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목사, 그 바보들이 무슨 얘길 한 거야?

[책동네 새얼굴 - 2월 넷째 주] <기자와 목사, 두 바보 이야기>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 외

등록 2012.02.26 11:50수정 2012.02.27 10:28
0
원고료로 응원
a

[새책①] <기자와 목사, 두 바보 이야기>

손석춘·김기석 씀, 꽃자리 펴냄, 2012년 2월, 363쪽, 1만5000원

 

한국 도시의 밤 풍경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색색의 교회 십자가들이다. '사랑'을 제일의 가치로 가르친 예수. 과연 우리 사회에 그 십자가 불빛들만큼 사랑이 퍼져 있는지는 자신 있게 답하기 어려울 듯하다. 이 책은 목회자 김기석과 언론인 손석춘이 우리 사회의 희망으로서 종교에 대해 나눈 대화를 옮긴 책이다.

 

신자유주의의 거센 쓰나미 앞에서 무력해진 종교와 사랑의 가치. 두 사람은 18개월 동안 주고받은 편지를 통해 그것의 새로운 생명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교회와 기독교를 넘어 오늘날의 문화와 문명을 이야기하며 인문학적 우정을 나눈 두 사람. 그들이 종교라는 '오래된 미래'에서 찾은 결론이 궁금하다.

 

a

[새책②]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

박노자 씀, 한겨레출판사 펴냄, 2012년 2월, 310쪽, 1만3000원

 

10년 전 <당신들의 대한민국>이라는 책 한 권을 통해 '한국'과 '한국인'이라는 인식에 짱돌을 던진 박노자. 어쩌다 한국인으로 태어나버렸을 뿐인(?) 우리에게, 스스로 한국인이 되기를 선택한 그가 남긴 불온한 파문은 적지 않았다. 이 책은 '합법적 폭력기구'인 국가의 정체를 '까발린' 박노자의 국가론이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권교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단호히 '노(No)'라고 말한다. 국가와 전쟁, 종교의 삼각관계를 밝히고 그것이 국민을 길들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진보를 말하는 당신도 폭력의 주체, 또는 동조자가 될 수 있음을 말하는 책. 불편함을 딛고 한번 읽어볼 만하다.

 

a

[새책③] <나는 개새끼입니다>

정철 씀, 리더스북 펴냄, 2012년 2월, 312쪽, 1만4000원

 

카피라이터 정철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공공운수노조에서 만든 <꼼꼼>이라는 신문을 통해서였다. 자본주의의 첨병인 광고카피와 노조신문의 궁합을 걱정했던 나의 선입견은 그의 카피를 보는 순간 무참히 깨졌다. 이 책은 '개념' 카피라이터 정철이 뒤집어진 우리 사회의 하루하루를 촌철살인의 언어로 '들쑤신' 비판서다.

 

"가카에게 독도는?" "부동산." 그가 우리를 웃기는 데는 많은 글자가 필요하지 않다. 4대강, 돈봉투, 국가보안법, 반값등록금 등 이슈들을 통쾌하게 정리하고, 가카와 함께한 4년의 시간을 짧은 일기 속에 깨알 같은 웃음으로 기록했다. 낄낄거리며 책장을 넘기겠지만 책을 덮고 나면 뻐근한 책임감이 느껴질 것이다.

 

a

[새책④] <점령하라>

시위자 쓰고 그림, 임명주 옮김, 북돋움 펴냄, 2012년 2월, 252쪽, 1만3000원

 

같은 제목의 책이 동시에 나왔다. 하나는 저명한 학자의 이름이 대표저자로 올라 있었고 다른 하나의 저자는 바로 '시위자'였다. 나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반자본주의 운동에 대한 지식인의 평가보다는 그것을 몸소 만든 대중들의 목소리가 더 궁금했다. 이 책은 '월스트리트 점령운동'의 시위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쓴 책이다.

 

하나의 지도부가 아니라 99%의 자발적 시민들이 만든 월스트리트 점령운동. 그 싸움을 채워나간 60여 명의 시위자가 그들의 역사를 쓰고 그렸다. 군데군데 시위 영상이나 블로그 글의 QR코드가 있어 이야기가 더욱 풍부하다. 비슷한 시기 우리가 경험한 희망버스의 기억을 떠올리며 읽으면 더 좋겠다.

 

a

[새책⑤] <방관자>

제임스 프렐러 씀, 김상우 옮김, 미래인 펴냄, 2012년 3월, 248쪽, 9500원

 

학교폭력에 대한 여론이 좀처럼 식을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학교폭력 이야기는 대개 가해자와 피해자만을 두고 이루어진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닌 '방관자'의 처지에 더욱 가깝지 않을까. 이 책은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방관자의 도덕적 딜레마를 다룬 소설이다.

 

전학생 에릭은 친절하게 다가와준 그리핀과 친구가 된다. 하지만 그리핀은 할렌백을 희생양 삼아 악행을 일삼는다. 할렌백을 도우려다 뜻밖의 배신까지 당하게 되는 에릭. 에릭의 고민과 선택을 따라가면서 학교폭력 문제 속 '침묵하는 다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방관자는 다음 피해자"라는 섬뜩한 경고가 어느 때보다 와닿는다.

기자와 목사, 두 바보 이야기 - 손석춘.김기석의 대화

김기석.손석춘 지음,
꽃자리, 2012


#새책 #신간 #책소개 #손석춘 #박노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록하는 사람. <사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산지니, 2021) 등의 책을 썼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윤 대통령, 류희림 해촉하고 영수회담 때 언론탄압 사과해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