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죽어도 슬퍼 할 수 없는 회사..."

[取중眞담] 한국타이어, 정말 노동자 인격 존중하나

등록 2007.11.10 13:33수정 2007.11.1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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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들이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정문앞에서 사인 규명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유가족들이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정문앞에서 사인 규명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한국타이어가 9일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내놓았습니다.

 

요지는 '작업 환경이 안전하니 근거 없는 비난과 오도를 자제해 달라'는 것입니다. 그 근거로 매년 2차례 작업환경을 측정해 관련기관에 제출하고 있고 올 상반기 측정결과에서도 법이 정한 허용기준치보다 매우 낮은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솔벤트 논란에 대해서도 "발암성 물질인 벤젠과 자극성 물질인 톨루엔, 크실렌이 전혀 검출되지 않는 개량 솔벤트"라며 "(MBC 시사매거진 2580의) 솔벤트에 대한 쥐 실험은 왜곡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투명한 경영과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사원 저마다의 인격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모범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만에 하나 잘못된 점이 있다면 모든 방법을 동원해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수립해 시행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언론들에 대해서도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공정성을 상실한 보도로 기업 이미지가 부당하게 실추되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기자는 이게 수 많은 노동자의 돌연사에 사측의 첫 공식 입장이 맞는지를 몇번 씩 확인해야 했습니다. 수 십여명의 주검을 앞에 놓고 '법이 정한 허용기준치'를 내세워 '안전하다'고 답하는 용기(?)가 섬뜩하게 와 닿았기 때문입니다.

 

7년 동안 22명 사망... 작업 환경 안전하니 오도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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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3월 대전지역 14개 시민·사회·노동·인권 단체들이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앞에서 ‘한국타이어대전공장 인권탄압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지난 2005년 3월 대전지역 14개 시민·사회·노동·인권 단체들이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앞에서 ‘한국타이어대전공장 인권탄압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지난 해 5월 이후 한국타이어 대전공장과 금산공장 등에서 직원 15명이 숨졌습니다. 이중 12명이 심장질환(7명), 폐암(2명), 식도암(1명), 간세포암(1명), 뇌수막종양(1명)으로 숨졌습니다. 2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안전사고로 숨졌습니다. 화상으로 사망한 또 다른 1명은 사인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분명히 짚고 넘어야 할 것은 이게 처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지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7명이 질병이나 안전사고로 숨졌습니다. 이중 5명은 돌연사(1명) 뇌출혈(1명) 백혈병(1명) 심근경색(2명)으로, 나머지 2명은 안전사고로 사망했습니다.

 

그동안 한국타이어는 무엇을 했냐는 물음입니다.    

 

그 답변으로 지난 2005년 3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제품검사팀에 근무하던 정승기씨가 당시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과 조충환 사장에게 보낸 편지 글을 펼쳐드립니다.

 

"제 목숨 소중한 것도 압니다. (중략)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랑하는 가족들 곁을 떠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는 시작이 그러하듯 이후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렇게 예고하면서 떠난 후 그 파장은 엄청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잘 것 없는 힘없고 가진 것 없는 노동자가 가지고 올 후폭풍은 상당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저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략) 전태일이 떠난 지 35년 쯤 지났습니다. 그는 아직도 우리 마음속의 영웅이며 앞으로도 영원히 영웅으로 남을 것입니다."

 

정씨는 이 글에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11가지의 불법 인권유린 실태와 함께 말미에 '비장한' 마음의 일단을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 글은 당시 김대환 노동부 장관에게도 발송됐습니다.

 

사실상 '유서' 성격이 글이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사측과 노동부가 눈도 꿈쩍 하지 않고 불구경 하듯 했다"는 게 정씨와 관계자들의 뒷얘기입니다.

 

이 때 제기된 인권유린 실태는 무엇이었을까요? 사측이 노동자에게 민주노동당 탈당을 강요·회유·협박하고 화장실까지 미행하며 감시활동을 벌였다는 것이였습니다.

 

사측 간부가 민주노동당 소속 회사 노동자에게 탈당강요와 함께 '목을 따겠다'는 등의 협박을 받았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이에 대한 진위는 한국타이어측의 조사 거부로 공방으로 끝나고 맙니다. 

 

노동자 유서 글에도 꿈쩍 안하는 사측과 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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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4일 단병호 의원 등 민주노동당 진상조사단이 대전지방노동청장실에서 나장백 청장을 비롯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상무 등과 간담회를 통해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이 요청은 거절당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2005년 4월 4일 단병호 의원 등 민주노동당 진상조사단이 대전지방노동청장실에서 나장백 청장을 비롯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상무 등과 간담회를 통해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이 요청은 거절당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하지만 같은 해 10월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한국타이어 대전공장과 금산공장 노동자들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습니다.

 

이에 따르면 노동조합 선거와 관련 115명의 응답자 중 64.3%가 대의원후보 출마 의사가 있는 경우 사측 관리자에게 미리 신고해야 한다고 답변했습니다. 55.7%는 "특정후보 지지를 강요받은 사실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90.4%가 "회사가 지명하지 않은 대의원 후보가 출마할 경우 회사로부터 압력을 받는다"고 답했습니다. 78.3%는 "회사 지명을 받지 않고 출마했다가 중도 포기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 노조의 침묵 이유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그런데도 당시 노동부는 단 의원의 사측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요청을 거부하고 맙니다.

 

한국타이어 사측은 지난 9월 작업장 안전 등 자율점검을 벌이고도 그 결과를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측은 또 노동자들에게 "유족대책위 주관 집회에 참여하거나 동조하면 명예훼손으로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겠다"는 경고문을 내붙인 바 있습니다. 또 은밀하게 유가족의 가계도를 작성하기까지 했습니다.  

 

2005년 유서 성격의 글을 썼던 정씨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 도중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그가 내뱉은 설움섞인 한 마디는 이렇습니다.

 

"...친구가 죽어도 슬퍼 할 수 없는 회사입니다..."

2007.11.10 13:33 ⓒ 2007 OhmyNews
#한국타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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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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