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化)'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14) 상품화

[우리 말에 마음쓰기 363] ‘일원화’와 ‘하나로’

등록 2008.07.06 11:12수정 2008.07.0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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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상품화하다

 

.. 언론과 정치인들은 온통 광분하는 시민들의 힘을 상품화하기만을 바라는 것 같습니다 ..  《지율-초록의 공명》(삼인,2005) 127쪽

 

 ‘광분(狂奔)하는’은 ‘미쳐 있는’이나 ‘들떠 있는’이나 ‘빠져 있는’쯤으로 다듬어 줍니다. “시민들의 힘”은 “시민들 힘”이나 “시민힘”으로 손질하고, “바라는 것 같습니다”는 “바라는 듯합니다”로 손질합니다.

 

 ┌ 상품화(商品化) : 상품으로 만듦. 상품으로 됨

 │   - 상품화되어 가는 토속 공예품 / 연구 성과를 상품화하다

 │

 ├ 상품화하기만을 바라는

 │→ 상품으로 만들기만을 바라는

 │→ 상품으로 삼기만을 바라는

 │→ 장사속으로만 다루려는

 │→ 장사속으로만 보려는

 └ …

 

 우리 사회는 사람도 삶도 자연도 그 무엇도 물건이나 상품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돈이 되는 일만 해야 하는 듯 여기도록 길들이고, 돈이 안 되면 값어치가 없는 듯 여기도록 물들입니다.

 

 돈은 사람이 만들고 쓰고 즐기고 누릴 뿐입니다. 사람이 돈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돈 아니면 아무런 살아갈 값어치가 없는 듯 생각하고 맙니다. 학교를 다니고 신문을 보고 방송과 컴퓨터를 즐기는 가운데 돈에 익숙해지고 돈에 사로잡히고 맙니다. 더 높은 학교로 가려는 뜻은, 더 깊이 학문을 하려는 뜻이 아니라, 더 많은 돈을 더 손쉽게 벌어들일 수 있겠다는 뜻 때문이지 않습니까.

 

 세상이 온통 돈벌이와 돈굴리기에 미치다 보니까, 말하기와 글쓰기 또한 돈으로만 바라보게 되면서, 논술학원이며 논술잡지며 논술책이며 쏟아집니다. 차분하게 말과 글 이야기를 다루는 책은 뒷전에 내팽개쳐지고, 입시와 입사에 도움이 될 듯한 장사속 넘치는 책이 앞으로 나와 떵떵거립니다.

 

 ┌ 상품화되어 가는 → 돈냄새가 풀풀 나고 있는

 └ 연구 성과를 상품화하다 → 연구한 열매를 돈 받고 팔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들은 온통 돈에 빠지고 돈에 놀아나고 있으면서도 ‘돈’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재테크’니 ‘재무설계’니 ‘경제’니 ‘경영’이니 ‘투자’니 ‘엠엔에이’니 ‘벤치마킹’이니 ‘상품’이니 ‘경제성’이니 ‘상업성’이니 ‘이코노미’를, 게다가 ‘머니’까지를 욀 뿐입니다. 이런저런 말을 쓰는 자리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오로지 ‘돈벌이 잘되게 하기’에 지나지 않으면서.

 

 미친 세상에 휘둘리며 미친 삶이 되니, 말도 글도 미쳐 버리고 있습니다.

 

 

ㄴ. 일원화하다

 

.. 판매 기구를 일원화할 한국도서공급회사를 설립, 그 운영과 함께 실효를 거두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  《출판과 교육에 바친 열정》(우촌이종익추모문집간행위원회,1992) 332쪽

 

 “회사를 설립(設立), 그 운영(運營)과 함께 실효(實效)를 거두도록”은 “회사를 세워, 살뜰히 꾸리고 효과도 제대로 거두도록”이나 “회사를 세워 잘 꾸리면서 보람도 얻도록”으로 풀어내면 어떨는지요. ‘판매(販賣) 기구(機構)’는 ‘파는 곳’이나 ‘다루는 곳’으로 손보면 어떨까 싶고요.

 

 ┌ 일원화(一元化) : 하나로 됨. 또는 하나로 만듦

 │   - 체제의 일원화 / 조직의 일원화 / 정보 관리의 일원화 /

 │     행정 기관이 일원화하다 / 발표 창구를 일원화하다 /

 │     효율적 업무를 위해 조직 업무를 일원화하다

 │

 ├ 판매 기구를 일원화하여

 │→ 파는 곳을 하나로 모아

 │→ 파는 곳을 하나로 묶어

 │→ 다루는 곳을 하나로 이어

 │→ 다루는 곳을 하나로 해서

 └ …

 

 ‘파는’ 일입니다. ‘판매(販賣)’라 하지 않아도 돼요. 그러니 ‘판매 기구’는 ‘파는 기구’처럼 풀 수 있는데, ‘파는 곳’이라고 쓰면 한결 낫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글을 쓰거나 이름을 붙여 줄 분이 얼마나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저냥 ‘판매’라는 말을 쓰지 않을까 싶고, ‘파는 곳’처럼 적기보다는 ‘판매처’처럼 적을 테지요.

 

 ┌ 체제의 일원화 → 체제를 하나로

 ├ 조직의 일원화 → 조직을 하나로

 ├ 정보 관리의 일원화 → 정보 관리를 한 곳에서

 ├ 행정 기관이 일원화하다 → 행정 기관이 한 곳으로 모이다

 ├ 발표 창구를 일원화하다 → 발표할 곳을 하나만 두다

 └ 조직 업무를 일원화하다 → 조직 일을 하나로 묶다

 

 샴푸와 린스를 따로따로 하지 않고 한 번에 한다는‘하나로’라는 샴푸가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 샴푸는 ‘일원화’한 셈입니다. ‘-化’붙이 한자말로 하자면 ‘일원화’입니다. 토박이말로 이야기하자면 ‘하나로’이고요.

 

 여럿으로 나뉘어 있으나 한 자리로 묶는다면 ‘한 곳에’나 ‘한 자리에’입니다. 여러 차례 나누어 하도록 되어 있었으나 번거롭게 하지 않도록 마음을 기울인다면 ‘한 번에’ 또는 ‘한꺼번에’ 할 수 있습니다. 여럿으로 쪼개어져 있는 모임이나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이도록 한다면 ‘하나로 묶’거나 ‘하나로 모두’는 셈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2008.07.06 11:12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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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우리말 #우리 말 #화化 #외마디 한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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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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