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골목마실을 하면서 일터로 갑니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면서 자전거를 타거니 내려서 걷거니 하면서 한 시간 남짓을 돌고 돕니다. 오늘은 인천 중구 내동에 있는 우리 집에서 나와 인천여상(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를 찍었던 학교입니다)이 자리한 중구 신생동과 송도중학교가 자리한 중구 답동 둘레를 거닐 생각입니다.
a
▲ 집에서 나오는 길. 아기와 옆지기 배웅을 받으면서 자전거를 타고 일터로 갑니다. ⓒ 최종규
▲ 집에서 나오는 길. 아기와 옆지기 배웅을 받으면서 자전거를 타고 일터로 갑니다.
ⓒ 최종규 |
|
엊저녁, 옛동무를 만나 율목동 닭집에서 보리술 한잔을 걸친 다음, 옛동무가 사는 신흥동3가 앞까지 배웅을 하고 나서, 우리 세 식구는 사동과 신생동과 답동 골목을 따라 밤길을 거닐며 집으로 돌아왔는데, 밤나절에 거닌 골목 모습이 퍽 곱다고 느껴, 아침에 볕을 쬐면서 거닐면 한결 더 곱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땀이 송글송글 돋도록 하는 햇볕을 쬐면서 걷는 골목은 싱그럽습니다. 자동차가 들어서지 못하는 안쪽 골목길마다 시원하고 푸르게 골목텃밭과 골목꽃밭이 이루어져 있습니다. 퍽 많은 집마다 문을 열어 놓은 채 더위를 식히고 있으며, 때때로 콩알만큼 작은 강아지들이 컹컹 짖으며 낯선 손님을 맞이합니다.
한참 즐겁게 마실을 마치고 일터인 도서관이 있는 창영동으로 돌아가기 앞서, 오늘은 신흥동1가 골목을 거쳐서 가기로 합니다. 새 길이름으로는 '구관사길'이라는 이름이 붙는 이곳 길을 살랑살랑 거닐다가, 높다란 골목집 울타리 위쪽으로 해바라기 한 송이와 바람에 나부끼는 빨래를 올려다봅니다. 이야! 이 울타리 안쪽으로 해바라기가 다 있네? 지난해에는 못 보았는데?
a
▲ 높다란 울타리 안쪽으로 보이는 해바라기와 빨래를 사진으로 찍다가 개벽이를 만났습니다. ⓒ 최종규
▲ 높다란 울타리 안쪽으로 보이는 해바라기와 빨래를 사진으로 찍다가 개벽이를 만났습니다.
ⓒ 최종규 |
|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면서 해바라기와 빨래 사진을 몇 장 찍고는, 그 옆 붉은벽돌 담벼락 위에 얹은 자그마한 꽃그릇을 사진으로 담습니다. 그런데 이내 개 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응? 어디에서 짖는 소리이지?
두리번두리번 살펴보나 개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제 코앞에 있는 붉은벽돌 담벼락 한쪽에 벽돌이 빠진 자리가 보이고, 그곳에 까만 개 한 마리가 머리를 디밀고 컹컹 짖는 모습이 보입니다.
어이쿠. 너도 '개벽이'?
a
▲ 골목길 개벽이. 왜 벽돌 한 장이 빠져 있는가 했더니, 개벽이가 골목을 구경하는 자리였습니다. ⓒ 최종규
▲ 골목길 개벽이. 왜 벽돌 한 장이 빠져 있는가 했더니, 개벽이가 골목을 구경하는 자리였습니다.
ⓒ 최종규 |
|
'골목길 개벽이'는 컹컹 짖다가 제가 쳐다보니 짖기를 멈춥니다. 잠깐 빤히 눈맞춤을 하더니 안으로 뽀르르 들어가고 다시 짖습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눈알만 벽구멍에 댄 채 짖습니다. 저런. 무서운가? 그럼, 얼른 내가 가 주지. 다음에 또 보자, 골목길 개벽아!
a
▲ 개벽이 빠꼼히 내다보는 구멍은 저렇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 최종규
▲ 개벽이 빠꼼히 내다보는 구멍은 저렇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 최종규 |
|
a
▲ 골목길 검둥이는 나중에 안쪽으로 숨어들고 눈만 살짝 내다봅니다. ⓒ 최종규
▲ 골목길 검둥이는 나중에 안쪽으로 숨어들고 눈만 살짝 내다봅니다.
ⓒ 최종규 |
|
a
▲ 골목길 꽃잔치집을 구경할 때에면 언제나 마음이 푸름으로 가득찹니다. ⓒ 최종규
▲ 골목길 꽃잔치집을 구경할 때에면 언제나 마음이 푸름으로 가득찹니다.
ⓒ 최종규 |
|
a
▲ 골목마실을 하다 보면, 동네 개를 흔히 만납니다. ⓒ 최종규
▲ 골목마실을 하다 보면, 동네 개를 흔히 만납니다.
ⓒ 최종규 |
|
a
▲ 골목집 개들은 저를 빤히 올려다보곤 합니다. ⓒ 최종규
▲ 골목집 개들은 저를 빤히 올려다보곤 합니다.
ⓒ 최종규 |
|
a
▲ 퍽 덩치 큰 개가 쳐다볼 때에는 움찔하지만, 그래도 조용히 지나가면 괜찮습니다. ⓒ 최종규
▲ 퍽 덩치 큰 개가 쳐다볼 때에는 움찔하지만, 그래도 조용히 지나가면 괜찮습니다.
ⓒ 최종규 |
|
a
▲ 무서움을 타는지, 고개만 살짝 내민 채 짖는 골목집 개. ⓒ 최종규
▲ 무서움을 타는지, 고개만 살짝 내민 채 짖는 골목집 개.
ⓒ 최종규 |
|
a
▲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는 인천 느낌을 어둡게만 그렸습니다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두운 구석이 많기도 합니다만, 찬찬히 되살피고 뿌리내리며 살아가 보면, 밝고 푸른 구석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기도 합니다.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를 찍을 때에, 학교 울타리 밑으로 마련되어 있는 골목텃밭을 알아챘다면 영화는 사뭇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 최종규
▲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는 인천 느낌을 어둡게만 그렸습니다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두운 구석이 많기도 합니다만, 찬찬히 되살피고 뿌리내리며 살아가 보면, 밝고 푸른 구석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기도 합니다.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를 찍을 때에, 학교 울타리 밑으로 마련되어 있는 골목텃밭을 알아챘다면 영화는 사뭇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 최종규 |
|
a
▲ 고추포기 사이로 자전거가 보이고, 제 자전거는 골목 들머리에 세워 놓고. ⓒ 최종규
▲ 고추포기 사이로 자전거가 보이고, 제 자전거는 골목 들머리에 세워 놓고.
ⓒ 최종규 |
|
a
▲ 고즈넉한 골목길 안쪽에서는, 저 스스로 소리를 죽이고 조용히 골목 느낌을 온몸으로 받아들입니다. ⓒ 최종규
▲ 고즈넉한 골목길 안쪽에서는, 저 스스로 소리를 죽이고 조용히 골목 느낌을 온몸으로 받아들입니다.
ⓒ 최종규 |
|
a
▲ 호젓한 골목 안쪽에 어김없이 피어 있는 고운 꽃들을 보면서, 제 마음에 깃든 티끌을 털어냅니다. ⓒ 최종규
▲ 호젓한 골목 안쪽에 어김없이 피어 있는 고운 꽃들을 보면서, 제 마음에 깃든 티끌을 털어냅니다.
ⓒ 최종규 |
|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9.07.03 20:05 |
ⓒ 2009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