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사건, 왜 연예인들은 가만 있는가?

[주장] 이번 사건에 연예인들은 제 목소리를 내라

등록 2009.04.14 10:54수정 2009.04.1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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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전 청와대 부근 청운동사무소앞에서 '불법성매매 청와대 행정관 엄중 처벌' '인권위 축소 규탄' '장자연 리스트 성역없는 수사 실시' 등을 촉구하는 '이명박 정부 인권정책 규탄 여성·언론·인권단체 공동기자회견'이 열렸다. ⓒ 권우성

지난 1일 오전 청와대 부근 청운동사무소앞에서 '불법성매매 청와대 행정관 엄중 처벌' '인권위 축소 규탄' '장자연 리스트 성역없는 수사 실시' 등을 촉구하는 '이명박 정부 인권정책 규탄 여성·언론·인권단체 공동기자회견'이 열렸다. ⓒ 권우성

 

배우 장자연이 죽은 지 한 달이 넘었음에도 그 배경을 파헤치는 데는 지지부진이다. 아무래도 이 사건의 배후에는 소위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있기 때문에 수사기관도 쩔쩔매는 모양이다. 한 촉망받는 배우가 이제 갓 나래를 펴고 비상하려는 순간이었는데 권력자들의 노리개감이 되어 희생당한 것은 안타깝다 못해 분노가 치민다.

 

또한 앞에서는 입바른 소리만 하던 고위층 양반들이 뒤로는 일개 시정잡배보다 못한 추한 이중행태를 보인 점은 과연 이 땅에 양심과 도덕이 어디있는가 회의를 느끼게 만든다.

 

이번 사건을 지켜보며 무엇보다 의문이 드는 대목은 피해의 근원지인 연예인들 혹은 연기자들이 왜 이토록 무반응을 보이냐는 것이다. 물론 연예인들 각자의 마음 속에는 자신들의 동료가 억울하게 희생당하여 죽었다는 사실에 대해 애통해 하며 이번 사건이 순리대로 해결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연예인들이 연대하여 이번 사건에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너무나 의아하게 느껴진다.

 

그들의 동료가 사고나 질병에 의한 죽음이 아니라 외부 권력자들의 노리개가 되어 고통당하다가 세상을 떠났는데 어떻게 이토록 잠잠할 수 있을까? 어쩌면 자신들도 제2, 제3의 장자연이 될 수도 있고, 연예계에 입문하려는 미래의 연예인들도 그런 일을 겪을 수도 있을텐데 왜 분노하지 않는단 말인가?

 

더 이상 '우리는 힘없는 연예인일 뿐'이라는 대답은 듣고 싶지 않다. 그들보다 힘없는 이 땅의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거대 기업을 상대로 힘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 왜 연예인들은 파업할 줄 모르는가?

 

'우리는 동료였던 장자연의 억울한 죽음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이 사건의 실체가 명백하게 드러날 때까지 모든 방송활동을 중단하겠다!' 이렇게 할 수는 없는 일일까?

 

그동안 일부 연예인들과 관련되어 스폰서니, 성상납이니 하는 말들이 끊이지 않았다. 물론 그런 잘못된 관행 때문에 출세한 연예인도 더러 있을 것이다. 그런 일부 연예인들 때문에 지금도 연예계는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그렇고 그런 곳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연예인들 스스로 그들의 자존심과 명예심을 세워야 한다. 물론 한 번 찍히면 소리없이 퇴출되는 연예인의 특성상 이런 일에 나서는 것이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부담 때문에 아무도 그 십자가 지지 않으려고 미루고 있지는 않은가? 이번 사건에 대해 연예인들 스스로가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너무나 비겁한 일이고, 망자의 죽음을 헛되이 하는 것이 되고 말 것이다.

 

아울러 이번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에는 연예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지 못한 연예계 선배들의 잘못도 크다. 이게 어디 갑작스레 벌어진 일이던가? 일반 국민들도 다 알던 일이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일 뿐이다. 그렇다면 그간 연기자와 가수를 중심으로 한 원로, 중견 연예인들은 뭘 하고 있었는가?

 

동료와 후배들이 그런 일을 겪어왔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제껏 이들은 눈을 감고 있었고 침묵하고 있었는가? 방송에서 나이 어린 연예인들이 나이 많은 연예인들을 '선생님'이라 호칭하는 경우를 더러 본다. 그들이 진정 후배들에게 '선생님'이라 불리우려면 지금이라도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이번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저의 daum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4.14 10:54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저의 daum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장자연 #연예계 #명예회복 #관행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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