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에 누운 여인, 화랑의 마음 훔쳤네

강원도 속초 영랑호의 범바위와 영랑정

등록 2011.04.23 15:01수정 2011.05.1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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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정 영랑정 뒤편에는 영랑정보다 더 큰 바위가 자리하고 있다 ⓒ 하주성


강원도 속초 영랑호는 둘레가 8km에, 넓이가 36만 평이나 되는 거대한 자연석호이다. 이 영랑호의 한편에는 범이 웅크리고 있는 것과 같다는, '범바위'가 자리하고 있다. 범바위 위로 오르면, 하나의 바위가 아니라 여러 개의 바위가 모여 있음을 알 수 있다. 크고 작은 바위들이 모여 아름다운 형상을 만들어 낸 자연적인 바위군이다.

범바위 위로 오르면 동해와 설악산, 울산바위와 영랑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범바위의 맞은편에서 이 범바위를 보면, 마치 여자가 누워 있는 듯한 형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 범바위와 영랑호의 아름다운 풍경에 빠진 신라의 화랑 영랑이, 이곳에 오래도록 머물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 바로 '영랑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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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바위 속초 영랑호 한편에 자리한 범바위. 현재 속초 팔경 중 한 곳이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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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정 옛 선도들이 영랑호를 찾아 즐겨 노닐던 곳이라고 전한다 ⓒ 하주성


범바위는 영험한 바위로 소문이 나

이 범바위 옆에는 작은 암자가 있었다고 한다. 그 암자에는 한 스님이 오래도록 도를 닦았다고 전하는데, 그 암자가 언제 없어졌는가에 대해서는 확실치가 않다. 다만 현재의 속초시 동명동에 자리하고 있는 보광산 창건주인 이순덕(94) 보살에 의하면, 이 범바위 옆에 작은 암자 하나가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하니, 아마도 암자가 사라진 것이 30~40년 전쯤 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 범바위는 영험한 바위로 소문이 나 있다. 이곳에 건물을 짓기 위해 범바위를 깨트리려고 했던 사람들이, 불의의 사고로 죽었다는 것이다. 그 뒤로 이 범바위는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바위가 되었다. 현재 이 범바위는 속초팔경 중 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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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판 옛 금장대 터에 육각형으로 조성한 영랑정의 현판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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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정 중수기 영랑정에서 걸린 영랑정 중수기. 영랑정이란 명칭은 시민공모를 통해 지었다 ⓒ 하주성


범바위 위로 오르는 길을 따라 영랑호 쪽으로 돌아가면 영랑정이 있다. 이 영랑정은 2005년도에 신축한 것이다. 그러나 이 영랑정이 있는 자리에는, 그동안 두 번의 정자가 지어졌었다. 그 첫 번째는 조선 후기의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되어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 권45 '간성 산천조'에는 "영랑호에 옛 정자 터가 있는데, 여기가 영랑 선도들이 놀며 감상하던 곳이다"라고 쓰여 있다. 그리고 "기록에는 이 정자가 호수의 동쪽 작은 봉우리 기암괴석에 자리하고 있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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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바위 영랑정은 범바위의 동쪽편에 자리하고 있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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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바위 범바위는 크고 작은 여러 개의 바위가 모여 이른 바위군이다 ⓒ 하주성


이런 점으로 볼 때 이곳의 정자는 바로 이 범바위 어딘가에 있었을 것이다. 그 정자가 사라진 후, 한국전쟁 당시 속초시 수복에 공을 세운 11사단장 김병휘 장군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범바위에 '금장대'라는 정자를 세웠으나 1970년 이후 6각으로 된 기단부만 남고 퇴락하여 버렸다.

영랑정은 속초시민의 염원이 담긴 곳

현재 영랑정은 범바위 동쪽에 있는 커다란 암벽을 배경으로 서 있다. 육각형으로 지은 이 정자는 옛 금장대 터에 주추를 기반으로 하여 조성을 하였으며, 정자의 명칭은 시민 공모를 통하여 '영랑정'이라 붙였다고 한다.

화랑 영랑이 즐겨 찾던 곳, 그리고 금강산으로 수련을 떠난 화랑들이 영랑호에 와서 올라 놀던 곳. 그 자리에 서 있는 영랑정은 길에서는 잘 보이지가 않는다. 새색시처럼 암벽 틈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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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바위 바위가 큰 것은 집채만하다. 그 밑으로 어른이 서서 돌아다닐 수가 있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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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호 범바위에 오르면 동해와 영랑호, 설악산이 보인다 ⓒ 하주성


옛 정자 터에 지어진 영랑정과 범바위. 아름다운 영랑호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절경이다. 만일 이 범바위와 영랑정이 없었다면 영랑호가 지금처럼 아름답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다. 23일 아침 영랑호를 한 바퀴 돌면서 찾아간 영랑정. 범바위 틈에 자리한 영랑정에는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고 있다. 옛 선도들이 찾았던 것처럼.
#영랑정 #범바위 #속초팔경 #영랑호 #속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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