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 투시기, 건강엔 지장 없을까

[뉴스 속 건강 105] 휴대전화 1만번 통화에 맞먹는 전자파

등록 2010.01.07 16:16수정 2010.01.0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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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공항에서의 알몸 스캐너(FULL-BODY scanner, 이하 알몸 투시기) 설치 여부가 전 세계적인 논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의 유럽 국가는 항공기 테러를 의식해서 알몸 투시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고, 스페인의 경우에는 아직까지는 도입 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스위스의 경우에는 알몸 투시기가 승객들의 신체를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는 논란에 여론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태국이 테러 행위 차단을 위해 처음으로 알몸 투시기 설치를 추진 중인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알몸 투시기의 도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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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몸 투시기에 대해 보도한 독일 '빌트'지. 알몸 투시기 문제는 인권에 대한 논란뿐만 아니라 건강에 미칠 악영향을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입니다. ⓒ www.bild.de


알몸 투시기, 어떤 원리로 알몸을 투시하나

공항의 보안검색에 사용되는 알몸 투시기는 극초단파 전파를 사용하여 투시를 하게 됩니다. 파장이 매우 짧은 극초단파는 여러 가지 유기소재의 방해를 받지 않고 의복을 투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금속이나 세라믹과 같은 종류의 무기재료로 만들어진 물체에는 반사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독일 일간 빌트 온라인판에 따르면 알몸 투시기 앞에 서는 순간 극초단파를 6초 동안 쏘이게 되고, 이어 30초간의 분석으로 희미한 이미지가 만들어진다고 묘사합니다.

알몸투시기가 은밀한 부위의 피어싱이나, 남성 성기의 형태, 유방의 모양 등을 투시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피부 속까지는 들여다 볼 수 없고 몸속에 있는 임플란트나 심장 박동기, 인공관절, 탐폰, 피임 링 등은 투시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임신 여부나 문신 등은 읽어낼 수 없다고 합니다.


알몸 투시기, 우리 몸에는 지장 없을까

세계 각국의 공항에 도입되는 알몸 투시기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인권침해 논란이 거셉니다. 그러나 정작 극초단파를 사용하는 알몸 투시기로 인해 건강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논의는 전무한 실정입니다.

알몸 투시기에 사용되는 극초단파는 한 번 작동할 때 휴대전화로 1만 번 통화하는 양에 맞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휴대전화의 유해성 유무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지만, 한 번 투시하는 데 이와 같은 피폭량이라면 건강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는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김덕원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공학교실 교수는 "휴대전화로 1만 번 통화하는 양에 맞먹는다면 인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알몸 투시기의 사용 주파수가 휴대전화의 주파수와 비슷하다면 조직세포에 열 발생 효과를 일으킬 수 있고, 자율신경계 및 면역 체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자레인지와 휴대폰에서 사용되는 마이크로파는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극초단파입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전자레인지의 경우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음식물을 익히게 되는데, 마이크로파는 1초에 24억 5천만 번 진동을 하여 물 분자를 빠르게 진동시켜 물을 포함하는 물질의 온도를 급격히 올리게 됩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휴대폰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납니다. 비록 전자레인지 정도의 빠른 진동은 아니지만, 인체를 통과하면서 열을 발생시키게 됩니다. 이것은 혈액과 뇌척수액과 같이 물이 많은 뇌가 휴대폰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노출 정도가 증가될수록 부작용도 함께 증가하게 되는데, 잘 알려진 부작용은 백내장이고, 피폭된 남자의 자손에서 다운증후군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며 여성의 경우 월경 주기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한편 몸 안의 세포단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쳐 우리 몸의 특정 효소 활성치를 감소시키고, RNA의 변화를 초래하는 등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알몸 투시기 도입, 안전성 확보가 먼저

전문가들은 알몸 투시기의 도입은 시기의 문제일 뿐이지 테러의 위협 때문에 결국 전 세계적으로 도입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알몸투시기가 도입되기 전에 안전성 확보가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알몸 투시기와 인권의 문제는 논외로 두고라도 안전성 확보에 대한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입니다.

전자파는 주파수와 노출시간, 노출량 측정을 고려한 역학조사가 까다로워 얼마나 강한 전자파에 얼마나 노출되어야 해로운지 학자들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그러나 유엔 산하 국제 암 연구기구(IARC)가 지난 1999년 전자파를 발암인자 2등급으로 분류하고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규정할 정도로 전자파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면역 시스템이 취약한 어린이들과 임신부가 알몸 투시기의 최대의 희생자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임신부의 경우 태아의 각종 장기가 형성되는 임신 초기가 중요한데, 많은 가임기 여성들이 임신 초기에는 임신 자각증상을 늦게 느끼는 경우가 많아 젊은 가임기 여성에서의 사용에 주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독일 내무부 장관은 빌트 온라인판과의 인터뷰에서 "알몸 투시기는 특별한 경우에 한해서만 사용될 것이고, 승객들에게 최소한의 영향만 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독일의 경우는 알몸 투시기를 도입하더라도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사용하겠다는 것입니다.

김덕원 교수도 "독일의 경우와 같이 알몸 투시기를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인 방법"이라며 알몸 투시기를 모든 승객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유해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알몸 투시기의 전면 도입은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할 수도 있습니다. 알몸 투시기를 사용하게 되더라도 최소한 임신부를 포함한 가임 여성과 어린이에게는 기존 검사 방법을 사용해야 할 것이고, 사용하더라도 독일과 같이 특별한 경우에 한해서만 알몸 투시기를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알몸투시기 #알몸스캐너 #마이크로파 #전자파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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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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