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업이 농촌을 놓쳐서는 안된다

[인터뷰] 민동욱 서울도시농업네트워크 운영위원장

등록 2011.03.11 10:52수정 2011.03.1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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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전체 19%의 면적에서 옥상텃밭이 가능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자료인용:서울시 도시농업현황 및 발전방향 2010.8 한봉호 교수 ⓒ 오창균


지난 8일 서울 강동구(구청장 이해식)는 '친환경 도시농업 선포식'에서 2020년까지 1가구 1텃밭 갖기를 추진하고 강동구를 도시농업 특구로 만들겠다고 했다. 최근 들어 도시농업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러 지자체들이 도시농업 조례를 추진하고 텃밭조성을 하는 게 시류에 편승한 반짝 유행으로 그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도시농업을 확산시키는 데 지자체가 나서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인 도시농업의 주축은 여전히 시민단체와 인터넷 텃밭카페이다. 주로 서울과 수도권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도시농업의 가치에 주목하고 '서울도시농업네트워크'를 출범시킨 민동욱(42) 운영위원장. 지난해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대외협력국장을 끝으로 8년간의 전농 생활을 정리하고 도시농업을 시작한 이유을 들어봤다.

"(전농)일을 하면서도 도시민들의 농업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한 활동이 필요하다는 고민을 했다. 2005년 쌀 재협상을 겪으면서 도시민들을 바꾸지 않고는 농업문제를 해결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 농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다가 도시농업을 대안으로 떠올렸다."

서울의 25개 구 중에서 현재 '도시농부학교'를 진행(예정)하는 곳이 6개구이며 지역의 운영진도 꾸려졌다고 한다. 점차 서울 전 지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며, 도시농업의 가치와 취지에 동의한다면 시민단체와 개인에게도 지원할 것 이라고 한다. 교육에 필요한 텃밭 임대와 강사 섭외에 필요한 운영자금은 아름다운재단의 대안적 공익활동사업(변화의 시나리오)에 공모하여 받은 지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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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지역에 있는 공유지.활용방안으로 이 지역의 도시농업단체가 구청측과 협의를 하고 있다. 도시농업의 활성화는 자치단체의 협조가 중요하다. ⓒ 오창균


- 도시농업에 관심을 갖거나 참여하는 자치단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부작용은 없나.
"도시농업이 시민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나누고 소통하는 작은 공동체들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시민들의 움직임보다 행정이 더 앞서가고 있다. 자칫하면 시민운동의 창조성과 다양성이 닫혀 버릴 수 있다. 농업의 가치를 존중하고 함께 나누는 것이 중요한데 그것을 자치단체가 할 수는 없다고 본다."

- 시민단체가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고 자치단체는 행정적인 지원을 해야하는 것인가. 
"도시의 여건상 자치단체와의 협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자치단체가 중심이 되면 도시농업이 정체되거나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 시민단체와 함께 하는 협의체로 운영을 하면서 행정에서는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고 필요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해야한다. 농사는 구체적으로 해야지 추상적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 도시농업이 농촌을 살릴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도시농업이 농촌을 놓쳐서는 안된다. 옥상이나 개인텃밭의 한계는 분명하다. 주곡은 농촌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농민들에게 관행농업(농약, 비료) 한다고 탓하거나 시위한다고 폄하하지 말고, 그들의 존재로 인해 내가 살고 있다는 것을 새롭게 환기하는 과정으로 농업을 봐야 한다. 또한 도시농업도 취미 수준을 넘어서 식량자급의 단계까지 바라보는 시각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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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욱 서울도시농업네트워크 운영위원장. ⓒ 오창균

- 원유(석유)값 폭등에 이어 (수입)곡물가격도 2008년 위기 때 보다 많이 폭등했다.

"(전농)에 있을 때 식량위기에 대비해서 농업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면 관료나 농업전문가들은 50년 100년 후에, 또는 평생 오지 않을 수도 있는 위험을 대비해 국가재정의 9%를 농업에 지원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무시했다.

2008년 식량위기 때는 해외에 식량기지를 만들거나 자동차, 핸드폰 수출해서 식량은 수입하면 된다고 했다. 농업을 경제적 개념으로만 본다면 위기는 피할 수 없다. 1994년에 체결된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후 멕시코는 옥수수를 처음에는 싼 가격으로 수입해 먹었지만 농촌이 망하자 수입 옥수수 값이 폭등했다. 자국의 농업이 붕괴된 후에는 어떤 재앙이 닥치는지 멕시코의 경우만 봐도 알 수 있다."

농업은 연쇄작용이 강하다.구제역 파동으로 삼겹살 가격이 오르자 상추값은 상대적으로 내렸다. 과거에도 조류독감으로 인한 육류소비가 줄어들자 채소의 소비도 줄어들어, 가격은 폭락했다. 연쇄작용의 논리로 국내 농업이 피해를 보는 반면에 수입 농산물은 그 반대로 가격이 오른다. 요즘 과일값이 비싼데 더불어 수입과일도 비싸졌다. 민 운영위원장은 이제 걸음마 수준의 도시농업이 위와 같은 불평등한 농업구조를 사람들에게 인식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목표로 도시농업을 한다고 했다.

덧붙이는 글 | 서울도시농업네트워크:http://cafe.daum.net/cityagric 도시농부학교 수강생을 모집중입니다.


덧붙이는 글 서울도시농업네트워크:http://cafe.daum.net/cityagric 도시농부학교 수강생을 모집중입니다.
#도시농업 #서울도시농업네트워크 #식량위기 #농촌 #연쇄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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