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인상에 건보료까지... 세입자는 억울하다

[주장] 고액자산가에게 유리한 건강보험 부과체계... 건보료 경감방안 절실

등록 2011.10.25 19:55수정 2011.10.2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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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전세대란 속에 급등하는 전월세가격이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서민들의 가계 부담을 키우고 있다. 공보험체계에서 소득과 재산이 느는데 따른 보험료의 인상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전월세 가격은 인상폭이 너무 컸고, 최근 전월세 보증금 상승은 정부의 정책실패 요인이 크게 작용했으며, 전월세 보증금의 인상분을 임차인의 실제 가계 소득과 재산의 증가로 볼 수 있는가 하는 점 등이 논란의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세 번째 원인으로 인해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전월세 인상으로 건보료도 올라

지난 10일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추미애 의원이 건강보험공단 통계를 토대로 서울지역에서 전월세를 사는 지역가입자의 전월세 가격변동과 이에 따른 건강보험료 영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월세 가격인상으로 서울지역 건강보험가입자의 12.6%가 보험료가 올랐다. (이하 통계 민주당 추미애 의원 발표자료 인용)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를 산정하는 기준은 재산(건물, 토지, 주택, 전, 월세 보증금)과 소득(사업소득, 연금, 농업소득 등), 자동차, 성별연령이다. 재산, 소득, 자동차, 성별연령에 해당하는 각 구간별 등급이 주어지면 이를 합산하여 보험료로 산정한다.

성별연령은 소득 500만 원 미만의 지역가입자 산정기준으로만 사용되므로 500만 원 이상의 가구소득을 가진 대부분 지역가입자는 재산과 소득, 자동차가 실제 부과기준이 된다. 그리고 건물, 토지, 주택 등의 재산을 소유한 지역가입자는 매년 10월 달에 변동된 재산세 과표 기준을 반영하고, 지역의보가입자의 전세금 인상분은 매년 3월과 9월에 조사해 2년 단위로 건보료에 반영한다. 참고로 지난 2년간 전국의 전세 상승률은 평균 19.7% 상승했다.

전월세금에 대한 보험료 반영 방식은 전세보증금의 30%를 보험료부과 대상금액으로 반영하고, 월세의 경우는 월세보증금+(월세×40)한 금액이 부과대상이 되며 이 금액의 30%를 보험료에 반영한다.

건보공단이 지난 3월 조사한 결과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 중 용산구는 평균 전월세 가격이 2년 전보다 149.1% 올라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 뒤를 이어 동대문구(127.2%), 강남구(112.1%), 관악구(107.4%), 구로구(102.5%), 서대문구(99.5%), 서초구(93.3%), 강서구(91.2%), 동작구(90.2%) 등도 큰 폭으로 올랐다.


분석 대상(2년 전과 동일한 주소지에 살면서 전월세금 증가만으로 보험료가 인상된 경우) 1만1516가구의 평균 보험료 인상률은 16.98%였다. 또 자치구별 인상률을 보면 동대문구가 27.6%로 가장 높았고, 도봉구가 27.3%로 그 뒤를 이었다. 영등포구(22.3%), 관악구(21.3%), 종로구 20.7%), 강남구(20.4%) 등도 인상률이 20% 이상이었다.

전월세금이 가장 많이 오른 용산구의 전월세 지역가입자 평균 보험료는 7만3375원에서 8만6884원으로 1만3509원이 올랐고, 도봉구는 3만7101원에서 4만7234원으로 1만133원이 인상됐다.

전월세 인상, 보증금 이자부담에 건보료 인상까지... 3중고

일견 인상분이 크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순수하게 전월세금(재산) 증가만으로 늘어난 수치이기 때문에, 소득·자동차·생활수준 및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 등에 따른 인상분과 보험료율 인상 요인까지 감안하면 가계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

더욱이 재산이 많아질수록 상대적으로 보험료 인상을 위한 조건이 완화되고 인상 규모도 줄어들도록 설계된 현행 규정 때문에, 전월세가 급등 국면에서는 고액 세입자보다 영세 세입자의 추가 부담이 더 커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이번 분석에서도 전·월세 가격 증가율이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가운데 각각 10위와 11위였던 도봉구와 영등포구의 평균 보험료 증가율이 나란히 1, 2위에 올랐다. 반면 전월세 가격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용산구의 보험료 증가율은 11위로 중간 수준에 머물렀다.

문제는 이들 건강보험료 인상부담을 안게 된 지역가입자가 실질소득이 늘어 더 좋은 집으로 이사한 경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정상적인 가계소득으로 최근의 전월세 보증금을 올려주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며, 대부분의 지역가입자가 가계대출을 통해 인상된 보증금을 감당해야 했다는 점이다.

그러니 전세나 월세를 사는 사람으로서는 보험료 인상분에다가 대출에 대한 이자비용 부담까지 져야 하는 이중고이다. 지역가입자는 전월세 보증금 인상에 대출이자에 건강보험료 인상까지 실제 삼중고를 겪어야 한다. 이로 인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에 대한 불신이 생기고 건강보험에 대한 정서적 저항이 우려된다.

현행 부과체계에서 전세보증금의 30% 정률로 임차인 보험료 산정대상 금액으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보증금 인상분은 평균적인 물가상승률을 제외하고는 임차인의 재산증가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보증금을 올려 받으면서 실질적으로 소득이 증가한 사람은 집주인인데, 집주인의 경우는 보증금을 올려 받아도 그 부분에 대해 건강보험료는 거의 인상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보험료를 산정하는 재산등급 구간은 재산을 많이 가진 사람들에게 훨씬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재산의 경우 등급별 구간범위를 정할 때 고액구간범위가 훨씬 넓게 되어 있다. 이러니 고액재산가들의 경우는 재산증가분이 보험료 인상으로 제대로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전월세 보증금의 인상으로 임차인은 건강보험료가 올라도 실제 자산가치가 늘어난 임대인은 보험료가 오르지 않는다면 누가 보험료부과체계가 공정하다고 하겠는가, 현재의 보증금 인상분에 대한 임차인과 임대인의 재산, 소득 반영비중은 현재와 정반대가 되어야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전월세보증금 인상에 따라 건강보험료가 인상요인으로 작용한다면 임대인과 임차인이 같은 정도로 인상되어야 하지 않는가. 이러한 보험료 부과체계의 불합리한 요소는 자칫 건강보험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시급히 정책고려와 개선을 해야 할 문제이다.

전월세 부담으로 건보료 인상 경감방안 마련하라

이에 대한 합리적인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현재와 같이 고액 재산가들을 우대하려고만 않는다면 보험료 수입을 줄이지 않으면서 형평성 있는 부과체계를 다시 고안할 수 있다.

현행 30%로 되어 있는 전월세 보증금 반영비율을 일정하게 낮추거나 높이고, 향후에는 임대보증금 인상분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임대인 건강보험료가 실제 임대소득이 증가한 만큼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부과기준이 변경되어야 할 것이다. 임대인으로서는 보증금을 올려 받아 이를 가지고 금융소득이나 투자소득을 기대하는 것보다 건강보험료 인상분이 더 부담이 되면 보증금을 올리려는 유인이 적어져 전월세가격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최근의 전월세가격의 폭등이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이므로 최근 1~2년의 보증금 인상분에 대해서는 인상분의 일부만 산정한다든지 하는 응급처방책을 가동해야 할 것이다. 또는 추미애 의원이 제안한 기본공제 제도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현재도 보증금의 30%를 산정대상으로 하므로 나머지 70%의 기본공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기본공제 제도는 보증금이 일정액 미만인 세입자는 보증금을 보험료산정대상에서 아예 제외하든지, 아니면 기본공제의 폭을 넓히는 문제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도 건강보험료 부담에 취약한 차상위 계층에 대해서는 전월세보증금 인상분을 부과대상에서 제외하는 선행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현행 부과체계의 모순으로 인해 이들의 전월세보증금 인상액은 크지 않아도 보험료 증가에 반영되는 비중이 높을 것이므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된다. 그렇지 않아도 차상위 계층은 건보료 인상에 취약한 계층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 잘못된 건보료 부과체계의 피해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가장 크게 갈까봐 걱정이다.

덧붙이는 글 | 박용덕님은 건강세상네트워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박용덕님은 건강세상네트워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료 #전월세보증금 #지역가입자 #부과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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