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66)

'하등의 차이', '시각의 차이', '되느냐의 차이' 다듬기

등록 2008.06.30 21:47수정 2008.06.30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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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하등의 차이

 

.. 경제면에서는 아유브 칸 정권의 고도성장정책과 하등의 차이도 없었다 ..  <제3세계의 발자취>(거름, 1983) 30쪽

 

“경제 면(面)에서는”은 “경제에서는”으로 다듬습니다. “아유브 칸 정권의 고도(高度) 성장(成長) 정책과”는 “아유브 칸 정권이 했던 높은 성장 정책과”나 “아유브 칸 정권이 꾀한 성장만 많이 하려는 정책과”로 손봅니다.

 

 ┌<표준국어대사전> : ‘아무런’,‘아무’,‘얼마만큼’의 뜻을 나타내는 말

 ├<뉴에이스 국어사전> : 최소한 정도의

 │

 ├ 하등의 차이도 없었다

 │→ 아무것도 다르지 않다

 │→ 조금도 다를 바 없다

 │→ 하나도 다르지 없다

 │→ 거의 같은 셈이다

 └ …

 

국어사전 두 가지에서 ‘하등(何等)’을 찾아보았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 뜻풀이를 보자면, ‘하등’이라는 말을 쓰기보다는 ‘아무런’이나 ‘아무’나 ‘얼마만큼’을 때와 곳에 따라서 알맞게 넣으면 그만이겠구나 싶습니다. 뉴에이스 국어사전 뜻풀이를 보자면, ‘조금도’나 ‘아무것도’나 ‘하나도’를 그때그때 알맞춤하게 넣으면 넉넉하겠구나 싶어요.

 

이렇게 ‘하등’을 다듬어 놓고 생각하니, ‘-의 + 차이’라는 말투는 어느새 눈녹듯이 사라지고 보이지 않습니다.

 

ㄴ. 시각의 차이

 

.. 간혹 서로 간에 시각의 차이로 논쟁을 벌이기도 했는데 나는 공부하는 맘으로 지식인들의 대화를 경청했다 .. <슬픈 조국의 노래>(조문기, 민족문제연구소, 2005) 171쪽

 

‘간혹(間或)’은 ‘서로’로, ‘논쟁(論爭)’은 ‘말다툼’으로 다듬습니다. “지식인들의 대화(對話)를 경청(傾聽)했다”는 “지식인들이 나누는 얘기를 귀담아들었다”로 적어 봅니다.

 

 ┌ 서로 간에 시각의 차이로

 │

 │(1)→ 서로 시각이 달라서

 │(2)→ 서로 눈길이 달라서

 │(2)→ 서로 보는 눈이 달라서

 │(2)→ 서로 다르게 생각하기 때문에

 │(2)→ 서로 다르게 보기 때문에

 └ …

 

“시각이 달라서”쯤으로는 적어 줄 수 있을까요. 조금 더 마음을 기울여서, ‘시각(視角)’ 같은 말도 “보는 눈”으로 다듬을 수 있을까요. “다르게 생각하기 때문에”처럼 풀어내면 어떨까요. “(무엇)의 차이(差異)”라는 말틀에 매여 “시각의 차이”뿐 아니라 “생각의 차이”, “믿음의 차이”, “감정의 차이”, “국력의 차이”처럼 쓰기도 합니다. 그러나 “생각이 다르다”, “믿음이 다르다”, “느낌이 다르다”, “나라힘이 다르다”처럼 풀어내면 훨씬 알아듣기 수월하고 느낌도 살아나지 싶어요.

 

글쓰거나 말하는 사람으로서는 ‘이렇게만 해도 다 알아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듣거나 읽는 사람으로서는 ‘아이구 골치야’ 할 때가 많아요. 가만가만 자기 말투와 글투를 되돌아보면서, 서로서로 즐거울 수 있도록 힘을 쓰면 참으로 반갑겠습니다.

 

ㄷ. 되느냐의 차이

 

.. 빨리 되느냐 늦게 되느냐, 좋은 데에 되느냐 좀 못한 데에 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  <사랑받지 못하여>(마광수, 행림출판, 1990) 163쪽

 

‘차이(差異)’라는 말을 그대로 쓰면 쓸수록 토씨 ‘-의’를 얄궂게 붙이고 마는구나 싶어요. ‘차이’라는 말에서 풀려날 수 있다면 토씨 ‘-의’에서 좀더 홀가분하게 풀려날 수 있지 싶고요.

 

 ┌ 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

 │(1)→ 되느냐 하는 차이가 있을 뿐

 │(2)→ 되느냐가 다를 뿐

 │(2)→ 되느냐 마느냐가 다를 뿐

 └ …

 

(1)처럼 ‘차이’란 말을 그대로 둔 채 다듬을 수 있습니다만, (2)처럼 ‘차이’까지 다듬어 주면 한결 낫습니다. ‘차이’도 제법 널리 쓰는 말이라고 하나, ‘다르다’를 한자로 담아 놓은 말일 뿐이에요. 보기글에서는 ‘벌어지다’나 ‘갈라지다’를 넣어서, “…로 벌어질 뿐”이나 “…로 갈라질 뿐”처럼 적어도 괜찮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2008.06.30 21:47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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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씨 ‘-의’ #우리말 #우리 말 #-의 #-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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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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