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마디 한자말 털기 (39) 택(擇)하다

[우리 말에 마음쓰기 364] '속할 곳을 택한다', '무엇을 택할 것인가' 다듬기

등록 2008.07.07 12:01수정 2008.07.0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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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자기가 속할 곳을 택한다

 

.. 아이들은 4월초에 각 학급 담임의 얼굴과 일 년 동안의 중요한 활동 내용과 학급 친구들을 보고 자기가 속할 곳을 택한다 ..  《호리 신이치로/김은산 옮김-키노쿠니 어린이 마을》(민들레,2001) 99쪽

 

 ‘4월초(-初)’는 ‘4월 첫머리’로 다듬습니다. “각(各) 학급 담임의 얼굴”은 “학급을 맡은 분 얼굴”로 손보고, “일 년(一 年) 동안의 중요한 활동(活動) 내용(內容)”은 “한 해 동안 할 굵직굵직한 일”로 손봅니다. “자기가 속(屬)할”은 “자기가 들어갈”이나 “자기가 함께할”로 손질합니다.

 

 ┌ 택하다(擇-) : 여럿 가운데서 고르다

 │  - 이 중에서 하나만 택하세요 / 뭘 택해야 할지 모르겠다

 │

 ├ 자기가 속할 곳을 택한다

 │→ 자기가 있을 곳을 고른다

 │→ 자기가 있고픈 곳을 알아본다

 │→ 자기가 들어갈 곳을 생각한다

 │→ 자기가 함께할 곳을 살펴본다

 └ …

 

 다듬을 대목이 있는 보기글을 살필 때마다 느낍니다만, 이 보기글에서 다듬을 대목을 하나하나 짚는 한편 통째로 다듬어 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4월 첫머리에 학급마다 담임이 누구인지, 한 해 동안 할 굵직굵직한 일이 무엇인지, 학급 동무들이 누구인지를 보고, 자기가 있을 곳을 고른다”쯤으로.

 

 ┌ 하나만 택하세요 → 하나만 고르세요

 └ 뭘 택야하 할지 모르겠다 →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

 

 ‘擇’은 한자입니다. ‘고를 택’입니다. 소리값은 ‘택’이고 새김이 ‘고를’이니, 토박이말은 ‘고를’입니다. 따온 보기글이든 국어사전에 실린 보기글이든, ‘고르다’ 한 마디면 넉넉합니다. 너끈합니다. 모자람이 없습니다.

 

 

ㄴ. 무엇을 택할 것인가

 

.. 무엇에든 관심을 갖고 열심히 한다는 것, 거기에서 얻는 소득은 일등의 감격이 아니라 자아를 풍부하게 일궈나가는 기획력과 창의력이다. 무엇을 택할 것인가? ..  《김종휘-너, 행복하니?》(샨티,2004) 22쪽

 

 “관심(關心)을 갖고 열심(熱心)히 한다는 것”은 딱히 잘못 쓴 말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만, “마음을 기울이며 애쓰기”나 “마음을 쏟아 힘쓰기”나 “마음을 두며 땀흘리기”쯤으로 손보면 어떨까 싶어요. “얻는 소득”에서 ‘소득(所得)’은 ‘얻다’를 뜻합니다. 겹치기가 되었습니다. “얻는 것은”으로 고쳐 줍니다. ‘자아(自我)’는 ‘내 마음’이나 ‘내 넋’이나 ‘우리 가슴’으로 손질해 봅니다. ‘풍부(豊富)하게’는 ‘넉넉하게’로 다듬고, “일등의 감격(感激)”은 “일등을 했다는 기쁨”으로 다듬으며, “기획력(企劃力)과 창의력(創意力)이다”는 “슬기로운 생각과 부푼 꿈이다”나 “생각하는 힘과 슬기이다”로 다듬습니다.

 

 ┌ 무엇을 택할 것인가?

 │

 │→ 무엇을 고르겠는가?

 │→ 무엇을 하고 싶은가?

 │→ 어느 길로 가겠는가?

 │→ 어느 길로 가고 싶나?

 └ …

 

 “무엇을 고르고 싶은가”를 묻는 대목입니다. 흐름을 살피면, 어떤 일이든 마음을 두면서 부지런히 애써서 하라고 이야기하는 만큼, “어느 길로 가고 싶은가”를 묻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를 묻거나 “무슨 일이 자기한테 어울리거나 좋다고 생각하는가”를 묻는다고 볼 수 있어요.

 

 

ㄷ. 살아가는 길 쪽을 택하고

 

.. 방황하지만, 물론 내팽개치며 소리소리 지르며 쉽고 편리하게 살아가는 길 쪽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  《신동엽-젊은 시인의 사랑》(실천문학사,1988) 160쪽

 

 ‘방황(彷徨)하지만’은 ‘이리저리 헤매지만’이나 ‘헤매지만’이나 ‘이리저리 떠돌지만’으로 손봅니다. ‘물론(勿論)’은 ‘보나 마나’로 다듬고, “쉽고 편리(便利)하게”는 “쉽고 가볍게”로 다듬으며, “있는 것이다”는 “있다”로 다듬어 줍니다.

 

 ┌ 살아가는 길 쪽을 택하고

 │

 │→ 살아가는 길 쪽을 고르고

 │→ 살아가는 길 쪽을 골라잡고

 │→ 살아가는 길 쪽으로 가고

 │→ 살아가는 길 쪽으로 나아가고

 └ …

 

 누구나 어느 쪽으로 갈지를 ‘고릅’니다. ‘골라잡’습니다. 어느 한쪽으로든 ‘가야’ 할 길을 찾아야 합니다. 자기가 가는 길이라면, 그 길로 ‘나아가는’ 셈입니다.

 

 ┌ 쉽고 가볍게 살아가는 길로 가고 있다

 ├ 쉽고 가볍게 살아가는 쪽으로 가고 있다

 ├ 쉽고 가볍게 살아가고들 있다

 ├ 쉽고 가볍게 살아가려고 한다

 └ …

 

 ‘택하다’를 손질한 다음, “길 쪽을(길 쪽으로)”도 손질해 봅니다. 이렇게 두어도 나쁘지 않으나 ‘길’이나 ‘쪽’ 가운데 하나만 넣어도 돼요. 둘 모두 덜고 “살아가려고 한다”나 “살아가고들 있다”로 적어도 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2008.07.07 12:01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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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마디 한자말 #우리말 #우리 말 #한자어 #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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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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