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유스호스텔, 과연 몇이나 혜택 볼까

[2010년도 예산안] 600억 들여 8개소 건설... "효율성·시급성 낮다" 지적

등록 2009.11.24 17:53수정 2009.11.2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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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장거리 자전거 여행객들에게 숙박과 편의시설 등을 제공하기 위해 4대강 자전거길 주변에 자전거 유스호스텔을 조성할 계획이다. 사진은 한강 둔치 자전거도로. ⓒ 김시연


정부는 녹색성장을 선언하면서 자전거와 관련된 정책들도 쏟아냈다. 지난 1월 대통령 직속기구인 녹색성장위원회에서 내놓은 자전거 전용차로제 도입이나 '투르 드 코리아' 개최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자전거와 관련된 정책들은 4대강 살리기 사업과도 밀접하다. 정부는 4대강 주변에 총 1728km의 자전거길을 만들고, 각 거점 지역별로 총 8개소의 자전거 유스호스텔도 건립할 계획이다. 유서깊은 국제사이클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를 벤치마킹한 '투르 드 코리아'는 '4대강 종단 사이클대회'다.

하지만 자전거 유스호스텔 조성사업의 경우 효율성과 시급성이 낮아 사업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년간 총 사업비 604억 원-2010년 예산만 24억 원 책정

정부는 장거리 자전거 여행객들에게 숙박과 편의시설 등을 제공하기 위해 4대강 자전거길 주변에 자전거 유스호스텔을 조성할 계획이다. 2012년까지 4개소, 2013년까지 2개소, 2014년까지 2개소 등 총 8개소를 만들겠다는 것. 지방자치단체 등이 부지를 제공하고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단은 유스호스텔 등을 건립해 지자체에 기부체납한 다음 운영수익을 통해 투자비를 회수하게 된다.

5년간 진행되는 자전거 유스호스텔 조성 사업비는 총 604억 4800만 원(75억 5600만 원×8개소)에 이른다. 일단 정부는 2010년에 총 24억 1200만 원의 예산을 책정해놓았다. 24억여 원은 2012년까지 건립할 4대소 자전거 유스호스텔의 조사·설계비용 등이 반영된 금액이다.

민주당은 자전거 유스호스텔 조성사업을 ▲국토해양부의 한국수자원공사 이자 지원 등 2건 ▲환경부의 수질개선사업 등 14건 ▲농림부의 농업용저수지 둑 높임사업 등 2건과 함께 '숨겨놓은 4대강 사업 예산'으로 지목하고 있다. 즉 '자전거 이용 활성화'라는 측면보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측면 지원'이라는 성격이 강하다는 것.   


자전거 유스호스텔 조성사업에는 ▲숙박시설(80인 기준) ▲자전거체험장 ▲자전거교육장 ▲피크닉장 등 테마시설 ▲지역특상품 판매점 등 근린생활시설 ▲수변카페 등 편의시설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자전거 유스호스텔 이용객수를 1개소당 일일 평균 80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국내 인구(4900만 명)와 숙박여행이용자수(3122만여 명), 자전거 동호인수(30만 명)를 바탕으로 산출한 숫자다. 정작 필요한 장거리 자전거 여행객 등과 관련된 기본자료(data)는 전혀 없다.

게다가 자전거 이용실태조사와 타당성 분석 용역도 예산안이 통과된 다음에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자전거 유스호스텔 조성에 따른 예상수지조차도 분석하지 않았다.

"장거리 자전거 여행객 위해 유스호스텔 짓는 건 부적절"

국회예산정책처는 장거리 자전거 이용객 수가 적고, 사업성과가 낮다는 점 등을 근거로 사업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현재까지 각 지역의 자전거 도로 건설사업이 시행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이용대상을 자전거 이용대상자로 특정해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시설 조성에 따르는 성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국회예산정책처는 "자전거 이용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숙박시설 건설사업과 큰 차이가 없다"며 "자전거 이용객뿐 아니라 일반 이용자도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활용하는 경우 국가가 별도의 유스호스텔 건립을 위한 예산을 지원할 필요가 있는가에도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자전거를 이용해 장거리를 여행하는 국민의 수가 전체 인구수에 대비해 아주 적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대부분 자전거 여행자들이 서민층이나 저소득층과 같은 국가의 지원이 필요한 계층이라기보다 고소득자나 시간적인 여유가 충분한 계층이라고 볼 때 이러한 계층의 지원을 위해 자전거 유스호스텔을 건립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결국 국회예산정책처는 예상사업성과나 이용예상고객수 등을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면서 2010년도 예산안 책정에는 '신중한 검토'를 주문했다.

송훈석 의원(강원 속초·고성·양양, 무소속)도 전날(23일) "유스호스텔이라는 숙박시설의 특성상 향후 운영과정에서 자전거 이용자를 비롯해 일반 이용자도 이용할 것이 예상된다"며 "그런 점에서 굳이 막대한 국고를 투입해 '자전거 유스호스텔'이라는 특정 목적의 숙박시설을 8개나 건설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타당성 여부 등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자출족 "유스호스텔이 과연 몇 명에게 효과가 있을까?"

자전거 출퇴근 5년차의 김지회씨는 "현재 자전거 이용자들에게는 안전이나 도난 방지 등의 대책이 필요하지 유스호스텔 조성 같은 사업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그런 식의 보여주기식 사업보다 생활밀접형 자전거 이용 정책들을 입안·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전국을 자전거길로 연결하고 유스호스텔을 짓는 것이 생활과 무슨 관계가 있고 그것으로 효과를 볼 자전거 이용자들이 몇 명이나 되겠냐"며 "오히려 도심에 자전거 보관소를 하나 더 설치하는 것이 효과가 크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자전거 정책과 관련 현 정부는 자꾸 이용활성화보다는 레저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며 "생활 속에서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기반시설을 마련해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2010년 예산안 #자전거 유스호스텔 #국회예산정책처 #송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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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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