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라면 또 다른 강경대 장례식에 가게 될 것"

[현장] 강경대 열사 20주기 추모문화제... 백기완·이강실 등 300여 명 참석

등록 2011.04.27 08:53수정 2011.04.27 10:03
0
원고료로 응원
a

26일 명지대학교 국제회의장에서 '강경대 열사 20주기 추모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 홍현진


"경대야, 강경대 열사여. 하루도 아니고 이틀도 아니고 열흘도 아니고 20년을 기다렸으니, 오늘 단 하루만이라도 넉살좋은 그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 달라."

김승기 강경대열사추모사업회 회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20년 전 백골단의 쇠파이프에 맞아 숨진 후배의 이름을 불렀다.  

김 회장은 "지난날의 치떨리는 아픈 기억을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가 잠시라도 그 과거를 외면하고 기억하지 않을 때 그 과거는 되풀이되기 때문임을 알기 때문"이라며 1991년 4월 26일, 강경대 열사의 죽음 이후 목숨을 잃은 또 다른 11명 열사의 이름을 떨리는 목소리로 한 명, 한 명 불렀다.

"박승희 열사(4월 29일 분신)여!, 김영균 열사(5월 1일 분신)여! 천세용 열사(5월 3일 분신 후 투신)여! 박창수 열사(5월 6일 의문사)여! 김기설 열사(5월 8일 분신 후 투신)여! 윤용하 열사(5월 10일 분신)여! 이정순 열사(5월 18일 분신 후 투신)여! 김철수 열사(5월 18일 분신)여! 정상순 열사(5월 22일 분신 후 투신)여! 김귀정 열사(5월 25일 시위 도중 진압과정에서 압사)여! 손석용 열사(8월 18일 분신 후 투신)여!"

"20년 전 경대가 뿌린 씨, 아직도 거두지 못해"

a

26일 명지대학교에서 열린 '강경대 열사 20주기 추모문화제'에서 강경대 열사의 부모님이 발언을 하고 있다. ⓒ 홍현진


2011년 4월 26일. '강경대 열사 20주기 추모문화제'가 열린 명지대 국제회의장은 300석의 좌석이 모자랄 정도로 가득 찼다. 이날 추모문화제에는 강경대 열사의 유가족을 비롯해, '5월 열사'들의 유가족, 강경대 열사의 선후배들 그리고 민주화운동 관련 인사들이 참석했다. 강경대 열사의 명지대 후배들로 이루어진 100여 명의 열사정신계승단은 행사장 양 벽 쪽에 줄지어 섰다.

이날 추모제에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도 참석했다. 백기완 소장은 "20년 전에 강경대 열사를 살려내라고 하는 싸움이 벌어졌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씨는 경대가 뿌렸는데 아직도 (그 씨를) 거두지 못했다"며 "20년 기념을 우리가 갖는다는 건 뭐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백 소장은 "강경대가 뿌린 씨를 거두기도 해야겠지만 우리가 다 같이 씨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20년을 추모하면서 느끼는 '부끄러움'은 이강실 진보연대 상임대표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강실 대표는 "강경대 열사가 그토록 원했던 민주화, 통일을 이루지 못한 것은 물론, 오히려 20년 전보다 후퇴했다"며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대학교 1, 2학년. 이들 속에 강경대 열사가 있다. 그런데 이들이 슬픈 얼굴로 죽어가고 있다. 미친 등록금, 실업문제. 이 속에서 고통을 당하고 있다. 지난해 스스로를 죽음으로 내몬 청년들이 200명이 넘는다. 이제는 단순한 추모 자리가 되어선 안 된다. 우리가 다시 강경대로 부활해서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는 또 다른 강경대의 장례식장에 가지 않을 수 없다." 

'20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달라졌나'라는 질문은 강경대 열사의 후배인 김현아 명지대 총학생회장에게로 이어졌다. "4명의 학생이 자살한 카이스트의 징벌적 등록금제는 옆에 있는 친구를 경쟁자로만, 돈으로만 바라보게 하면서, 열사가 목숨을 바쳐가며 친구들을 보호하고자했던 정신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 펼쳐지고 있다"고 지적한 김씨는 "20대의 많은 청춘들은 그 꽃을 피우기도 전에 등록금의 무게에 치여 경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어 "명지 안에서도 여전히 일방적인 등록금 인상이 진행되고, 학생들의 교육권과 복지 등에는 인색한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학교법인 명지학원의 비리의혹은 기정사실화되고 있으며, 이는 수년간 인상된 등록금이 재단비리에 이용되었을 수도 있다는 의심을 떨칠 수 없게 한다"고 지적했다.

20년 만에 출간된 '강경대 평전'... "경대의 뜻 더욱더 기릴 것" 

a

26일 명지대학교 국제회의장에서 '강경대 열사 20주기 추모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 홍현진


이날 추모문화제에서는 '강경대 평전' 헌정식이 진행되었다. 한복을 차려 입은 강경대 열사의 아버지 강민조씨는 첫째 손녀를 품에 안고 부인과 함께 무대 위로 올라갔다. 강경대 열사의 명지대 선배이기도 한 누나 선미씨는 둘째를 등에 업었다. 그 뒤로 강경대 열사의 친구인 91학번 동기들이 나란히 섰다.

강민조씨는 "기일날 항상 슬펐는데, 오늘 명지대 선배들, 동기들, 후배들의 노력으로 20년 만에 경대 책이 출판된 것에 대해 정말 고맙고, 앞으로 더욱더 경대의 뜻을 기리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또 백기완 소장 등 원로인사들을 향해 "우리 정말 열심히 싸워서 이 정부 같은 잔인하고 무도한 정권이 다시는 들어서지 않게 싸워나가자. 그때까지 건강하게 힘차게 살자"고 말했다.
#강경대 #강경대 열사 #5월 열사 #명지대학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3. 3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4. 4 하이브-민희진 사태, 결국 '이게' 문제였다
  5. 5 용산에 끌려가고 이승만에게 박해받은 이순신 종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