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무덤' 서울 강남을 '생지'로 바꾸겠다

[인터뷰] 민주통합당 강남을 정동영 후보

등록 2012.03.19 16:16수정 2012.03.1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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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후보 17일 오후 서울 대치동 선거사무실에서 정동영 후보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 김철관

"서울 강남을은 미국 신자유주의 강화 노선과 경제정의와 재벌개혁, 복지국가 노선의 충돌이다. 강남의 수준 높은 유권자들이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이다."

지난 17일 오후 새누리당 김종훈 후보 공천 소식을 듣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선거사무실에서 만난 민주통합당 정동영 후보가 강조한 말이다.

정 후보는 전북 전주 덕진에서 내리 3선을 한 국회의원이다. 이 지역 공천만으로도 논스톱 4선을 할 수 있는 후보인데도 불구하고 기득권을 버렸다. 그리고 지난 25년간 민주당 후보로 당선자를 못 낸 철옹성 강남을 선택했다.

그는 "서초, 강남, 송파 6개 지역은 지난 87년 이후 25년 동안 한 번도 당선자를 못 낸 곳"이라면서 "여당의 철옹성인 강남을 한번 뚫어보고 싶어 왔다"고 비장한 각오를 내비쳤다. 특히 '야당의 무덤 강남'을 '무덤이 아니라 생지'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강남은 경제적으로는 보수적이지만 정치 사회적으로는 진보적 성향의 지역이다. 87년 이후 25년간 절차적 민주주의의 발전으로 아시아에서는 상당한 수준에 있지만, 세계적 수준에 성숙한 민주주의로 가려면 강남이 그 주체세력이 돼야 한다. 즉 정치적 민주주의를 넘어 경제적 민주주의로 가기 위해서는 강남이 주체가 돼야 한다. 그래서 캐치프레이즈도 '함께, 삽시다. 함께, 갑시다. 함께, 정동영'으로 정했다."

물론 그는 "한쪽은 노동이 축이 돼야 하고 노조 조직률도 넓혀 조직된 노동자들의 힘이 필요하다"면서 "가진 자 입장에서 강남 유권자들의 성숙한 시대의식과 역사의식이 선 순환적으로 잘 흐르면 모범적 체제 이행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주의 3.0체제에서 4.0체제로의 이행을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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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촬영 17일 오후 대치동 선거사무실 앞에서 지역 주민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정동영 후보. ⓒ 김철관

그는 강남지역 주민을 만나면서 느낀 소회도 털어놨다.


"거대 담론에 관한 관심이 적은 것 같다. 장사 안 되고, 집값 내리고, 사교육비 증가 등의 의견이 많았다. 내면적으로는 교육 1번지, 경제 1번지 등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치 1번지는 아니다. 그래서 '함께, 바꿔 봅시다'라는 말이 통한 것 같다."

그는 "만약 승리한다면 자신이 주창한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정책이 힘이 실린 것"이라면서 "한 석의 국회의원 당선을 보태는 것보다 대한민국의 진로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번 선거는 한미FTA뿐만이 아니라 2013년 체제를 발진시킬 것이냐 멈출 것이냐의 선거이다. 4월 총선은 2013년을 대외적으로 복지국가를, 대내적으로 평화체제로서의 의미가 축약돼 있다. 유권자들이 직감으로 강남선거가 보통 선거가 아니라고 느낀 이유이다. '다음 세대를 위한 더 나은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선거이다. 관성적으로 통합민주당과 새누리당의 대결로 보면 안 된다. 한미FTA 추진하면 복지국가,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등을 절대 못한다. 강남 유권자들이 선택해야 할 문제이다."

'강남에서 승리하면 유력한 대선 후보가 될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물이 있어야 배가 뜬다"면서 "뭍에서는 배가 뜰 수 없다"는 말로 '승리한 후 생각하겠다'는 우회적 표현을 했다. 정 후보는 새누리당 이영조 후보 공천을 취소하고 김종훈 전통상 교섭본부장으로 공천하는 모습을 '속살을 바꾸지 않은 화장빨 공천'이라고도 했다.

"김종훈 후보 공천은 가치와 가치가 부딪치는 가치의 전쟁이 될 것이다. 미국 신자유주의 노선 가치와 경제정의, 복지국가, 재벌개혁 노선 간의 가치가 충돌한 선거이다. 노선과 가치가 선명하게 다르다 보니 해볼 만하다. 강남의 수준 높은 유권자들이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복지국가의 꿈을 이루려면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가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에서 복지를 사회 약자에게 시혜를 베푸는 일로 잘못 알고 있다. 가난한 자와 돈 많은 부자가 이웃으로 함께 살려면, 정부가 세금을 고르게 거둬 경제민주화를 이룩해야 한다. 재벌이 법을 어겨가며 탈세를 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미국의 재벌 버핏처럼 존경받아야 한다."

그는 한미FTA 같은 국가적 의제와 재건축, 재개발, 교육, 집값 등 지역의제들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며 유권자들을 설득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FTA는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 싸움이다. 한미FTA는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재벌개혁 등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그래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싸움이다. 참여정부에서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잘못된 것은 사과하고 힘 있게 나가야 한다. 개포동 지역의 공통관심은 재건축이다. 내가 권한이 없는데 해결해 주겠다고 하면 주민이 믿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거짓말이 될 것이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과 지역 주민 간의 소통의 자리, 다리 역할을 해 문제를 풀 생각이다."

그는 실제 개포동 시영아파트 단지 내에서 잠을 자며, 지역주민의 집값, 교육비, 재건축 등 현안 문제와 살아온 이야기, 애환 등을 듣고 배우면서 공부도 많이 했다고도 했다.

정 후보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비정규직, 한미FTA, 대학 등록금 등의 문제를 심각히 인식하고 함께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동지의식을 확인하고 선거를 도와주고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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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시위 지난 1월 20일 용산참사 3주기를 맞아 1인시위를 하고 있는 정동영 후보. ⓒ 김철관

"용산참사 미사를 처음 참석했다. 문정현 신부님이 나를 보고 '정동영 의원, 저 사람이 잘했으면 이런 죽음이 없었을 것이다'고 했다. 이명박 정권이기 전에, 내 책임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 나에게 용산참사 문제가 가장 큰 충격이었다. 어려운 사람들 옆에 정치인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때부터 많이 반성하며 사회 약자, 어려운 사람들의 집회나 시위에 참석했다. 이후 오라고 하는 데도 많이 생겼고, 의정활동이나 피치 못할 일정이 잡히지 않는 한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함께한 것만으로도 힘을 얻는 것 같았고, 집회에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경찰이 함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껴 좋아했다."

바로 이런 이력 때문에 이외수 소설가(후원회장), 정지영 영화감독, 조국 서울대 교수, 우석훈·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이해영 한신대 교수, 공지영 소설가, 정혜신 마인드 프리즘 대표 등 유명지식인들이 멘토를 자임하고 나선 것이었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난맥상으로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분위기가 좋았는데, 다시 뒤집히는 상황에 대해 그는 "노선과 가치를 선명하게 세우지 못한 지도부의 탓"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민이 정권의 난맥상을 보고 분노하고 있는데, 그 걸을 하지 못했다. 한명숙 대표가 이 시대를 잘 꿰뚫어보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예를 들어 한미FTA도 선명한 노선을 가지고 싸워야 했다. 절충한 듯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되는데 그런 모습을 보였다. 참여정부에서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털고 가야 힘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반전의 기회는 다시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로 야권단일후보가 되면 여당과 야당의 1:1구도가 돼 승산이 있다고도 했다.

"서울에만 20여 지역이 야권 단일후보가 됐다. 단일후보 구도가 승리의 디딤돌이 돼 야당이 반전의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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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 교수 17일 오후 정 후보의 멘토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가 선거사무실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 김철관

대치동 선거사무실은 1층에 있었고 밖에서 훤히 보이는 투명한 유리창에 카페처럼 단장해 놓았다. 이날 선거사무실은 정 후보를 도우려는 자원봉사자, 선거참모, 주민 등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비정규직의 슬픔 현실을 담은 책 <88만 원 세대>를 지어 일확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세를 누리고 있는 시대의 양심이며, 현재 정동영 후보의 멘토로 활동하고 있는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도 보였다. 그는 이날 즉석에서 노래와 강연을 선보여 찬사를 받았다. 우석훈 박사는 시대의 글쟁이면서 팟캐스트 <나는 꼽사리다>로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조국, 정혜신, 공지영 등 정 후보 멘토들도 선거기간 선거사무실에 와 시대와 관련한 강연을 할 예정이다.

이날 정동영 후보가 건넨 선거 명함을 자세히 보니 '함께, 정동영'이라고 새겨있고, 바로 옆 글귀 '다음 세대를 위한 더 나은 가치'가 그의 진정성을 확인시켜주는 듯했다.

그럼 서울 강남을에 출사표를 낸 민주통합당 정동영 후보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서울대학교 졸업, 미남 MBC 앵커, 통일부장관, 대통령 후보 등 화려한 이미지만 부각 돼 그의 진정한 과거 이력을 구체적으로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앞서 언급한 이력 때문에 그의 삶은 일반인에게는 양지에서 순탄한 길을 걸은 사람으로만 알려져있다. 하지만 그는 양지에도 있었지만 대부분 음지에서 보냈다.

그의 과거 이력을 자세히 들어다 보면, 결코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군부정권 때 학생운동으로 감옥살이했고, 정치에 입문하고 2000년 12월 동교동계 정풍쇄신운동을 주도했다. 이후 시련과 연단의 연속이었다. 철거민 용산참사, 한진중공업 해고, 쌍용자동차 파업, 비정규직 처우, 한미FTA 저지, 무상급식, 대학등록금, 4대강 등의 현안을 놓고 약자 편에 앞장서 활동했다.

특히 과거 김대중 국민의 정부 통일부장관 재임 시기 개성공단과 남북철도 건설의 주역으로 남북평화와 화해에 이바지했다. 그는 '야당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강남, 그것도 핵심인 강남을(개포동, 대치동, 일원동 등)에서 출사표를 던져 당내 경선, 야권 경선 등 어려운 과정을 통과했고, 야권단일후보로 18일(일요일) 저녁 최종 결정됐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공천한 이영조 후보를 부적격자로 낙마시키고, 한미FTA 주역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공천했다. 이로써 한미FTA 반대에 앞장선 정동영 민주통합당 후보와 한미FTA 추진의 선봉에 선 김종훈 새누리당 후보와의 일전이 불가피하게 됐다.

서울 강남을 민주통합당 정동영 후보는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웨일즈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MBC 앵커, 17대 대통령 후보, 국민의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다. 또 열린우리당 의장, 민주당 최고위원 및 고문, 국회 외교 및 환경고용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남북평화와 화해의 중요성을 역설한 <개성에서 파리행 기차표를>(랜덤하우스, 2007),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의 꿈을 담은 <중산층의 나라를 만들겠습니다>(산하, 2007), 소통의 중요성을 설파한 <트위터는 막걸리다>(리뷰, 2010년)등의 저서가 있다.
#민주통합당 정동영 후보 #우석훈 교수 #서울 강남을 선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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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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