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마디 한자말 털기 (38) 감感

[우리 말에 마음쓰기 356] ‘이른 감’, ‘통쾌한 감’, ‘감을 잡지’ 다듬기

등록 2008.06.30 11:50수정 2008.06.3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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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이른 감이 있지만

 

.. 아직 봄이라 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춥지도 않고 맑게 개인 날이었다 ..  《호리 신이치로/김은산 옮김-키노쿠니 어린이 마을》(민들레,2001) 164쪽

 

 “느낄 감”으로 읽는 ‘感’입니다. 소리는 ‘감’이고 새김은 ‘느낄’입니다.

 

 ┌ 감(感)

 │  (1) 느낌이나 생각

 │   - 오늘은 감이 좋지 않아서 바다에 나가는 일을 쉬었다 / 뒤늦은 감 /

 │     무더운 감이 들다

 │  (2) = 감도(感度)

 │   - 감이 멀다 / 전화기가 낡아서 감이 좋지 않다

 ├ 감도(感度) : (2) 수신기나 측정기 따위가 전파나 소리를 받는 정도

 │

 ├ 이른 감이 있지만

 │→ 이른 느낌이 있지만

 │→ 이르구나 싶지만

 │→ 이르지만

 └ …

 

 국어사전을 뒤적입니다. ‘감’을 풀이하면서 ‘느낌’이나 ‘생각’이라고 적어 놓습니다. 하긴. 한자 새김이 ‘느낄’이니 ‘느낌’이라고 풀이를 달밖에요.

 

 ┌ 오늘은 감이 좋지 않아서 → 오늘은 느낌이 좋지 않아서

 ├ 뒤늦은 감 → 뒤늦은 느낌

 └ 무더운 감이 들다 → 무더운 느낌이 들다

 

 글흐름을 살피면서, “오늘은 어딘가 좋지 않아서”나 “오늘은 무언가 좋지 않아서”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뒤늦음”으로 적어도 어울리고, “무덥다고 느끼다”로 적어 보아도 괜찮습니다.

 

 ┌ 감이 멀다 → 소리가 멀다

 └ 감이 좋지 않다 → 소리가 좋지 않다

 

 ‘전화로 이야기하는 느낌’을 가리키는 ‘감(감도)’은 ‘소리’로 다듬어 줍니다.

 

 

ㄴ. 통쾌한 감이 들었고

 

.. 사실을 고백하자면 나는 그 기자의 말을 듣고 내심으로는 오히려 통쾌한 감이 들었고, 우리 나라 문학계도 이제야 비로소 응당 받아야 할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되었다 하고 쾌재를 부르짖었다 ..  《김수영-퓨리턴의 초상》(민음사,1976) 51쪽

 

 ‘고백(告白)하자면’은 ‘말하자면’이나 ‘털어놓자면’으로 다듬습니다. ‘내심(內心)’은 ‘속’으로 손보며, ‘응당(應當)’은 ‘마땅히’로 손봅니다. “쾌재(快哉)를 부르짖었다”는 “크게 웃었다”나 “아주 기뻐했다”로 손질합니다. “그 기자의 말”은 “그 기자가 하는 말”로 고치고, “정당(正當)한 평가(評價)”는 “올바른 대접”이나 “제대로 된 대접”으로 고쳐 줍니다.

 

 ┌ 통쾌한 감이 들었고

 │

 │(1)→ 통쾌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1)→ 통쾌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1)→ 통쾌했고

 │(2)→ 속이 시원했고

 │(2)→ 속이 다 후련했고

 │(2)→ 속시원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2)→ 속시원하다고 생각했고

 └ …

 

 ‘통쾌(痛快)’라는 말을 쓰고 싶다면 (1)처럼 그대로 둡니다. 이 낱말을 다듬어 주고 싶으면 (2)처럼 ‘시원하다-속시원하다-후련하다’를 넣어 봅니다.

 

 어떤 느낌이 들었으니 “느낌이 들었다”고 합니다. 무슨 생각이 들었으니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유쾌한 감이 들었다”가 아니라 “유쾌했다”나 “기뻤다”이고, “우울한 감이 들었다”가 아니라 “우울했다”나 “슬펐다”입니다.

 

 쉽게 쓸 수 있으면 좀더 쉽게 쓰고, 단출하게 쓸 수 있으면 한결 단출하게 쓰면 됩니다.

 

 

ㄷ. 감을 잡지 못하고

 

.. 언제나 훌륭한 조언을 잊지 않았던 카렌은, 내가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고 헤맬 때 따뜻한 말로 격려해 주면서 ..  《마이클 예이츠/추선영 옮김-싸구려 모텔에서 미국을 만나다》(이후,2008) 9쪽

 

 ‘조언(助言)’은 ‘말’로 다듬습니다. ‘격려(激勵)해’는 ‘북돋아’나 ‘감싸’나 ‘토닥여’로 손질합니다.

 

 ┌ 감을 잡지 못하고

 │

 │→ 마음을 잡지 못하고

 │→ 갈피를 잡지 못하고

 │→ 글머리를 잡지 못하고

 └ …

 

 글을 쓰기는 써야겠는데 어찌할지 모르겠다면 “글머리를 못 잡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무엇을 쓸지 모르고”라 해도 되고요. 종이를 앞에 두고 멀뚱멀뚱 앉아 있다면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셈입니다. “마음을 똑부러지게 잡지 못한” 셈이에요.

 

 ┌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헤맬 때

 ├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멀뚱멀뚱 있을 때

 └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갑갑하고 헤맬 때

 

 헤매는 모습이 어떠한가를 또렷이 밝혀 주어도 잘 어울립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2008.06.30 11:50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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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마디 한자말 #우리말 #우리 말 #한자어 #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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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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