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가고 두 번가도 자꾸만 가고 싶은 두타산

두타산 신선봉을 찾아서

등록 2011.06.21 18:44수정 2011.06.2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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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봉 바위 정상 풍경 ⓒ 윤도균


한 번 가고 두 번 가도 자꾸만 가고 싶은 두타산

40년 지기 전우, 그리고 고향 후배와 뜻이 맞아 두타산 산행을 한 지 몇 해 안된 것 같은데 벌써 10년이 훌쩍 지나 버렸다. 철부지 시절엔 아버지께서 친구분들과 이야기하시며 "세월이 유수와 같다"고 하실 때 속으로 유수(流水)는 무슨... 느림보 거북이처럼 느려 터지게 가고 있는데 무슨 말씀을 하는 거냐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나에게도 옛날 아버지께서 말씀하시던 것처럼 세월이 유수와 같이 흐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니, 요즘은 아예 쏜살같이 세월이 빨리 간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할아버지의 심정을 올해 11살 손자 아이 도영이가 알면 그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하다.

빨리 어른 돼봐야 고생이 뻔한데 그런 줄도 모르고 철부지 애들 시절엔 하루라도 빨리 성인이 되고 싶어 안달했던 것이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참 어처구니없고 우습고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들며 할 수 있다면, 다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그 자리에 서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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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산 신선봉을 찾아서 두타산 신성봉 산행길에 만난 기암절경 모습을 동영상에 담았 보았다. ⓒ 윤도균


무엇을 생각하고 그린다는 것! 아름다움일까? 바보일까? 그런 생각 하다 보니 산행 초보 시절 친구와 함께 비지땀을 흘리며 두타산을 오르며 서로의 몰골을 쳐다보며 배꼽을 잡고 웃던 추억이 아직도 삼삼하게 떠올라 지난 2009년 7월 두타산에 다시 찾아갔는데 하필이면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장마철 기간 국지성 호우로 두타산 입산 금지를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꿩 대신 닭"이라고 강원도 삼척 원덕읍 월천리에 있으며 우리나라 애국가 배경 화면에 등장하는 동해 "추암 촛대바위"와 제왕산 산행을 하고 돌아온 적이 있다.

그 후 줄 곳 두타산 산행을 염두에 두고 있다 드디어 6월 셋째 주 산행을 다시 한번 두타산행을 "복수혈전" 하기로 하고 공지하니 산행에 참가하겠다는 회원이 29명이나 되어 (2011.6.19 07:00) 사당을 출발하여 두타산을 향하여 달려가는데 다행히 올해는 장마가 아직 남쪽 지방에서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아주 쾌청한 날씨가 우리 일행을 반긴다.

달려가다가 평창 휴게소에서 15분여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달려 두타산 주차장에 도착하니 10시 50분이다. 우리는 곧바로 산행 준비를 하고 매표소에서 1,500원씩 주고 표를 사 산행을 시작하는데 나는 나 홀로 일행들과 떨어져 옛날의 추억을 그리며 두타산 정상 산행을 할까 생각을 해 보지만 오랜만에 오빠 따라 두타산 신선봉 산행에 동참한 여러 동생이 있어 포기한다.


삼 화 사(三和寺)는 동해시의 무릉계곡 입구 부근에 있는 유서 깊은 절이다. 신라 선덕여왕 11년(642년)에 자장율사가 절을 건립하고 흑연 대라 하였고, 그 후 범일 국사가 재건하여 삼 공 암이라 하였다. 마음 같아선 잠시 삼 화 사에 들러 경내를 돌아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지만 갈 길이 구만리라 하산할 때 잠시 들러보지 하고 그냥 내처 무릉계곡 방향으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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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석에 새긴 양사헌의 석각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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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화사 대웅전 삼 화 사(三和寺)는 동해시의 무릉계곡 입구 부근에 있는 유서 깊은 절이다. 신라 선덕여왕 11년(642년)에 자장율사가 절을 건립하고 흑연 대라 하였고, 그 후 범일 국사가 재건하여 삼 공 암이라 하였다. ⓒ 윤도균


무릉계곡은 삼 화 사에서 상류 쪽으로 약 2㎞ 구간에 걸쳐 있다. 1977년 국민관광지 제77호로 지정되었다. 산수의 풍경이 중국 고사에 나오는 무릉도원과 같다 하여 무릉계곡이라 부르며, 소금강이라고도 한다. 시의 동쪽에 솟아 있는 두타산(1,353m) 청옥(1,404m)산 고적(1,354m)대 등에서 발원한 소하천들이 계곡을 흘러 전 천을 이룬다. 계곡에는 태 암, 미륵암, 반 학대, 능 암, 쌍현암, 등의 기암괴석과 시인, 묵객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무릉반석(武陵盤石) 및 금란정(金蘭亭)을 지나 관음암 입구 세 갈래 길에서 우리 일행들은 관음암 방향으로 급경사 코스를 따라 오른다.

그런데 이곳 관음암 코스는 가팔라서인지 일요일이라 산행 인파가 붐비는데도 마냥 한가하기만 하다. 그러다 보니 우리 일요산행팀의 "슬로건"이 '느림보 거북이 산행'으로 일행들과 보조를 맞추며 선두 후미가 간발의 차이로 어우러져 산행하는 것을 주장하는데 이날따라 마치 관음사 코스는 우리가 전세 낸 것처럼 널널 산행이 이어지며 사방에서 하하 호호 활짝 웃음꽃 산행이 이어진다.

관음암은 두타산 삼화사 의 유일한 산 내 암자로 고려 태조 4년 (921) 용비 스님에 의해  지조 암으로 창건되었다고 전해지는 암자이다. 그 후 이곳에 모신 관음보살 상의 영험함이 계속 되어 이를 계기로 1959년 관일 스님에 의해 관음암으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 한다.

우리는 관음암을 잠시 돌아보고 뜰 아래 고목 그늘에 빙 둘러 모여앉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점심을 먹으며 동생들과 요구르트 먹는 셈치고 시원하게 냉장고에 살짝 얼려 가져온 막걸리 한잔을 나누어 마시니 이 세상 그 어느 칵테일보다 더 감미롭고 시원하고 맛이 신비롭다. 흔히들 옛것이 좋다고 하는데 나의 입맛엔 막걸리만큼은 그 옛날 시골 막걸리보다 요즘 막걸리가 훨씬 더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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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암 뜰아래 고목나무 그늘에서 점심을 하고 일행들과 함께 단체로 기념 사진을 찍었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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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변기 바위 ⓒ 윤도균


점심을 마치고 잠시 신선바위 암릉 구간에 오르기 위하여 가파르게 이어지는 급경사 코스를 오르니 깎아지른 듯 단애를 이루며 우뚝 선 신선 바위 위용에 입 딱 벌어질 정도이다. 그러는 사이 소나무 님이 신선바위 꼭대기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며 자세를 취하고 있으니 암벽만 보면 사족을 못 쓰는 우리산내음 사람들 겁 없이 너도나도 신선바위 꼭대기에 올라 기뻐하는 모습들이 마냥 천진스럽다.

그도 그럴 것이 일이란?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일상을 탈출하여 온갖 상념 다 묻어두고 정신을 가다듬어 저 오뚝 선 바위봉우리에 오른 일행들 그 쾌감이 얼마나 통쾌했으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어린 아이처럼 그렇게 기뻐하는 일행들 모습 바라보며 스냅 사진을 찍는 도영할베 덩달아 좋아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신선바위를 내려서 잠시 오름과 내리막길을 반복하다 하늘문(통천문) 100미터 정도는 되는 가파른 수직 계단 길은 반대 방향에서 올라오는 사람, 내려가는 사람이 서로 비켜서기도 어려울 정도로 비좁아 정체되지만 기다림과 양보의 미학을 발휘하며 어렵게 "천하대장군, 지하 여장군" 장승이 떠받친 하늘문 계단을 내려서 고개를 바짝 치켜들고 보아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기암 절경을 배경으로 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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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대왕비 바위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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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바위 꼭대기에서 아래로 뛰어 내리고 있는 소나무님 ⓒ 윤도균


하늘 문을 지나 잠시 철 계단 길을 올라 안부(문간재 삼거리) 에 도착하여 심호흡하고 다시 좌측으로 200여 미터 육산 코스를 오르니 신선봉 정상이다. 그런데 이곳 신선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그야말로 남한의 소금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압권이다. 무엇보다도 "사랑바위, 광개토대왕비 바위"를 보며 우주 만물을 만들고 다스리는 조물주의 위대함에 감탄한다.

그러다 보니 일행들 기암 절경에 취했는지…. 힘든 다는 소리는 쏙 들어가고 오빠 따라 산행에 동행하길 정말 잘했다고 얼마나 좋아들 하는지 그 모습 보며 어깨가 으쓱해진다. 그러나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바빠 마냥 좋아하고 있을 수만은 없어 다시 문간재 삼거리에 내려서니 현호색 님이 1,000 고지가 넘는 산속에서 얼음과자 한 개씩을 사주어 어린 아이처럼 너도나도 얼음과자를 입에 물고 달콤한 꿈을 꾸며 선녀탕에 도착한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이름은 분명히 선녀탕인데 눈 씻고 보아도 선녀는 보이지 않아 헛걸음하며 나 혼자 생각에 만약 선녀들이 목욕이라도 하고 있으면 나도 그 여인들 옷 한 벌 훔쳤다 옷이 없어 하늘에 오르지 못하는 선녀와 천년만년 살고지고 꿈을 꿨는데…. 이게 뭐야 하고 구시렁거리며 두 번 다시는 선녀 없는 선녀탕을 돌아보지 않고 내친김에 쌍 폭으로 가는데 우측 단애 지역에 새까맣게 올려다보이는 장군바위, 병풍바위 위풍당당한 모습이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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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폭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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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추폭포 ⓒ 윤도균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녹음 우거진 수목 사이로 현란한 기암 절경 풍경을 촬영하며 쌍 폭에 도착하니 최근 들어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도 쌍 폭에는 좌, 우로 그런대로 폭포가 쏟아져 내리고 있고 공중엔 하루살이 인지 무슨 벌레들인지가 기분 나쁘게 떼를 지어 배회하는 바람에 서둘러 쌍 폭을 떠나 이날 산행의 마지막 목적지 용추폭포에 도착하니 이곳도 폭포 줄기는 시원치 않게 쏟아져 내리고 있다.

소문에는 두 타 청옥의 장관으로 쌍 폭, 용추폭포 꼽는데 이날의 풍경은 영 아니다. 이렇게 수박 겉핥기식으로 쌍 폭 용추폭포를 대충 둘러보고 나는 일행들보다 먼저 하산을 서두른다. 다름 아닌 강원도 동해시 이기동 41번지 그러니까 쌍용양회 공장에서 15분여 거리에서 35년여 지기 절친한 친구가 귀촌하여  "잎새바람"이라는 이름으로 '차와 민박'을 하고 있는데 내려온 김에 그 친구를 잠시 만나 보기 위해서다.

그러다 보니 쌍 폭에서 주차장까지 2.3킬로 구간을 마치 산악 마라톤 하듯 30분 만에 달려 주차장에 도착하니 친구가 벌써 차를 가지고 와 기다리고 있어 얼른 차에 타고 친구네 "잎새바람" 사업장에 도착하여 잠시 주위를 돌아보고 오래 지체할 시간 없어 서두르는 내 사정을 안 친구가 속성으로 차려낸 산나물 안주에 막걸리 두어 잔을 후루룩 마시고 일어스니 친구 부부가 고사리와 산나물 말린 나물과 산 머루 원액을 챙겨주며,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렇게 헤어져 어떻게 하느냐고 아쉬워해 올여름 휴가 때 도영을 할 망과 꼭 다시 한번 찾아 갰다는 약속을 하고 친구가 주차장까지 태워다 줘 일행들을 만나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두타산 신선봉 산행을 마치고 귀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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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봉에서 본 발바닥 바위 ⓒ 윤도균


산행일시 : 2011년 6월 19일 (셋째일요일)
◉ 산행코스 : 주차장 = 삼화사 = 관음암입구 = 마당바위 = 관음폭포 = 관음암 = 신선바
              위 = 하늘문 = 신선봉 = 문간재삼거리 = 선녀탕 = 쌍폭용추폭포 = 무릉반
              석 = 삼화사 = 주차장(원점회귀)
◉ 산행인원 : 29명
◉ 산행시간 : 5시간 널널 산행

#두타산 #삼화사 #무릉도원 #관음암 #용추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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