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원에 '커피와 상담'까지 OK...이런 곳이!

세대 간 소통을 위한 커피 한 잔 '청춘다방'으로 오세요

등록 2011.08.11 17:35수정 2011.08.30 14:50
0
원고료로 응원
a

청춘다방 내부 ⓒ 이형섭


서울시 마포구 홍대 근처 당인리발전소로 가는 길목, '당인리극장'이라는 노란 간판을 가진 아담한 카페가 보인다. 이곳에선 지난 6월부터 매주 일요일 '청춘다방'이라는 또 다른 이름의 카페가 열려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청춘다방'은 대통령 소속 사회통합위원회에서 '세대 간 소통을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정부에서 운영하지만 분위기는 여느 카페와 다르지 않다. 더불어 청년단체에 바자회 수익금을 기부하고, 문화행사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영화 상영을 통해 정부 정책에 대한 다양한 관점도 제공한다. 1000원이라는 착한 커피 값과 서빙을 담당하는 실버프린스 어르신의 연륜이 고스란히 담긴 인생상담은 이 카페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청춘다방,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묻는 건 '취업과 연애'

a

청춘다방 ⓒ 이형섭

카페에서 일하고 계신 11명 어르신들의 '스펙'은 정말 화려하다. 전직 교사, 대기업 사무직 등 젊은 시절 내로라하는 화이트칼라 종사자였기 때문에 대표적 감정노동인 서빙에 적합할 것인가 하는 의문도 있었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손님들은 자신의 자식 혹은 손자뻘인 젊은이들이다.

고정우 할아버지는 실버프린스를 이렇게 표현했다. "이게 옛날 말로 하면 다방 레지란 말이지요." 하지만, 고정우 할아버지의 실전은 특급호텔 레스토랑 종업원의 그것 이상이었다. 찾아온 손님들에게 고개를 숙여 정중히 인사를 건네고 일일이 눈을 맞추며 주문을 받았다.

한 커플이 고정우 할아버지에게 아메리카노 세 잔을 주문했다.

"남은 한 잔은 어떻게 할까요?"
"할아버지께 제가 사는 거예요."


커플은 고정우 할아버지의 정중한 접객에 감동받았다며 선뜻 커피 한 잔을 대접했다. 할아버지는 손님과 진심으로 다가가려는 자신의 마음이 인정받은 것 같아 흐뭇하다며 인터뷰 내내 선물 받은 아메리카노를 들고 미소지었다.

a

손님에게서 아메리카노를 선물받으신 고정우 할아버지 ⓒ 이형섭


'손금 보는 실버프린스' 로 손님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신이균 할아버지는 나의 인터뷰 요청에 대뜸 사주부터 물어봤다. "많이 돌아다니는 직업을 갖게 생겼어요. 기자가 딱 그런 직업이네…"라며 이야기를 풀어갔다. 젊은이들이 어떤 질문을 가장 많이 하느냐는 물음에 "취직과 연애지요. 하지만 정확히 언제 취직이 되는지는 나도 몰라요. 그건 자신의 노력에 달렸지요"라고 답했다.

취직 이야기가 나온 김에 요즘 젊은이들의 가장 큰 고민인 취업난에 대한 실버프린스들의 생각을 물었다. "지금 중소기업에 보면 일자리가 넘쳐요. 그 자리를 전부 외국인 노동자들이 차지하고 있단 말이지…." 신이균 할아버지는 말을 이어갔다. "우리 세대는 먹고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어떤 일이든 찾아서 했어요."

우리나라의 근대화를 달성한 산업화 초기세대의 근성이 느껴졌다. 하지만 일부의 지적대로 눈이 너무 높은 탓일까?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를 만들어야 할 사회의 노력보다 개인의 책임에 무게를 둔 할아버지의 견해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시대가 변하고 환경이 달라짐에 따라 사회문제를 보는 시각의 변화 또한 필요하지 않은가'라는 반문을 던져보고 싶었지만, 내 견해를 강요하는 모양새가 될 것 같아 말을 아꼈다. 세대 간의 경험과 견해의 차이를 뛰어넘는 공감이 말처럼 쉬운 것 같지는 않았다.

일주일에 하루로는 어려운 세대 간 소통... 시간적 제약 아쉬워

a

아기자기한 방명록 구경도 청춘다방의 재미다. ⓒ 이형섭


첫 만남에 만족스러운 소통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청춘다방도 그러하다. 일주일에 하루 열리는 청춘다방에서 이루어지는 실버프린스들과 젊은 손님들의 일회성 만남을 통해 세대 간 소통 문제가 모두 해결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고정우 할아버지는 "자주 보면서 눈에 익어야지요. 자주 봐야지만 우리에게 궁금한 것도 생기고, 고민을 이야기 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 않겠어요? 그런데 일주일에 하루뿐이라 젊은 친구들을 자주 만날 수가 없어요"라며 자신의 의욕에 비해 다소 부족한 시간을 아쉬워했다.

a

청춘다방 홍보를 나가기 위해 준비하고 계신 신두완 할아버지 ⓒ 이형섭

청춘다방은 11월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예정대로라면 문열 날이 15~16번 정도가 남아 있다.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좋은 취지로 기획된 프로젝트가 시간적 제약으로 의도한 바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청춘다방'을 담당하고 있는 사회통합위원회 소속 선보영 연구원은 "사회통합위원회에서는 이번 청춘다방의 결과를 통해 각 중앙기관에 유사 프로젝트 추진을 권할 수 있지만, 위원회의 특성상 사회통합위원회 자체가 이 프로젝트를 확장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선 연구원은 수익성을 갖춘 기존의 실버카페 모델들을 함께 소개하며, 청춘다방이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면, 앞으로 중앙기관들의 유사 프로젝트 추진을 통해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 덧붙였다.

"6개월짜리 단발 프로젝트이고, 진행하고 있는 다른 프로젝트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 사업이죠. 하지만 진정한 소통의 노력과 보는 이들을 감동시키는 소소한 행사들이 있었다는 점은 높이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실버프린스들과 함께 청춘다방을 이끌고 있는 채혜원 매니저의 평가다. '세대 간 소통' 참으로 어렵고 모호한 주제다. 하지만 '커피'라는 일상적 매개체를 통해 노인과 젊은이가 서로 마주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면, 그 자체로 작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 청춘다방은 세대 간 소통을 위한 작은 주춧돌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 주춧돌 위로 많은 노력이 더해져야 함은 물론이다. 그 노력은 노인세대 뿐 아니라 젊은이들에게도 해당된다. 억지로 노력할 필요 없다. 돌아오는 일요일 우연히 홍대 근처를 들른다면 청춘카페에서 시원한, 그것도 단돈 1000원인 아메리카노 한 잔 어떠신가? 그것이면 충분하다.

a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눈길을 끈다. ⓒ 이형섭


청춘다방 주소 서울 마포구 합정동 361-20 1층 당인리극장 / 전화) 070-4254-6230
청춘다방 블로그  http://cafe_prince.blog.me/

덧붙이는 글 | 이형섭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기자단 '오마이프리덤'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형섭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기자단 '오마이프리덤'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청춘다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노후 대비 취미로 시작한 모임, 이 정도로 대박일 줄이야
  2. 2 나이 들면 친구를 정리해야 하는 이유
  3. 3 맨발 걷기 길이라니... 다음에 또 오고 싶다
  4. 4 일본이 한국 어린이날을 5월 5일로 바꾼 이유
  5. 5 오스트리아 현지인 집에 갔는데... 엄청난 걸 봤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