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놀이' 하는 아이들... "넌 친구도 재계약하냐?"

[책동네 새얼굴 - 3월 셋째 주] <박정희의 후예들> <무상의료란 무엇인가> 외

등록 2012.03.18 18:18수정 2012.03.1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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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①] <박정희의 후예들>
김재홍 씀, 책보세 펴냄, 2012년 3월, 392쪽, 1만8000원

또 박정희다. 지겹지만 어쩌겠는가. 그의 큰딸이 집권여당의 수장이 되고, 그의 작은딸이 어머니의 고향에서 총선 후보로 나오는 세상인 것을. 죽은 박정희를 환상으로 되살리려는 이들은 어느 시대에나 권력의 곁에 있어왔다. 이 책은 독재자 박정희의 후예들이 만든 또 다른 '군정시대'의 민낯을 보여주는 책이다.


전두환과 노태우, 그리고 하나회. 박정희의 죽음 이후 박정희가 키운 정치군인들의 시대가 왔다. 저자는 12·12군사반란의 전모를 그려내는 한편, 하나회의 태동과 그들이 벌인 '출세 삼국지'를 흥미롭게 추적했다. 1986년 '국방위 회식사건' 등 그들의 알몸을 보여주는 사건들을 한 편의 정치 드라마처럼 극적으로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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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②] <무상의료란 무엇인가>
조경애·김창엽·정혜주·임준·김창보·김용수 씀, 이매진 펴냄, 2012년 3월, 222쪽, 1만 원

2002년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이 '무상의료' 공약을 내걸었을 때, '말은 좋지, 그게 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등이 복지의 흐름을 이끌고 있는 지금, 무상의료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진 듯하다. 이 책은 무상의료의 '모든 것'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다.

병에 걸리면 '병 걱정'이 아니라 '돈 걱정'부터 하는 세상. 이런 세상을 바꾸기 위해 무상의료의 개념과 과정, 사례 등을 이야기했다. 건강을 인권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건강정의'의 개념을 통해 무상의료의 정당성을 찾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10대 정책을 제안했다. 복지국가를 원하는 '유권자'라면 선거 전에 읽어볼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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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③] <내 일을 부탁해>
함께일하는재단 씀, 청어람미디어 펴냄, 2012년 3월, 292쪽, 1만3800원


'오후반' 근무를 마치고 10시가 넘어서 버스를 타면, 녹초가 돼 졸고 있는 직장인들이 보인다. 그럴 때마다 '저렇게 청춘을 보내는 게 행복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큰 기업에서 '남의 일'만 하는 것을 성공으로 여기는 사회. 이 책은 획일화된 취업경쟁의 노예가 된 청년들에게 '내 일'을 찾는 방법을 들려주는 책이다.

붕가붕가레코드 고건혁, 영화감독 장항준, 쌈지농부 천호균 등 자신만의 '행복한 밥벌이'를 찾은 멘토 15명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좌절과 실패를 거듭하며 자신만의 일을 찾아낸 그들의 생생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뻔한 경쟁의 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생각보다 무궁무진한 일의 세계가 열린다는 것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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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④] <철학자의 서재 2>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씀, 알렙 펴냄, 2012년 3월, 468쪽, 1만7000원

<프레시안>에 연재 중인 이 서평 시리즈를 관심 있게 봐왔다. 하지만 첫 단행본이 나왔을 때 900쪽이 넘는 분량에 감히 펼쳐볼 엄두를 못 냈다. 두 번째 단행본인 이 책을 집어든 것은 절반으로 줄어든 분량 덕분에 좀 '만만해'졌기 때문이다. 이 책은 현실에 대한 고민을 책으로 이야기하는 철학자들의 서평집이다.

철학서적만 읽었을 거라 오해해서는 안 된다. 세계를 사유하고 비판하고 상상하게 하는 47권의 책을 '오래된 책', '위험한 책', '희망의 책'으로 나눠 폭넓게 읽었다. 99%에 의한 변화를 예고하는 지금, 젊은 지성들이 책에서 찾아낸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준다. 하지만 죄다 번역서 일색인 것은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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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⑤] <여우의 화원>
이병승 씀, 원유미 그림, 북멘토 펴냄, 2012년 3월, 175쪽, 1만1000원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반대 투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9월, '용역놀이'에 대한 기사가 났다. 한진중 해고자의 아이들이 '용역 편'과 '김진숙 편'으로 나뉘어 쫓고 쫓기는 놀이를 한다는 것. 동화작가 이병승은 이 참담한 소식을 접하고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공생과 공존의 가치를 알려주는 동화책이다.

아버지가 큰 자동차 회사의 사장인 초등학교 5학년 민수는 전학 첫날 영문도 모르고 용역놀이에 휩쓸려 혼쭐을 당한다. 노동자의 아들로, 너무 일찍 세상을 알아버린 억삼이와 민수가 친구가 돼가는 과정을 통해 참된 행복과 약속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넌 친구도 재계약하냐?"는 억삼이의 한마디가 내내 가슴에 남는다.

박정희의 후예들 - 누가 그들을 다시 부르는가

김재홍 지음,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2012


#새책 #신간 #책소개 #김재홍 #조경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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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는 사람. <사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산지니, 2021)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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