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는 없어도 다시마 널 자리는 있어야

[섬이야기 78] 다시마의 천국 '금일'

등록 2008.05.20 16:07수정 2008.05.2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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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한 다시마는 수매 규격인 160cm 길이로 자르고 남은 것은 전복 먹이감으로 활용한다. ⓒ 김준


"이렇게 깟이 두껍고 색깔이 좋게 하려면 공력이 얼마나 들어가는디. 일등품이여."

높은 사람들 축사가 이어지고 있는 운동장 구석, 촌로는 비릿함이 가시지 않는 다시마 가닥을 앞에 두고 침이 마르게 자랑이다.


마이크 소리에 귀를 세우던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노인을 보더니 하나 둘 모여든다. "얼마다요" 한껏 멋을 부린 중년부인의 질문에 노인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홍보나 잘해 주쇼"라며 몇 가닥을 꺼내 준다.

본격적인 다시마 생산을 앞두고, 5월 10일 연휴를 맞아 금일읍 주민들은 물론 출향인사들까지 평일도에 모여 줄다리기, 발묶어달리기, 단체줄넘기, 노래자랑 등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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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다시마철을 앞두고 금일읍 주민들이 모였다(제6회 다시마축제모습) ⓒ 김준



금일읍 평일도는 고려시대 장흥군 관산면에 소속되었다 고금진(1621), 거문진(1890)으로 이속되었다. 그 후 1896년 평일면이 설치되어 새로 만들어진 완도군에 소속되었다. 1914년 읍면통합으로 금당면, 생일면을 포함해 금일면으로 개칭되었다.

이후 1980년 금일읍으로 승격된 후 금당면과 생일면이 분리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금일읍은 평일도(1821가구) 외에 충도(80), 소랑도(56), 신도(16), 다랑도(15), 원도(9), 황제도(8), 우도(7), 장도(7), 섭도(5) 등이 10여 개의 유인도가 있다.


평일도라는 명칭은 개도 이래 외침을 받지 않는 '평화로운 섬'에서 비롯된 지명이다. 금일지역은 행정구역으로는 완도군에 속하지만 고금, 약산, 생일과 함께 장흥생활권이다. 특히 최근 장흥군 마량-고금-약산이 다리로 연결되어 약산 당목항과 금일 일정항을 연결하는 항로가 편리해져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장흥읍지>(1747)에 '주위가 80여 리, 평탄하고 넓으며 토질이 좋다. 8개의 큰 마을이 있으며 장흥부의 모든 선박과 진상용 해물들이 이 섬에서 나온다'고 평일도를 소개하고 있다.

장흥출신 존재 위백규(1727-1798)는 <금당도선유기>(1791)에 평일도 포구에서 잠녀들이 물질해 전복을 따는 모습을 '벌거벗은 몸을 박 하나에 의지하고 깊은 물 속을 자맥질했다. 마치 개구리가 물속으로 헤엄쳐 들어가고 물오리가 물속에서 헤엄쳐 나오는 형상이라, 차마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여름철이 되어 날씨가 맑고 화창한데도 오히려 불을 피워 언 몸을 녹이는 데, 하물며 눈에 쌓이고 몹시 추운데도 관리들은 채취를 독촉하며 채찍질로 유혈이 낭자한데서야'라고 적고 있다. 지금도 사동리, 동송리, 동백리에는 제주에서 출가한 해녀와 지방해녀들이 모두 10여 명 물질을 하여 자연산 전복과 소라를 채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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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일읍 평일도 앞 바다는 다시마밭이다. ⓒ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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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마를 수확하는 모습 ⓒ 완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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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장에서 막 건져온 다시마를 건조하는 모습 ⓒ 완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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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한 다시마를 걷고 있는 소량도 주민 ⓒ 김준



금일지역은 1950년대부터 죽홍으로 시작해 1980년대 부류식에 이르기까지 김양식이 매우 활발한 지역이다. 특히 충도 비롯해 척치리, 동송리, 동백리, 감목리 등이 대표적인 김 양식지역이다.

이후 양식기술의 발달로 깊은 연안에서도 양식이 가능해지자 내륙 가공·운송이 편리한 인근 서남해지역으로 김 양식이 확대되고 대일 수출이 침체되면서 금일지역은 다시마의 비중이 높아졌다.

다시마양식 외에 어장조건이 좋은 충도, 다랑도, 궁항, 용항 지역은 한때 낭장망을 이용해 멸치잡이가 성했지만 지금은 다랑, 사동, 용항, 동송, 충도 등 평일도 동남부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매년 5월 중순이 넘어서면 온 섬이 다시마로 덮인다. 금일지역은 전국 다시마 생산량 7만4626톤의 70%인 5만2238톤을 생산하여 160억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전체 1800여 가구 중 580여 가구가 다시마를 생산하는 '다시마 섬'이다. 오죽했으면 '잠자리는 없어도 다시마 자리는 마련해야 한다' 했을까.

다시마는 장마가 시작되기 전인 6월경 채취해 당일 햇볕에 완전 건조한 것이 상품이다. 폭이 넓을수록 좋으며 길이 160cm로 맞추고 남은 다시마는 전복먹이로 이용하고 있다. 여름철이 되어 수온이 25도가 넘어가면 녹음현상이 발생하고 탈색이 되어 상품으로 가치가 없다. 다시마는 식용 외에 최근 분말 등 다양한 기능성 제품이 개발되고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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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로 나간 순이네 집터도 어김없이 다시마 건조장이 마련되었다. ⓒ 김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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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동안 섬과 갯벌을 기웃거리다 바다의 시간에 빠졌다. 그는 매일 바다로 가는 꿈을 꾼다. 해양문화 전문가이자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갯사람들의 삶을 통해 ‘오래된 미래’와 대안을 찾고 있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 해양관광팀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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