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 생태 학습원', 성주에서만 볼 수 있는 명소

가야산, 세종왕자태실... 성주 명소 둘러보기

등록 2011.04.09 18:46수정 2011.04.0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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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가야산 최정상 칠불봉(왼쪽)과 바로 그 옆의 우두봉. 성주에서 올라가면 칠불봉에 먼저 닿고, 해인사에서 오르면 우두봉에 먼저 당도한다. ⓒ 정만진

▲ 가야산 가야산 최정상 칠불봉(왼쪽)과 바로 그 옆의 우두봉. 성주에서 올라가면 칠불봉에 먼저 닿고, 해인사에서 오르면 우두봉에 먼저 당도한다. ⓒ 정만진
성주를 대표하는 자연 유산은 가야산이다. 1430m 높이의 가야산 정상 칠불봉과 그 바로옆의 우두봉에서 바라보는 경관은 흔히 하는 말로 천하절경이다. 정상에 오른 사람들이 그토록 가슴 환하고 마음 상쾌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은 가야산이 주위에 여타 봉우리를 두지 않고 혼자서만 너른 들판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는 덕분이다.
 
특히 우두봉은 소의 머리처럼 생긴 봉우리의 정상부가 광활한 너러바위여서 등산객들이 지친 다리를 펴고 쉬기에 아주 적격인 까닭에 많은 사랑을 받는다. 또한 가야산은 경남 쪽으로 내려가면 해인사가 반가이 맞아주고, 성주 쪽으로 내려오면 백운동 골짜기가 눈을 즐겁게 해주는 명산이어서 1년 사시사철 찾아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런가 하면, 성주를 대표하는 역사문화 유적은 세종대왕자태실이다. 세종대왕의 적서(嫡庶) 18왕자와 단종의 태를 모셔둔 이곳은 수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전국 최고의 태실이다. 당시 조선 왕실에서 한양 근처의 그 숱한 산들을 마다하고 이렇게 거리가 먼 이곳 성주까지 찾아와 태실을 꾸민 것을 보면, 풍수지리 등에 관한 식견이 전혀 없다 하더라도, "여기가 정말 명당인 모양이다!"하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된다.
 
사정을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 태실 앞에 서 있는 안내판을 읽어본다. (비록 공식적인 기록 문장이지만 옳지 못한 비문이 태반이어서 뜻을 파악하는 데 문제가 많아 필자가 임의대로 잘못이 없는 온전한 문장으로 고쳐서 옮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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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자 태실 성주를 대표할 만한 역사유적이다. 왜 세종은 서울에서 멀고도 먼 이곳에 왕자들의 태실을 마련했을까? ⓒ 정만진

▲ 세종대왕자 태실 성주를 대표할 만한 역사유적이다. 왜 세종은 서울에서 멀고도 먼 이곳에 왕자들의 태실을 마련했을까? ⓒ 정만진

성주세종대왕자태실 星州世宗大王子胎室 국가 사적 제444호 성주군 월항면 인촌리 산8 / 선석산 아래 태봉에 자리한 이 태실은 조선조 세종대왕의 적자 및 서자 18왕자와 단종의 태를 안장한 곳으로,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태실지이며, 1977년 보수시 출토된 분청인화문대접 등 7점이 경북대학교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본래 이 산봉우리에는 성주 이씨 중시조인 농서군공 이장경(李長庚)의 묘와 묘각이 있었는데, 조선 왕가에서는 왕자들의 태를 한 곳에 안장하기 위해 지관을 시켜 길지(吉地)를 찾던 중 선석산 아래 태봉의 산세와 지형이 뛰어난 명당이라 판단되자, 이미 있던 이장경의 묘를 옮기게 하고 세종 20-24년(1438-1442) 왕자들의 태를 이곳에 안장하였다.
 
전해오는 말에 따르면, 이장경의 장지(葬地)에 노승이 나타나 "태봉 위의 나무를 벤 뒤 12개의 관을 깊이 묻어 묘를 쓰면 더 없는 길지이나, 묘각을 지으면 뒷날 소유가 바뀌지 않을까 두렵다" 하였다. 마침 그 때 이장경의 묘지를 만들기 위해 사람들이 산 위의 나무를 베었는데, 거기서 나온 큰 벌에 쏘여 노승은 죽고 말았다. 그 후 후손들이 11개의 관으로 묘를 더 쓰고 묘각을 지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 결국 길지의 주인이 바뀌었으니 마침내 노승의 예언은 적중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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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참외생태학습관 건물 위의 참외가 이 건물의 정체성을 그대로 말해준다. ⓒ 정만진

▲ 성주참외생태학습관 건물 위의 참외가 이 건물의 정체성을 그대로 말해준다. ⓒ 정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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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참외 향기 솔솔- 성주참외생태학습원 리플릿 표지 일부 ⓒ 정만진

▲ 365일 참외 향기 솔솔- 성주참외생태학습원 리플릿 표지 일부 ⓒ 정만진

가야산과 세종대왕자태실 이외에도 성주에는 볼 만한 것이 많다. 임란 때 왜군의 공격을 받지 않은 영남 지역 유일의 포곡산성인 독용산성, 김창숙 선생의 유적인 청천서당, 한강 정구 선생을 기리는 회연서원, 가야산 들머리에 세워진 야생화박물관, 고가들이 즐비하게 남아 있는 한개마을, 천연기념물 고목들이 아름드리 강변의 풍치를 만들어내고 있는 성밖숲 등등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비록 그것들과 동일하지는 않아도 성격이나 외형이 유사한 볼거리들이 타지에도 있으니 이들을 두고 꼭 전국 최고라거나, 우리나라 유일의 명소라고 자랑할 수는 없을 터이다.
 
다른 곳에는 없지만 이곳에만 있는 것, 다른 곳에도 있지만 이곳에 있는 것이 분명히 역사적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것, 그것이 바로 지역이 뽐낼 만한 명소이자 역사유적, 문화유산일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성주가 내놓을 만한 것은 무엇일까? 필자는 '성주 참외생태학습원'을 들고 싶다. 성주읍 성밖숲에서 가야산 방향으로 차를 몰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도로 오른쪽 허공에 커다란 참외가 지붕 위에 얹힌 건물이 나타난다. 그것이 바로 참외생태학습원이다.
   
참외생태학습원 현관에 놓인 방명록을 보니 전남 곡성 허남석 군수와 전남농협 이영기 곡성지부장이 지난 4월 5일 이곳에 다녀갔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곡성이라면 농촌 지역이니 군수와 농협지부장이 농업기술과 관련이 있는 이곳을 다녀간 것은 바람직한 일일 터이다. 그렇지 않아도 참외생태학습원을 관리 운영하는 기관이 바로 성주군농업기술센터이고, 두 건물은 나란히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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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참외생태학습관 방명록 전라남도 곡성군수가 식목일인 그저께 다녀갔다. ⓒ 정만진

▲ 성주참외생태학습관 방명록 전라남도 곡성군수가 식목일인 그저께 다녀갔다. ⓒ 정만진
 

 

'참외'의 '외'는 오이를 말한다. 그러므로 참외라는 말의 표면적 의미는 '오이 중에서도 진짜 오이'이다. 물론 실제 의미는 오이는 맛이 없고 참외는 맛이 좋다가 아니라, 참외가 오이와 좀 비슷하지만 오이보다 맛과 향기가 훨씬 뛰어나다는 것이다.

 

참외는 간기능 보호, 항암 작용, 면역 증강 효과, 비만 방지, 노화 방지, 피부 미용, 피로 회복, 변비 개선 등의 효능이 있다(성주군농업기술센터가 제작하여 참외생태학습원에 비치해둔 리플렛에 나오는 내용). 물론 성주군농업기술센터는 방문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 동국대학교가 '성주참외의 효능에 대한 검증'을 했다고 리플렛에 부기를 해두고 있다. 자세히 읽어보면 아래와 같다.

 

항암 효과

- 간암세포 25% 억제

- 직장암 세포 50% 저해

- 유방암 세포 50% 저해

엽산 풍부

- 임산부에게 꼭 필요한 엽산이 풍부, 임신 초기 태아 신경관 손상 예방 등의 효과 탁월

 

참외를 오래 보관하고 맛있게 먹으려면 여름에는 4-5도에 습도가 80-85% 정도인 냉장고에 넣어두어야 한다. 봄과 가을에는 종이에 싸거나 봉투에 넣어서 그늘지고 시원한 곳에 놓아두어야 한다. 그리고 온도가 낮을수록 단맛이 강해지므로 차게 해서 먹는 것이 좋고, 깨끗하게 씻은 다음 통째로 요구르트와 함께 믹서기에 갈아서 먹으면 색다른 진미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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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참외 맛 있는 참외를 고르는 법 ⓒ 정만진

▲ 성주참외 맛 있는 참외를 고르는 법 ⓒ 정만진
 
참외에 관한 수준급 식견을 얻으려면 참외생태학습원 안으로 들어가 세밀히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습원 내부는 재배 분야와 유통 분야를 보여주는 방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고, 성주참외축제나 참외아가씨 선발대회 이모저모 등을 보여주는 기획전시실도 따로 꾸며져 있다. 물론 영상실도 있고, 참외를 활용하여 만든 부가가치 상품을 위주로 하는 특산품 코너도 말끔하게 준비되어 있다. 학습관 뒤로 가면 유리온실과 하우스전시관을 통해 참외의 재배와 수확과정을 쉽게 알 수 있도록 모형으로 꾸민 야외전시관도 세워두었다.
 
참외생태학습관을 잘 보고 싶으면 성주군농업기술센터에 미리 신청을 하는 것이 좋다. 예약은 성주군농업기술센터 홈페이지의 '참외생태학습관 견학'을 클릭하여 해당 날짜에 입력하면 된다. 그런데 성주참외생태학습관은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희귀 체험교육장이지만, 방명록으로 살펴볼 때 아직은 그 내용성에 비해 덜 알려졌고 방문객도 적은 듯하다. 물론 방명록에 이름을 적지 않고 다녀간 분들이 예상외로 부지기수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성주군과 관계기관은 참외생태학습원 활성화를 통해 자신들의 대표 브랜드인 참외를 좀 더 정확하고 과학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자녀들에게 특히 좋은 볼거리, 참신한 체험이 될 참외생태학습관을 주말 답사지로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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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참외생태학습원 내부가 다양하게 잘 꾸며져 있다. ⓒ 정만진

▲ 성주참외생태학습원 내부가 다양하게 잘 꾸며져 있다. ⓒ 정만진
#참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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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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