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없는 군포, 이변 일어날까?

[총선 격전지-경기 군포] 새누리당 유영하-민주통합당 이학영

등록 2012.03.20 15:09수정 2012.03.2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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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에서 현장 취재를 하면서 만난 소녀. 후보만 찍지 말고 저도 찍어주세요. ⓒ 유혜준

군포에서 현장 취재를 하면서 만난 소녀. 후보만 찍지 말고 저도 찍어주세요. ⓒ 유혜준

경기도 군포가 이번 4·11 총선을 앞두고 예비후보들이 난립했던 것은 김부겸 의원의 대구 수성갑 출마 선언 때문이었다. 그 여파로 군포에서는 15명이나 예비후보로 등록해 경쟁을 벌였다. 새누리당 6명, 민주통합당 7명으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예비후보가 등록했던 것이다.

 

새누리당은 '친박'으로 알려진 유영하 후보로 결정된 뒤, 다른 예비후보들이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면서 반발했지만 거의 정리가 된 상태. 유영하 후보는 현재 군포 지역을 돌면서 차분하게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이학영 전 YMCA 사무총장이 '전략공천'되면서 깊은 갈등을 겪었다. 일부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들이 이학영 후보의 전략공천 철회를 요구하면서 무소속 출마를 하겠다는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가면서 반발 분위기가 누그러들었다.

 

오히려 민주통합당은 송재영 통합진보당 후보와 '야권 단일후보'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내부가 결속되는 효과를 얻기도 했다. 군포에서 오랫동안 지역활동을 해온 송재영 후보에게 군포에 온 지 한 달이 채 안 되는 이학영 후보가 밀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경선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마음이 조마조마 했는데 이제는 안심이다"고 군포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조심스럽게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길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돌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군포는 새누리당의 유영하 후보와 민주통합당의 이학영 후보의 맞대결로 총선구도가 굳혀졌다. 검사 출신이면서 현직 변호사인 유영하 후보와 평생을 시민운동가로 살아온 이학영 후보의 대결은 서로 살아온 과정이 다른 만큼 흥미로울 것으로 전망된다.

 

유영하 후보는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다. 지난 2004년과 2008년 두 번에 걸쳐 김부겸 의원에게 고배를 마셨던 것. 강적이었던 김부겸 의원이 대구 수성으로 떠난 것이 유 후보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당선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는 게 군포 새누리당 관계자의 주장이다. 특히 유 후보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목숨을 걸고 선거운동에 임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군포는 전통적으로 민주통합당이 강세인 지역이다. 지난 20년간 민주통합당 후보들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으며, 시장 또한 단 한 번만 빼고는 전부 민주통합당 소속 후보들이 당선되었다. 전략 공천된 이학영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자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영하 새누리당 후보 "질 수 없는 싸움...목숨 걸고 선거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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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하 군포새누리당 후보 ⓒ 유혜준

유영하 군포새누리당 후보 ⓒ 유혜준

19일, 뜨겁게 달궈지기 시작한 군포를 찾았다. 유영하 후보는 군포 구시가지인 군포2동에서 상가를 돌면서 홍보전을 벌이고 있었다. 짙은 잿빛 목도리를 감은 유 후보는 카메라를 들이대자 표정이 굳어졌다. 웃으라, 고 요구하자 어색해서 잘 못 웃는다면서도 웃었다.

 

유영하 후보는 군포초등학교 출신이다. 유 후보는 자신을 키운 80%가 군포라며 자긍심을 드러냈다. 군포초등학교 앞을 지날 때는 "제가 나온 학교"라고 말하기도 했다.

 

"저는 여기가 제 고향이라 빚을 갚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죠. 한나라당으로는 굉장히 어려운 지역인데도 불구하고 말없이 지지했던 분들이 참 많았거든요. 그분들한테 보답하지 못했던 거 그리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거, 이게 마음의 빚이거든요. 그리고 이런 어려운 데서 생존해야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보수 세력도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녀석이 있다는 거, 그거 하나 보여주고 싶은 거죠.

 

지금까지 평가를 당당하게 받았으니까 이번에도 당당하게 받으려고 해요. 시민들이 선택을 하시겠죠. 어떤 사람이 자기 지역을 대표해서 국정에 참여했을 때 자기 지역 출신으로 부끄럽지 않게 할 사람인가. 저는 답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갑자기 급조돼서 할 수 있다? 그건 아니라는 거죠."

 

김부겸 의원과 대결해서 두 번 다 졌지만 이번에는 판이 달라졌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유 후보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김부겸 의원보다 이학영 후보가 경력이나 이력에서 결코 떨어진다고 보지 않아요. 다만 이곳이 이학영 후보에게 생소한 지역이고, 시민들이 낯선 이미지를 갖고 있어서 유리하다고 보는데, 그것은 시민들이 평가하실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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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하 군포새누리당 후보 ⓒ 유혜준

유영하 군포새누리당 후보 ⓒ 유혜준

그러면서 유 후보는 인물 면에서 자신이 (김부겸이나 이학영에게) 절대로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군포의 기본 성향이 새누리당에 어려운 지역이기 때문이지 개인의 성향이나 인물을 보고 찍는다면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만약에 낙선하게 되면 마지막이겠죠. 만약 당선된다면 4년이라는 주어진 임기 동안 이 지역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을 다 할 겁니다. 열심히 한다면 제가 내건 공약을 어느 정도 충족시킬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해요. 그런 다음 제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고민을 하겠죠."

 

유 후보는 낙선한다면 정치를 그만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지역구를 옮기거나 편한 데로 갈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유권자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 같아요. 이 싸움에서 안 질 것 같아요. 져서도 안 되고요. 이것은 질 수 없는 싸움이에요. 목숨 걸고 선거운동 합니다. 이게 제 각오예요."

 

이학영 민주통합당 후보 "시민들 아주 좋은 선택해 주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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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영 군포 민주통합당 후보 ⓒ 유혜준

이학영 군포 민주통합당 후보 ⓒ 유혜준

이학영 후보는 광정동 한숲스포츠센터 앞에서 군포 시민들과 낯을 익히고 있었다. 노란색 점퍼가 아주 잘 어울리는 이 후보는 아직 선거운동이 낯설다면서 활짝 웃었다. 

 

이 후보는 군포에는 지난 2월 28일에 와서 이제 20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는 군포에 대한 깊은 애정을 나타냈다.

 

"수도권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했는데 편견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수도권은 번잡하고 혼란스럽고 도시가 어지럽고, 군데군데 공장이 들어서 있는 그런 곳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군포에 와서 보니 달랐어요. 내가 꿈꾸던 생태, 교육, 문화, 환경이 공동체로 잘 어우러진 그런 도시였습니다. 내가 꿈꾸는 새로운 미래 사회를 군포에서 함께 실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들의 '전략공천' 반발로 마음고생을 했다는 이학영 후보는 경선을 거쳐 야권 단일후보가 되었으니 이제는 이들을 다 아우르고 가겠다고 밝혔다.

 

"다 아우르고 가야지요. 정치라는 게 아우르고 조정하는 거니까. YMCA에서 평생 했던 게 '다양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과 모여서 어떻게 하나의 일을 잘할 것인가'였으니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제 진심과 시민들의 진심이 만나면 잘 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군포에서) 좋은 일 많이 해보고 싶어요."

 

특히 이 후보는 경선을 했던 통합진보당의 송재영 후보에 대해서 깊은 신뢰감을 나타냈다.

 

"송재영 후보도 평생 인간다운 사회를 꿈꾸면서 살아오신 분이잖아요. 새누리당이, 과거의 민주공화당 박정희 대통령의 잔재이며 불의한 정권의 후신들이 우리의 21세기 미래를 끌고 가게 놔두진 않으실 거라고 봐요. 그래서 우리와 함께하리라고 믿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이길 자신이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 이학영 후보는 "시민들이 아주 좋은 선택을 해주실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특별한 나만의 선거 전략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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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영 군포민주통합당 후보 ⓒ 유혜준

이학영 군포민주통합당 후보 ⓒ 유혜준

"직접 만나서 진심으로 마음을 통하게 할 것입니다. 시간이 없어서 소수의 사람을 만나도 그분들이 잘 전달을 해서 그런 제 마음이 퍼지면 따뜻한 기운이 군포시 전체에 전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저 사람을 만났더니 괜찮고, 포근해' 하면 그 기운이 퍼지는 거 아닐까요? 아주 밑바닥부터 살아왔기 때문에 사람이 사는 게 무엇인가를 알잖아요. 내가 잘난 것도 없으니 있는 그대로 다가가서 함께 고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군포의 판세에 대해서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셈법이 다른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양측 다 은연중에 군포가 전통적으로 민주당 세가 세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현재 판세에 대해 '박빙'이라고 전제하면서도 "52대 48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느 쪽이 52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또 다른 새누리당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유영하 후보가 앞서지만 아직 선거까지 20여 일이 남아 있기 때문에 판이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전략공천' 과정에서 민주당이 내분을 겪긴 했지만, 20여 일이라는 기간 동안 수습이 되면서 내부 결속을 다져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었다.

 

이에 반해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낙관적인 전망을 아꼈다. 이학영 후보가 '전략공천' 후보인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4·11 총선에서 어떤 바람이 부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양측 다 바닥 민심이 호의적이라는 분석을 한다는 것. 새누리당 관계자는 "분위기가 상당히 좋다"며 이렇게 간다면 승산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것은 민주통합당 관계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유영하 후보와 이학영 후보가 거리에서 만난 유권자들 대부분은 별다른 거부감을 나타내지 않고 명함을 받고, 악수를 했다. 간혹 명함을 뿌리치는 이도 있었지만 수는 적었다. 군포의 유권자들이 이번 4·11 총선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4.11?총선 #군포 #이학영 #유영하 #송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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