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예술, 다 비슷할 거라고요?

[리뷰] 화려하고 역동적인 채향순 중앙 무용단 공연을 보고

등록 2010.09.30 14:04수정 2010.09.3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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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향순 중앙 무용단, 승무 ⓒ 장성희


서둘렀는데도 늦었습니다. 제천무와 허튼춤, 그리고 화현무를 놓쳤습니다.


제천무(祭天舞)는 우리나라 정악의 백미라 불리는 수제천(壽齊天)의 선율을 재편곡하여 궁중무용인 정재(呈才)를 창작한 작품으로 500년 전통 조선왕조의 태평성대를 나타내고자 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화현무는 인간의 내면에 자리한 고뇌를 풀어내어 해탈에 이르게 하는 불교예술의 정수가 엿보이는 작품이라는 설명을 읽었으나 늦는 바람에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껴보지는 못한 것입니다.

공옥진 여사의 허튼춤을 이미 감상한 적이 있어 허튼춤에 대한 미련은 많지 않았으나 제천무와 화현무를 보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쉬웠습니다. 고국에서 먼 거리에 사는 이유로 다시는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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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향순 중앙 무용단, 상모 놀이 ⓒ 장성희


무슨 이야기냐 구요? 지난 26일 에모리 대학의 초청으로 에모리 대학 퍼포밍 아트 스튜디오에서 열린 채향순 중앙 무용단 다이나믹 코리아 춤과 노래 공연에 관하여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채향순 교수가(중앙대 무용학과) 이끄는 채향순 중앙 무용단은 코리아 소사이어티와 에모리 대학의 후원으로 이날 공연을 했습니다.

애틀랜타 한인 이민 사회도 쑥쑥 자라서 이즈음에는 추석을 전후로 다양한 행사들이 있습니다. 한국학교에서도, 애틀랜타 남부 지역에서도, 그리고 애틀랜타 한인 밀집 주거지역이 된 스와니에서도, 저는 스와니 타운 파크에서 열린 코리안 페스티벌에 그리고 바로 에모리 대학의 다이나믹 코리아 공연에 갈 수 있었습니다.

각기 자신의 스케줄로 꽉 차있는 두 아이들을 데리고 말입니다. 다이나믹 코리아는 큰 딸에게는 그 아이의 열 아홉 번 째 생일 축하 공연이 된 셈이고 사극과 댄스에 관심이 많은 작은 아들에게는 코리안 아메리칸 커뮤니티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뭐 그런 비슷한 내용이려니 했던 그의 짐작이 빗나가는 특별한 경험이 되었을 것입니다. 두말 없이 따라와 준 아이들에게 새삼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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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내리는 에모리 대학 캠퍼스에서 ⓒ 장성희


에모리 대학 공연장을 찾았던 이야기를 조금 더 하겠습니다. 부슬부슬 끊임없이 내리는 가을비 속에 오랜만에 우산을 받쳐들고 캠퍼스를 걸을 수 있었던 것은 참 운치 있고 좋았으나 주차장 가까이 안내판이 서 있었던 반면 공연장으로 가는 길과 빌딩 앞에는 안내판이 없어 저뿐만 아니라 시간에 늦어 함께 부지런히 길을 찾던 이들이 여러 번 헤맸습니다.

앞의 세 곡을 놓쳐 다 그랬다고는 말 할 수 없지만 승무, 부채춤, 아박무, 엿 타령 춤, 소고 춤과 상모놀이, 장고 춤, 풍고 등의 공연은 공연 주제에 맞게 그야말로 '다이나믹 코리아' 였음이 분명합니다. 한국 전통 예술을 생각하면 얼핏 떠오르는 슬픔이나 한, 혹은 정적인 정서 보다는 활달하고 화려하고 역동적인 분위기를 자아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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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향순 중앙 무용단, 아박무 ⓒ 장성희


한복의 색감은 더욱 선명하면서도 화려해졌고 상모를 돌린 무용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여성 무용수였음에도 불구하고 엿 타령 춤이나 특히 북을 치는 풍고는 무용수들의 몸놀림이 남성 못지 않게 대범한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통 무용 속에 '다이나믹 코리아'는 복장이나 무용뿐 아니라 음악이 한 몫을 크게 하였음은 물론입니다.

음향 기술의 발달은 현대 젊은 세대들이 이해하는 전통 예술을 몸으로 표현하는데 반주나 추임새, 배경음악의 역할 그 이상입니다. 어쩌면 더러 너무 큰 음악과 음향 속에 무용이 묻히는 듯도 하였고 한국의 전통 문화를 역동적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가 심장 박동수를 빠르게 하는 음악으로 약간은 들뜨고 지나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얼마 전에 한국에서 만든 아리랑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았습니다. 아리랑의 역사와 세계 속의 아리랑, 그리고 오늘의 한국 속의 아리랑을 조명한 내용이었는데 이제 현대의 한국인들의 아리랑은 그 가락 속에 오랫동안 간직해왔던 한이 아니라 역동적이고 즐거운 아리랑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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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나믹 코리아 공연을 마치며 관객과 함게 어우러져 ⓒ 장성희


문화는 끊임 없이 시대에 따라 재해석됩니다. 비교 문화(cross cultural)라는 용어 자체가 순수하게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생긴 것이라기 보다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한 전초 작업의 하나이니 크게 문제 삼을 일은 아니겠으나 전통의 맥이 비즈니스를 위한 한국의 역동적인 이미지 만들기로 변질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생깁니다.

'다이나믹 코리아' 공연이 계속되는 동안 물론 저는 단 한 번도 눈길을 다른데 주지도 않았고 탄성을 울리고 기립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공연장을 떠나 거리를 두고 돌아보니 심중에 깊숙하게 꽂힌 것이 없었습니다. 10여년전 어느 공연장에서 따라 부르던 아리랑과 몇 년 전에 만난 장사익 님의 찔레꽃이 조용이 제 가슴 속에서 소리를 울려 보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해외에서 너무 많이 살았나 봅니다.
#다이나믹 코리아 #채향순 중앙 무용단 #에모리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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