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재개발 포기 발표, '지급유예'와 상관없어
'성남 본시가지 재개발' 여전히 가능성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 26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20명과 첫 '노상방담'

등록 2010.07.28 09:19수정 2010.07.28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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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성남시장과 시민기자와의 대화 26일 오후 성남시청 시장실에서 이재명 성남시장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와의 대화가 열렸다. ⓒ 김윤상

이재명 신임 성남시장이 시민들과의 만남, 즉 '노상방담'을 제안한 것은 지난 6월 16일. 당시 성남시장 당선자 자격으로 성남시 구청사 당선자실에서 한 인터뷰 자리에서였다.
"취임하고 나면, 야외의 어느 특정한 장소에 정기적으로 날짜를 잡아서 시민들에게 나와 달라고 할 겁니다. 민원이 있는 시민들이 시장실로 쳐들어 올 필요 없이, 그곳에서 시장을 만나면 되는 거죠. 공약집에는 넣지 않은 공약이지만, 이제 당선자가 됐으니 노상방담은 꼭 할 생각입니다." - <오마이뉴스> 인터뷰 기사 중

성남시민 20여 명, 이재명 성남시장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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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성남시장이 2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시청 시장실에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과 생방송 간담회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사실 인터뷰 당시엔 시장과의 만남이 이렇게 빨리 이루어질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기대도 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맞을 거다. 대부분 정치인들이 그렇듯 이재명 시장 역시 말만 내세우고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나, 흐지부지 자신의 약속을 저버릴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민과 만나 격 없이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그의 약속은 시장으로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된 지난 26일 지켜졌다. 비록 노상 방담이 아니고, 일반 시민이 아닌 성남시 거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와 하는 간담회 형식이었지만 시민을 만났다는 점에서는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호화청사'에 '아방궁 시장실'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 쓴 성남시청 시장실. 시민기자 간담회가 열리던 날, '말로만 듣던 아방궁 같은 시장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지만 막상 시장실에 들어서고 보니 아방궁은커녕 의자 열댓 개를 놓으면 공간이 꽉 찰 정도의 좁은 공간에, 실내장식도 일반 사무실과 별반 다름없었다.

당선자 인터뷰 당시 약속했던 대로 9층 호화 시장실은 북카페로 개조해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자신은 2층에 적당한 공간을 마련해 시장실로 꾸며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LH, 성남뿐 아니라 부천과 서울 일부 공사도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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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특별회계 채무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한 이재명 성남시장이 2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시청 시장실에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과 생방송 간담회를 갖고 있다. ⓒ 유성호

성남시에 거주하고 있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20여 명이 참석한 이날 간담회는 역시 성남시에 거주하고 있는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가 사회를 맡았으며 71세 윤용식 시민기자부터 중학교 1학년 최수연 시민기자까지 다양한 연령, 다양한 직업의 시민기자가 고루 참석해 시장과 시정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지적, 제안과 요구들을 쏟아냈다.
이들은 오마이뉴스에서 활동하는 시민기자이지만 이 자리에서는 '기자'보다는 '성남시민'에 더 무게 중심을 두고 시장을 만났다.

진행을 맡은 유창선 박사는 최근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고 있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성남 본시가지 재개발사업 포기에 대한 성남시의 대책을 묻는 질문으로 간담회의 문을 열었다.

지난 26일 LH의 사업포기가 알려진 후 성남 본시가지의 분위기는 흉흉하다. 'LH의 사업포기 선언이 10년 가까이 끌어온 본시가지 재개발사업의 중단을 뜻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당지역 주민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성남시가 LH를 상대로 '지급유예'를 선언한 직후 나온 발표라, 세간에는 성남시와 LH 간 갈등 탓이 아니냐는 의혹도 적지 않다.

이 문제에 대해 이재명 시장은 "LH에서 시와 협의가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포기를 선언했다, 시기가 묘해서 마치 지급유예와 연관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LH 내부 문제다"라며 "이미 3~4개월 전부터 LH 내부에서 사업성이 악화되었다는 이유로 포기 여부를 고민하고 있었다, LH는 성남뿐 아니라 같은 이유로 부천과 서울의 일부 공사 역시 포기했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에서 LH의 공사포기 원인이 마치 성남시의 지급유예와 관련 있는 듯 보도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며 우려를 표한 것.

또 "LH의 공사포기가 재개발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 시장은 "LH가 아니면 재개발이 안 된다는 전제부터가 문제"라며 "LH가 아니라도 사업성이 있다면 어느 업체든 뛰어들 것이므로 다시 용역을 주어 검토하고 시간을 두고 시행하면 된다"라고 강조했다.  

줄줄이 쏟아진 날카로운 질문들..."시민들이 많이 도와주세요" 

성남시장과 만나 가벼운 환담 정도를 나눌 것이라는 필자의 예상은 빗나갔다. 마치 이 자리를 기다렸다는 듯 참석한 시민기자들은 "시청사 매각 관련 대책은 마련한 것인지", "매각 후 신축에 들어가는 예산이 오히려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예산은 아닌지", "청사 이전에 따른 본시가지의 상권 붕괴에 대한 대책은 있는지", "본시가지와 신시가지(분당)의 갈등 해소 방안은 있는지", "전임 이대엽 시장에 책임을 물을 의사는 없는지" 등등 성남시민이라면 궁금해 할 질문들을 쏟아냈다.

또 ▲ 시립도서관 24시간 개방 ▲ 시장 판공비 공개 ▲ 무상급식 전면 실시 ▲ 지역공부방 지원 ▲아파트형 공장의 취약점 개선 등 생활 정치 관련 요구사항도 적지 않았다. 참석한 이들은 시장과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인 만큼니, 평소에 답답해 하던 문제 혹은 시장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여긴 지역 사안들을 직접 묻거나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 싶어했다.

물론 이재명 시장은 참석자들의 질문과 지적 그리고 제안에 대해 즉석에서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시립도서관 24시간 개방'의 경우 "좋은 제안"이라며 "우선 시범 실시하고 여타 다른 공공기관도 24시간 활용할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적극적으로 수용할 뜻을 비친 반면, 그 외 문제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닌 만큼 더 연구해 보겠다" "어려운 문제다, 시민들이 좋은 대안을 제시해 주면 좋겠다"라며 신중한 태도와 함께 시민 참여를 주문했다.    

"성남의 주인은 시민입니다, 당당하게 명령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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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청사의 아방궁으로 불렸던 성남시청 옛 시장 집무실이 '시청 하늘 북카페'라는 도서 휴식 공간으로 새롭게 꾸며져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 유성호


이제 막 시장업무를 시작한 그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축제의 잔해를 치우는 사람'이라 정의했다. 전임 시장이 지난밤 열었던 화려한 축제의 잔해를 치우는 일이 시급한데 이를 위해서는 시장 본인의 노력은 물론 시민들의 고통 분담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시정을 맡고 나서 처음 한 것은 대부분 예산을 감축하는 일이었다. 방만하게 운영되어 오던 시 재정 때문에 생긴 엄청난 빚을 청산하고 또 다른 재원을 마련하려면 청사매각은 물론 각종 시 예산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며 이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와 지지를 당부했다.    

"성남의 주인은 시민입니다. 부탁하지 말고 지시하고 당당하게 명령하세요. 시민이 주인 역할을 잘 하려면 수시로 내 곳간을 열고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시민이 주인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이재명 시장은 끝으로 훗날 진짜 민주주의와 지방자치가 무엇인지를 보여준 시장이었다는 평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시민기자 간담회는 시민 참여의 좋은 방법 
흔히 '시민참여'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막상 어떻게 해야하는지 막막한 것이 현실이다. 물론 언론, 시의회, 인터넷 글쓰기 등 여러 방법이 있지만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큼 효과는 없다. 이런 점에서 이재명 시장이 말한 노상방담이나 이날 열린 시민기자 간담회는 시민참여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이날 참석한 시민기자들은 무엇보다 '성남시장을 직접 만나 이야기한다'는 것에 큰 관심을 갖고 참석했다. 

대부분 자치단체장이 "시민과 소통하고 대화하며 시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다른 단계를 거치지 말고 바로 시민을 만나야 한다. 물론 무작위로 모든 시민을 만나기란 어렵다. 그렇기에 시민을 어떻게 직접 만나면 좋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오마이뉴스>는 전국에 시민기자들이 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간담회라는 형식으로 자치단체장과 시민이 만나는 것도 그 '직접 소통'의 한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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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대로에 위치한 성남시청 전경. ⓒ 유성호


#성남시 #이재명시장 #성남재개발 #지방자치 #민주주의 #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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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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