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종부세 완화 못 밀어붙일 것"

['정책통' 연쇄 인터뷰②] '종부세 개악' 저지에 나선 이용섭 민주당 의원

등록 2008.10.02 12:09수정 2008.10.0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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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정치권의 대표적인 '정책통' 의원들을 대상으로 해서 현안으로 떠오른 종부세 문제와 금융위기를 진단하는 연쇄 인터뷰를 갖는다. 그 두번째는 참여정부에서 국세청장과 건교부장관을 지낸 이용섭 의원(민주당, 광주 광산구)이다.   <편집자주>

이용섭 민주당 의원 ⓒ 유성호

이용섭 민주당 의원 ⓒ 유성호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요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을 저지하기 위한 '전사'로 통한다.

 

종부세를 주제로 한 각종 방송토론회와 언론 인터뷰에 단골로 출연하는 것은 물론이고 '종부세 무력화 저지'를 위한 국회의원 모임까지 꾸렸다. '종부세 무력화 저지와 중산층·서민주거안정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이 그것이다.

 

이 의원이 제안해 만들어진 이 모임에는 김상희·이미경(민주당)·홍희덕·강기갑·권영길·곽정숙(민주노동당)·문국현(창조한국당)·이상민(자유선진당) 의원 등이 당적을 초월해 참여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9월 30일 토지주택공공성네트워크·한국진보연대 등과 '연석회의'를 구성했다.    

 

연석회의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여당의 종부세 무력화 조처는 2% 특권층을 위해 98% 대다수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특혜이고 퍼주기 정책"이라며 '종부세 무력화 저지'를 위한 '행동 돌입'을 선언했다.

 

"종부세 효과 안 난 것은 이명박 정부 정책 실패 때문"

 

국군의 날인 1일 오후 의원실에서 만난 이용섭 의원은 '전투의지'가 충만했다. 그 전투의지의 뒤에는 '유능한 관료 출신'이라는 배경도 있는 듯했다. 참여정부에서 국세청장·건설교통부장관을 지내면서 종부세에 관여했던 덕분에 누구보다 종부세에 정통하고 애정도 크다.

 

이 의원은 "종부세 도입의 실효가 많은데 그 종부세가 참여정부 때만큼 효과를 못내고 있다"며 "그것은 이명박 정부 정책의 실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작년 대선 때부터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종부세를 완화해 주겠다고 했다. 심지어 양도소득세도 완화하겠다고 얘기했다. 그러니까 종부세나 양도소득세가 내릴 때까지 (집을 팔지 않고) 기다린 것이다. 역사에는 가정이란 없지만, 이명박 정부가 선거 때부터 투기는 없어져야 한다며 투기대책을 내놓았다면 주택시장은 진작 안정됐을 것이다."

 

종부세는 주택 과다 보유자의 투기를 막자는 취지에서 2005년부터 시행된 세금이다. 특히 참여정부가 종부세를 지방세가 아닌 국세로 만든 데에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노림수가 있었다. 

 

"종부세를 지방세로 해도 된다. 그런데 왜 국세로 가져왔느냐? 투기가 전국단위로 이루어지고 투기자금의 이동성과 집중성이 매우 빠르다. 그래서 전국 단위로 과세를 해야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이 세원들은 수도권의 특정지역에 집중돼 있었다. 여기에서 세금을 걷어서 낙후된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50%가 간다. 나머지는 낙후된 지역의 교육·복지 등에 들어간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입장은 종부세 완화다. 이미 정부 원안대로 국무회의를 통과한 상태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하나는 지지층을 배려하고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이 종부세 완화를 공약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지층 결집을 위한 의도가 있다고 본다. 다른 하나는 주택건설 경기를 부추겨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책의 기본은 성장이다. 지금 경제가 어려우니까 주택경기를 활성화시켜 경제성장을 꾀하려는 속셈이 있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주택정책을 이용하는 것이 아찔하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접근은 세계적 흐름과 정반대라는 것이 이 의원의 주장이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주택거품을 빼서 경제를 연착륙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만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집값이 오를 때는 100%·200% 올랐는데 떨어진 것은 10%도 안 된다. 그래서 거품을 빼줘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는) 거품을 키우고 있다. 지금은 경기가 안 좋아서 바로 집값이 오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조금만 경제가 괜찮아져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면 이것이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쳐 집값이 뛴다. 그러나 거품이 빠지면 가계에 이어 금융기관까지 부실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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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29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종부세 개편안에 대한 한나라당 당론채택 규탄대회를 열고 '강남부자 살리려고 지방서민 다죽이는 종부세 폐지 반대한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남소연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29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종부세 개편안에 대한 한나라당 당론채택 규탄대회를 열고 '강남부자 살리려고 지방서민 다죽이는 종부세 폐지 반대한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남소연

 

"왜 종부세 완화가 아니라 무력화인가?"   

 

이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종부세 완화를 "변칙이자 꼼수·술수"라고 지적했다. 한 마디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새로운 국정이념이나 철학을 세법에 담기 위해 세제개편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종부세도 불합리한 점이 있다면 고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개편안은 불합리한 것을 고치는 게 아니라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이 의원은 왜 이번 개편안이 '종부세 완화'가 아닌 '종부세 무력화'인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우선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린다고 했다. 9억원부터 과세하겠다는 얘기인데 사실 15억원부터 과세하게 된다. 15억원도 공시지가이고, 시가로는 18억원이다. 꼼수를 부리고 있는 셈이다. 현재 종부세 과세 대상인 38만세대도 4만세대로 줄어 실효가 없다. 공시지가가 20억인 경우 시가는 24억원 정도 된다. 이럴 때 종부세는 121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줄어든다. 종부세를 고친다는 개념이 아니라 사실상 폐기하는 것이다."

 

이 의원은 "현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은 이름은 있되 효과가 없는 유명무실이자 무력화·폐기나 다름없다"며 "그래서 민주당에서 당력을 총동원해 막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보유세 중과, 거래세 경감은 역대 모든 정부의 기본정책이었다"며 "한나라당도 예외없이 그렇게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는 점에서 종부세 완화는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의원은 종부세 완화로 인한 지방재정 삭감을 크게 우려했다. 이미 진보신당이 종부세를 완화할 경우 종부세를 100% 재원으로 하고 있는 부동산 교부세가 2조 2700억여 원이 줄어든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종부세 완화로 2조원 이상의 지방재정이 삭감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비수도권 지자체의 재정악화가 예상됐다. 

 

"제 지역구인 광주 광산구의 경우 (부동산 교부세) 88억원이 내려왔다. 88억원이면 지역에서는 큰 돈이다. 그런데 그게 줄어들면 (지자체는) 그만큼 일(사업)을 안하게 된다. 복지, 교육 등의 서비스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세수부족분을 보전하는 대책도 안 세워놓고 부자들 세금 깎아주는 데만 열중하고 있다. 졸속으로 추진하니까 그렇다."

 

이 의원은 "종부세 완화로 세수가 감소하면 어디선가 돈을 가져와야 하는데 그 돈은 98% 중산층·서민의 복지와 지역균형발전에 쓰이고 있는 돈"이라며 "그 돈을 가져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렇게 하는 것은 사회정의에도 안 맞고 소득재분배정책에도 안 맞고 결국은 사회양극화를 심화시킬 뿐"이라고 경고했다.

 

"2년 뒤 지방선거 때문에 무리하게 밀어붙이지 못할 것"

 

이 의원은 "지금 부자들 세금 깎아주는 게 급하냐"며 "지금은 종부세를 깎을 때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실정으로 인한 물가급등, 일자리 감소, 경기 침체 때문에 중산층·서민이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있는 사람에게 세금을 걷어서 끼니 걱정하는 서민들, 오른 전월세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무주택자·자영업자들을 위해 써야 한다. 그리고 나서 내년 이후 경기가 좋아지면 그 때 부자 세금 깎는 것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 이명박 정부는 우선순위도 원칙도 없다."

 

끝으로 이 의원은 "국민들이 실정을 제대로 몰라서 그렇지 언론이 협조하고 야당이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하면 국민적 저항이 있을 것"이라며 "2년 뒤에 지자체 선거가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도 무리하게 밀어붙이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 의원은 2008년도 예산안과 관련 "복지는 줄고 SOC(사회간접자본)는 늘렸는데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며 "참여정부는 전체 예산 중 복지예산을 27%까지 늘려놨는데 이명박 정부는 그걸 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옛날에는 성장 위주 발전 전략이 통했지만 지금은 성장과 분배가 수레의 두바퀴처럼 같이 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가 성공하려면 참여정부를 경쟁대상에서 지워라"

이용섭 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중용된 관료 중 한 명이다. 그는 참여정부에서 국세청장을 거쳐 청와대 혁신관리수석, 행정자치부장관, 건설교통부장관 등을 거쳤다. 그는 노 대통령으로부터 '유능한 관료'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을 "가장 비정치적인 정책을 많이 펼친 대통령"이라고 평가한 뒤, "주변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정치에 나서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본인은 정치에 개입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일화를 소개했다.

 

"지난 총선이 끝난 뒤 봉하에 내려갔다. 그때 퇴임하고 처음으로 집을 비우고 여행을 가려고 했다. 집을 갑자기 지어 보수할 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지금 가냐고 물었는데 사연이 이렇더라. 선거기간에 움직이면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까 봐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참고 기다린 것이다."

 

이어 이 의원은 "참여정부는 방향을 옳았지만 속도가 너무 빨라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 반면 이명박 정부는 경제살리기와 실용을 들고 나온 것은 좋았는데 방향이 틀렸다"고 평가했다.

 

"이명박 정부는 역사를 거꾸로 돌려 산업사회 정책을 쓰고 있다. 대운하, 수도권·대기업 위주 정책 등이 다 산업사회 발전이다. 지금은 지식정보화사회다. 또 이명박 정부는 참여정부가 국민에게 돌려준 권력기관을 품안에 품어 버렸다. 말바꾸기를 자주해 신뢰를 못준다. 변칙과 술수, 꼼수를 쓴다. 원칙과 정도로 가지 않고 지름길로만 가려 한다."

 

특히 이 의원은 "이명박 정부는 ABR(Anything But Rho)이라고 해서 노무현 정부 틀에서만 벗어나려고 한다"며 "이명박 정부가 성공하려면 참여정부를 경쟁대상에서 지워 버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2008.10.02 12:09 ⓒ 2008 OhmyNews
#이용섭 #종부세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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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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