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 침몰 '천안함'... 강력한 폭발은 무엇?

꼬리 무는 의혹들... 각종 유언비어들까지도 '난무'

등록 2010.03.28 21:45수정 2010.03.29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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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밤 서해 백령도 서남방 1.8㎞ 해상에서 침몰한 1200t급 초계함 천안함의 선수 부분이 수면위로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해경 함선이 주변을 지나고 있다. (사진=옹진군청 제공) ⓒ 뉴시스


천안함 침몰 사흘째를 맞는 28일, 사고에 대한 군 당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인터넷 군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여러 음모설이 나돌고 있는 데다, 수중 수색 작업이 늦어지면서 각종 유언비어들까지 난무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1200톤급 천안함을 순식간에 침몰에 이르게 만든 폭발의 원인이 무엇이었느냐에 의문이다. 사건 발생 직후 합동참모본부는 "천안함의 60%가 침몰되는 데 단 2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침몰에 대비해 100개가 넘는 수밀 격실 구조를 갖추고 있는 천안함이 이처럼 빠른 시간에 가라앉았다는 것은 그만큼 폭발의 위력이 엄청났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천안함이 어뢰나 기뢰에 접촉해서 폭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들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군 당국이 사고 전후로 북한군의 특이동향이 없었다고 밝힌 점, 사고 지점이 NLL(서해 북방한계선)에서 비교적 남쪽으로 떨어진 곳인데다 수심도 깊지 않아 북한의 수상함이나 잠수함이 침투해 들어오기는 어렵다는 점 등은 기뢰나 어뢰에 의한 피격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그러나 기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흘러온 기뢰'에 당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28일 평택 해군 제 2함대 사령부를 방문한 김학송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도 침몰 원인과 관련해 기뢰 폭발에 의한 사고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사고 해역은 원래 고속정이 다니는 곳인데 사고 당시 파도가 세 초계함이 경계 작전을 하러 들어갔었다"며 "1200톤급 함정이 해역이 들어오니까 과거에 우리가 뿌려놓은 기뢰 중 회수하지 못한 기뢰가 폭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고의적인 기뢰설치 가능성에 대해선 "사고 해역의 조류가 빠르고 수심조건도 맞지 않아 기뢰를 설치하기에 좋지 않은 지역"이라며 "따라서 의도적, 고의적인 기뢰설치가 아니라 키리졸브 등 한미 연합훈련에 대응하기 위해 북측에서 뿌려놓은 기뢰가 사고해역에 흘러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28일 오후 군 당국이 사고 해역에 2척의 소해함(기뢰 제거함)이 투입한 것도 이런 가능성 때문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어뢰가능성은 배제되는 분위기다. 침몰한 천안함에는 수중음파탐지기(소나)가 장착되어 있기 때문에 어뢰의 접근을 미리 알아차리지 못했을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다.

외부 공격 때문이 아니라면 내부에서 일어난 폭발을 의심할 수 있지만, 군함을 순식간에 두 동강이 낼 정도로 강력한 폭발이 내부에서 일어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유증기(Oil Mist) 폭발의 경우는 이 정도의 위력을 갖기 힘든 데다 천안함 내에는 자동소화 장치가 있어 불이 날 경우, 자동으로 불을 끄게 돼 있으며 폭뢰 같은 경우도 비상시가 아닌 한, 신관을 따로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폭발 가능성이 아주 낮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7일 천안함 작전관 박아무개 대위도 "내부 폭발은 아니었다"고 증언해 폭발의 원인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함정바닥에 폭발로 구멍나 침몰"→"폭발로 두 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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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부근에서 침몰한 해군 초계함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에 28일 오후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방문해서 면담을 가지는 도중 실종자 가족들이 "민간전문가를 구조작업에 빨리 투입하라" "침몰한 선박을 몇일 지나도록 왜 못찾나"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 권우성


두 번째 의혹으로는 천안함 침몰 과정에 대한 엇갈린 설명을 들 수 있다.

사고 직후 합동참모본부는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해 "함정 바닥이 원인미상의 폭발로 인해 파공돼(구멍이 나) 침몰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7일 천안함 함장 최원일 중령은 실종자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에서 "천안함이 폭발로 두 동강이 났다"고 밝혔으며, 이날 김태영 국방장관 역시 "함정이 반으로 갈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런 상황은 당초 합참이 침몰 원인으로 발표한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 실제 천안함의 함미와 함수 부위는 서로 4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가라앉아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세 번째 의혹은 1200톤급의, 비교적 대형 군함인 천안함이 사고 당시 백령도에서 1마일 가량 떨어진 곳까지 접근한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부분은 여러 명의 해군 전역자들이 공통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의혹이다. 보통 천안함 같은 규모의 초계함은 해안에서 최소 5마일 이상 떨어진 곳에서 작전을 하는데, 사고 당시 천안함은 백령도 해안에 너무 근접해 있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사고 직전 천안함이 연안에 바짝 접근해야할 불가피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구조자·사망자가 발견되지 않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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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부근에서 침몰한 해군 초계함 '천안함'의 실종자 가족들이 임시 숙소로 사용하는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 예비군교육대 건물 입구에 28일 오후 '천안함'이 침몰한 시간(26일 오후 9시 30분)승조원들의 근무위치표가 붙어 있여, 실종자 가족들이 확인을 하고 있다. ⓒ 권우성


마지막으로 사고 직후 구조된 58명을 제외한 실종자 46명 중에 추가 구조자 혹은 사망자가 발견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 의문에 대해서 군 당국은 폭발사고 이후 분리된 선미부분이 급속히 가라앉았기 때문에 실종자 대부분이 선미에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유족대표들과 사고해역을 둘러본 해군 관계자도 "실종자 대부분은 기관실과 탄약고, 침실, 식당 등이 있는 함미 부분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폭발 원인과 침몰 과정에 대해 "해군 SSU(해군해난구조대) 잠수요원들이 선체 파손 부분을 1차 확인해 분석하면 내부 폭발인지 외부 충격에 의해 발생했는지 가려질 것"이라며 "더욱 과학적이고 상세한 원인 분석은 함정을 인양한 후에나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물론 선체인양과 사고 원인 규명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군 당국의 입장도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군 당국이 작전상의 이유를 들어 사고 전후의 상세한 설명을 하지 않는 것이 세간의 의혹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사고 직후 레이더 상에 나타난 북쪽의 미확인 대공 표적에 대해 76mm포를 발사한 속초함의 당시 위치와 정확한 사격시간을 밝히지 않고 있는 군 당국의 태도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당시 합참은 "천안함 근처에 있던 속초함이 정체불명의 물체를 포착해 5분간 경고사격을 가하기도 했지만 레이더상의 형상으로 볼 때 새떼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27일 합동참모본부의 한 관계자는 이에 관련해 "일부 오해를 사더라도 속초함과 관련해서는 위치, 발사 시각 등에 대해 일절 알려주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군작전 관련사안이기 때문에 공개하기 어렵다는 것이지만, 이에 대해서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초계함?침몰 #천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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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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