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69)

― ‘미완성의 글’과 ‘미처 못 쓴 글’

등록 2008.07.06 18:22수정 2008.07.0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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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의 초고, 파도, 자세를 취하는 노랑발도요들, 맴돌고 내려앉는 솜털오리들, 속귀 안의 방위와 감각중추의 도관, 날씨에 관한 주석, 또 아래 나오는 미완성의 글들이 있었다 ..  《클레어 워커 레슬리,찰스 E.로스/박현주 옮김-자연 관찰 일기》(검둥소,2008) 103쪽

“시의 초고(草稿)”는 “애벌로 쓴 시”나 “조금 끄적인 시”로 손봅니다. ‘파도(波濤)’는 ‘물결’로 손질하고, “자세(姿勢)를 취(取)하는”은 “모양을 잡는”으로 손질합니다. “속귀 안의 방위”는 “속귀 안에 있는 방위”로 고치고, “감각중추의 도관”은 “감각중추 도관”으로 고칩니다. 그런데 ‘방위’와 ‘도관’은 무엇을 가리키지요? 모르겠습니다. “날씨에 관(關)한 주석(註釋)”은 “날씨에 붙인 생각”이나 “날씨가 어떤가 적은 글”로 다듬어 봅니다.


 ┌ 미완성(未完成) : 아직 덜 됨
 │   - 미완성의 작품 / 미완성에 그치다 /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 /
 │     일이 미완성으로 끝나고 말았다
 │
 ├ 미완성의 글들이 있었다
 │→ 마무리 못 지은 글이 있었다
 │→ 쓰다 만 글이 있었다
 │→ 아직 덜 쓴 글이 있었다
 │→ 대충 써 둔 글이 있었다
 │→ 더 살을 붙여야 할 글이 있었다
 │→ 밑글로 끄적인 글이 있었다
 │→ 갈겨쓴 글쪼가리가 있었다
 │→ 미처 못 쓴 글이 있었다
 └ …

한자말 ‘완성’을 쓰더라도 “완성하지 못한”이나 “완성되지 않은”이라고 해 주면 괜찮습니다. 그런데 이렇게나마 쓰는 분보다는, 또다른 한자 ‘未-’를 앞에 붙여서 ‘未完成’처럼 쓰는 분이 퍽 많습니다.

 ┌ 미완성의 작품
 │
 │→ 완성이 안 된 작품
 │→ 완성을 못한 작품
 └ …

처음부터 낱말과 말투와 말씨 모두 옹글게 추스르기란 어렵습니다. 차근차근 추스르고 돌아보면서 가꾸어 가야 합니다. 아이들이 말을 배울 때에도 하루아침에 모두 배우지 못하고, 여러 해에 걸쳐서 차근차근 배우는 모습을 떠올려 보면 좋겠습니다. 우리 어른들도 아이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알아두거나 익혀야 할 말을 배울 때, 그만큼 햇수를 들이고 땀방울을 쏟아야 합니다. 한 번 익힌 말을 좀더 잘 부리거나 펼쳐서 쓰고 싶다면, 그만한 햇수 동안 애쓰고 땀을 바쳐야 합니다.

 ┌ 미완성에 그치다
 │
 │→ 다하지 못하다
 │→ 마무리를 못 짓다
 │→ 끝내지 못하다
 └ …


우리 마음가짐을 잘 살펴야 한다고 느낍니다. 말 배우기는 아이들한테만 주어진 몫이 아닙니다. 어른도 말을 배워야 합니다. 지금 우리 어른들 가운데,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떠나서, 말다운 말을 제대로 할 줄 아는 분이 얼마나 있습니까. 문학을 하는 분들은 우리 말을 얼마만큼 제대로 쓸 줄 압니까. 날마다 수많은 기사를 써 내야 하는 기자님은 우리 글다운 우리 글이 무엇인지를 깨달으면서 글을 쓰십니까.

초중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는 어떻습니까. 대학교에서 지성인이든 지식인이든 그냥 월급쟁이가 될 사람이든 가르치는 교수들은 어떠하지요. 말로 판결을 내리는 판사님과, 말로 일을 풀어나가는 변호사님과 검사님은 어떠하십니까. 한국말다운 한국말을 올바르게 익히고 새기면서 하루하루 일손을 잡으시는지요.

 ┌ 일이 미완성으로 끝나고 말았다
 │
 │→ 일이 덜 된 채 끝나고 말았다
 │→ 일이 엉성하게 끝나고 말았다
 │→ 일이 엉거주춤 끝나고 말았다
 └ …

지금 우리들은 세 살 적에 배운 말을 아직까지 한 번도 더 ‘북돋우’거나 ‘가꾸’지 않은 가운데 그대로 쓰고 있지는 않은가 모르겠어요. 초등학교 때 배운 말에서 조금도 새 말살림을 보태지 않고 그냥저냥 쓰고 있지는 않은가 모를 일입니다.

책은 읽고 신문도 읽고 편지도 쓰지만, 정작 자기 얼과 넋과 생각과 마음을 고이 싣거나 담는 말과 글을 헤아리지 못하며 헤매이지는 않습니까. 때에 맞는 말, 곳에 맞는 글은 모르거나 내팽개친 채 아무렇게나 말하고 대충대충 글쓰고 있지는 않습니까.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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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씨 ‘-의’ #우리말 #우리 말 #-의 #미완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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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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