 엿볼 수 있어 기대감을 갖게 하는 드라마로 손꼽히고 있다.

또 소재나 직업군 역시 다양해졌다. `한국판 미녀 삼총사`를 표방한 채널 CGV의 <색시몽>은 여성 탐정을 내세웠고, MBC 'every1'은 소믈리에를 직업으로 한 <와인따는 악마씨>를 방영하고 있다.

여전한 섹시코드는 케이블 드라마의 전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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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코드에 주력한 케이블 드라마는 이제 섹시말고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직장연애사> ⓒ OCN

이처럼 다양한 시도와 실험정신으로 새롭게 드라마의 영역을 넓히는 가운데 여전히 섹시코드로써 승부하는 드라마도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한국판 <섹스 앤더 시티>였던 <로맨스 헌터>가 바로 그것.

<로맨스 헌터>는 영주(최정윤)라는 캐릭터와 그녀의 주변의 친구들의 연애와 사랑 이야기였는데, <섹스 앤더 시티>처럼 성의 묘사 등이 거침없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전의 섹시코드와는 사뭇 달랐다.

예전에는 과도한 선정적인 장면을 위해서 개연성이 없는 스토리를 이어갔지만 <로맨스 헌터>는 여성들의 심리를 잘 포착하며 자연스럽게 성에 관한 이야기를 끌어들여 이 작품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섹시 코드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러한 영향 때문인지 케이블 드라마는 완성도 높은 섹시 코드물을 거듭 내놓고 있다. 그 중에서 다음달 OCN에서 제작하는 <직장연애사>는 역시 섹시코드가 어떻게 변주되어 완성도는 어떨지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직장 남녀들의 유쾌하고 발칙한 연애이야기인 <직장연애사>는 가족연애사 시즌 2에 <동물의 왕국> 다큐멘터리를 삽입해 화제를 모았던 김성덕 감독의 작품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이처럼 케이블 드라마는 현재 자신들이 줄곧 사용했던 섹시코드를 어설프게 그려내기보다는 심도 있고 완성도를 기울이며 자신들만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다양한 실험정신을 통해 기존 지상파 방송사들의 드라마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작품들을 준비 중이다.

물론 지상파 방송에 버금가려면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이 변화가 케이블 방송사의 매력포인트로 자리 잡혀 노하우가 쌓이다 보면 그저 그렇고 비슷비슷한 드라마만을 양산하는 지상파 방송사에 대적할 수 있을 날이 곧 찾아올지도 모르겠다.
#케이블채널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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