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분향소에는 교수들이 상주?

노 전 대통령 민주주의 기리기위해 동참... 학생들은 대동제 연기

등록 2009.05.28 14:37수정 2009.05.2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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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 피츠버그홀에 마련된 분향소 모습. ⓒ 오동연


전국적인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열기에 성공회대학교(성공회대)도 동참하고 있다.

지난 25일 성공회대 교수회와 직원노조 주도로 구로구 항동 성공회대 내 피츠버그홀에 설치된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는 학생들과 지역주민들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성공회대 분향소는 여타 대학들과는 조금 달랐다. 교수들을 비롯한 교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상주를 맡고 있기 때문. 성공회대는 국민장이 치러지는 전 날인 28일 밤 11시까지 조문객을 받을 예정이다.

이날 분향을 하고 나온 한다슬(영어학과) 학생은 "어제 뉴스에서 경호관이 진술을 번복했다는 기사를 보고 괜히 속상했다"며 "노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팬은 아니었지만, 죽은 사람에 대한 반응을 보면 그 사람의 삶에 대해서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이러한 애도의 물결을 보면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신 곳에서 편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도모임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분향소를 찾은 엄정아(디지털컨텐츠학과) 학생은 "기도모임에서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영상을 보고나서 안타까웠다"며 "추모의 마음으로 분향하러 왔다"고 말했다.

교수와 교직원, 학생이 함께 하는 성공회대 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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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 분향소에서 한 조문객이 묵념을 하고 있다. ⓒ 오동연


노동규(사회과학부) 학생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예전에 접었지만, 16대 대통령 선거 당시 고등학생이었는데, 그 때 나에게 정치적 각성을 시켜줘서 고마웠고, 노무현 후보에게 지지를 보냈던 기억이 있다"며 "인간적 연민이 들어서 분향했다"고 말했다.

학교 인근 구로구 항동 주민들도 성공회대 분향소를 많이 찾았다. 분향을 마치고 나온 이송자(항동)씨는 "양천구청에서 분향소를 봤지만 급한 일이 있어 분향하지 못하고 왔는데, 학교에 분향소가 있는 것을 보고 여기로 왔다"며 "많은 사람들이 진짜 존경하는 분이고, 서민에게 많은 희망을 줬다, 우리 가슴에 남아 있으실 것"이라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성공회대 학점은행을 수강하는 박아무개(오류동)씨는 조문을 한 후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아무리 잘해도 욕먹는 자리"라며 "만약 개인의 입장이 아닌, 국가의 전 대통령이라는 입장에 더 비중을 두었다면 투신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이 투신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고 놀라웠다"고 말했다.

분향소에 비치된 방명록은 노 전 대통령을 애도하는 글로 가득찼다. 조문객들은 '바보 노무현처럼 살아가겠습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내신 분을 죽음으로 몰고 간 우리의 현실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부디 편히 잠드소서' 등의 추모글을 남겼다. 

이재정 전 통일 "노 전 대통령, 죽어서 역사에 생명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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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 분향소에 비치돼 있는 방명록. ⓒ 오동연


참여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 대학 이재정 교수는 방명록에 '노무현 대통령은 죽어서 이 역사에 생명을 주신다. 민주주의와 자유 평화를 이 민족에게 심어준 그의 생명을 우리가 이어가자'라고 썼다. 조문객들의 애틋한 마음이 담긴 방명록은 노 전 대통령 유족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성공회대 분향소 설치를 처음 제안한 최영묵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민주주의를 앞당긴 노 전 대통령이 작고한 후, 사람들이 봉하마을과 덕수궁 앞으로 모이는 것을 보면서 그 곳에 갈 수 없는 학생, 주민들에게 애도의 공간을 마련해 주기위해 분향소 설치를 제안했다"며 "분향소 설치 후 학생뿐 아니라 졸업생, 주변주민들도 조문하고 갔다"고 말했다.

전국대학노동조합 성공회대지부 박종국 지부장은 "최영묵 교수의 제안을 받아들여 교수회와 노조가 학교에 분향소 설치를 요청했고, 학교도 이를 받아들였다"며 "노 전 대통령의 장례가 국민장으로 치러지는 상황에서 우리학교에서도 노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기리기 위해 분향소 설치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들이 분향소를 설치를 주도하는 것이 옳겠지만 총학에서 논의과정이 쉽지 않아 시간상 먼저 설치하게 됐지만, 공동으로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동제 2학기로 미루고 서거 애도 펼침막 내건 총학

박명희 총학생회장은 "분향소 설치 제안을 받을 당시, 중앙위원회와 노 전 대통령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기 위한 대동제 연기 논의가 길어져서 분향소 설치논의도 늦어졌다"며 "분향소 설치가 먼저 이뤄져 참여하지 못했고, 각자 자발적으로 분향소에 조문하는 것으로 이야기 됐다"고 밝혔다. 이어 "총학생회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애도하는 펼침막을 걸었다"고 말했다.

총학생회는 대동제를 2학기로 연기하기로 했다. '대동제를 자제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갖추자'는 의견에 따른 것이다. 대신 비극적 죽음을 맞게 된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고, 지금의 대한민국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촛불추모제를 28일 진행하기로 했다.
#성공회대 #분향소 #노무현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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