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주의자의 천국, 마다가스카르는 영원할까

[책으로 읽는 여행] <오마이뉴스> 김준희 기자의 <바오밥 나무와 여우 원숭이>

등록 2008.05.27 11:54수정 2008.05.2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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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바오밥 나무와 여우 원숭이> ⓒ 강지이

책 <바오밥 나무와 여우 원숭이> ⓒ 강지이

사람들은 가 보지 못한 곳을 언제나 동경한다. 여행하기 힘들다는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의 오지를 탐험하고 싶어하는 욕구는 인간의 원초적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일 게다. 책 <바오밥 나무와 여우 원숭이>를 쓰게 된 저자 김준희 씨도 별다른 정보도 없이 그냥 호기심이 발동해 마다가스카르 섬을 찾게 된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크다는 이 섬은 원래 대륙에 붙어 있다가 떨어져 나온 대륙성 섬의 대표격인데, 이것은 결국 생태학적인 차이로 이어진다. 대륙에서 떨어져 나오면서 본토의 생물들이 함께 나와 독보적인 진화 과정을 거치다 보니 일반적인 대륙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동식물들이 많다.

 

마다가스카르에는 다른 대륙에서 볼 수 없는 희귀한 생물들이 꽤 있다. 지금은 멸종해버린 코끼리 새를 비롯하여 괴상하게 생긴 바오밥 나무와 여우 원숭이 등이 그것이다. 저자는 '외로운 행성'으로 해석되는 마다가스카르에 대한 미약한 정보를 수집하고는 무턱대고 이곳으로의 여행을 꿈꾼다.

 

비행기를 갈아타고 아주 적은 양의 정보에 의존하면서 이 땅에 도착하는 저자. 다행히도 인터넷 등을 통해 알게 된 한국 분이 마중을 나오셔서 그 집에서 첫날을 보내며 낯선 곳에서의 하루를 시작한다. 마다가스카르라고 하면 한국 사람 하나 없는 오지 같지만 이곳에서 다양한 사업을 하며 지내고 있는 한국인이 백여 명 정도는 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저자의 사진과 글을 통해 보는 이 섬의 느낌은 참 조용하면서도 아름답고 평화로우면서도 자연의 풍광이 그대로 남아 있는 듯하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는 동물원에서 탈출한 동물들이 이 섬을 다시 찾으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소재로 하는데, 그 영화만 보고 아프리카의 오지처럼 이곳을 판단했다면 오판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희귀 생물을 찾아 마다가스카르의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저자의 발길을 따르다 보면 괜한 슬픔이 밀려온다. 사람들이 그 알을 모두 잡아 먹어버려 멸종했다는 코끼리 새부터 시작하여 사람들이 대나무를 많이 베어 가서 곧 멸종할 위기에 처한 대나무 여우 원숭이까지 인간의 횡포로 사라지는 순수한 동물들이 눈에 밟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섬은 다른 문명의 사회보다 좀 나은 편이다. 물가도 엄청나게 싸서 모든 것이 우리의 반 정도 가격이면 해결되고, 아직은 사람들도 무척 순수해서 때묻지 않은 세상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게다가 모잠비크 해협과 인도양을 끼고 있으니 아름다운 바다를 그대로 만끽할 수 있을 법하다.

 

여행 중의 가장 큰 어려움이라면 아직 문명의 발달이 더딘 편이라, 여행을 위한 교통이라던가 도로 등의 제반 시설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 24시간 동안 가고 서기를 반복하는 미니 버스를 즐겁게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그 정도쯤이야 여행에서 얻는 약간의 수고로움으로 봐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프랑스의 지배를 받다가 독립국으로 자리 잡은 덕분에 프랑스어만 할 줄 알면 여행에 별 무리는 없다. 이곳을 여행하는 세계 각지의 사람들도 꽤 많은 편이어서 영어로 의사소통도 가능하다. 저자는 <론니 플래닛-마다가스카르> 편에 의존하여 이곳을 구석구석 살펴 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곳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은 도대체 어떤 분들일까? 저자가 만난 이들은 대부분 사업을 하고 있으며 자녀를 프랑스에 유학 보내고자 한국을 떠난 사람들이 많다. 프랑스 문화권이지만 물가도 저렴하고 천혜의 자연환경을 누릴 수가 있어서 한 번 이곳에 매료되면 떠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마다가스카르의 넓은 땅덩어리는 수많은 자원이 묻혀 있고, 개발된 것은 그중 개발된 것은 일부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현재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많은 나라가 마다가스카르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도 개발을 위해서 들어가 있다고 하니, 여우 원숭이와 바오밥 나무가 살 곳은 점점 없어지고 있는 실태다.

 

"마다가스카르를 가리키는 말, 자연주의자의 천국. 언제까지 그런 이야기가 통할지 모르겠다. 섬에 있는 많은 자원들 때문에 외국 기업들이 앞을 다투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와 개발의 모진 광풍이 머지않아 마다가스카르를 휩쓸게 될 것이다. 그때 이 섬의 광활하고 아름다운 자연은 어떻게 바뀔까. 멸종 위기에 놓인 인드리 원숭이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다시 찾았을 때 마다가스카르의 밀림을 우렁차게 뒤흔들던 녀석의 울음을 만날 수 있을까."

 

저자는 책의 마지막에서 마다가스카르 개발에 대한 아쉬움을 이렇게 전한다. 3주간의 여행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겠지만, 남들이 가보지 못한 곳을 향해 전진하는 저자의 발자국은 내내 글과 사진으로 남아 사람들의 가슴을 울릴 것이다. 동경의 땅, 마다가스카르. 책을 읽다 보면 그 순수한 자연의 매력에 빠지고 싶어진다.

바오밥나무와 여우원숭이 - 어린왕자의 바오밥나무가 꿈을 키우는 섬, 마다가스카르

김준희 지음,
솔지미디어,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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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이 유혹할 때

#여행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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